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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니돈보상!!

말 그대로 무더운 여름 타는듯한 더위를 뚫고 나의 아내는 장을 보고 오는 길이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거리면서 들고 오는데 우리 카페의 창틀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 무리가 보인다.  수도사업부에서 나오신 수질검사를 해주시는 분들이다. 그런데 우리 카페 창틀 위에 검사할 때 쓰는 시약과 서류들을 펼쳐놓고 있다. 아래에 종이를 깔고 있긴 하지만 시약이 창틀 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집주인이 왔으면 치울 만도 한데 그저 자기들 할 일만 한다. 아내가 여쭤보니 옆집 수질 검사하신 것을 정리 중이시라면서 아내에게 물어본다.

 

“카페인가 봐요. 여기도 수질검사해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 창틀이 예민해서 그 위에서 그러시면 안 될 것 같아요.”

 

“아~~ 눼~눼~눼!”

 

기분 나쁜 티를 한껏 담은 퉁명스러운 대답과 삐죽거림을 뽐내며 다른 곳으로 가신다. 

아내는 낑낑거리면 짐을 올려다 놓으면서 조금 참았어야 했나 하며 자책을 한다. 동네 카페인데 나쁜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냐며 한주먹 크기도 안 되는 발을 동동거린다. 나는 괜찮다고 잘했다며 아내를 위로한다. 예전의 나였다면 아내를 타박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의 재산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업장의 시설들이 모두의 소유물인양 마음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 1층의 고정창이 커서 창틀의 아래쪽 케이싱이 넓고 딱 앉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지나가다가 창틀 케이싱 위에 잠시 앉아서 쉬거나 물건을 올려두기도 한다. 새벽에는 술 취한 분들이 누워있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서 술을 올려놓고 테이블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리고 새벽에 카페 입구가 으슥해서 몰래 소변을 누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전에는 벤치 도난 사건도 있었지. 외부시설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소품들을 마음대로 이리저리 옮기거나 부수는 경우도 많고 벽이나 의자, 테이블에 흠집을 내기도 한다. 때로는 꼬맹이들이 색연필로 벽에 좌~~~ 악 그러버리기도 하고 새하얀 벽에 자신의 발도장을 마구마구 찍어버리기도 한다. 

 

대부분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신다. 그런데 뭐 어때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애기들이 사고를 치면 부모들이 당연히 미안해해야 하는데 오히려 당당하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왕왕 있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알려주고 고쳐줘야 하는 것이 부모 아닌가?? 가끔 그런 경우를 보면 아이가 제대로 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아직 벌어서 갚아야 하는 돈이 많이 남아있다. 로또 같은 돈벼락을 맞지 않는 이상 평생 갚아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는 아내와 나의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소중한 우리의 사유지, 사유물들이다. 같은 사유물이지만 차에는 물건을 올려놓거나 흠집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집 창틀에는 왜! 왜 그러는 건데!? 창틀 무너지고 도색 벗겨지면 수리하는데 몇십 몇백이 들지 모르는데 고쳐줄 것이오?? 수리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런 손님 안 받는 것이 돈 버는 일이다! 

 

저래서 장사 어떻게 하겠냐 하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지만 주인으로서 내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내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 부디 아내와 내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들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있는 공간을 손님들도 좋아하고 내 것처럼 소중하게 여겨주셨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님들아! 그거 내돈내산이니 조심하지 않는다면 니돈보상해야 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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