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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복숭아 먹고 싶어......

요즘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었다. 수입이 거의 없다 보니 먹는 거 하나 마음대로 사 먹지 못한다. 간식을 고르는 것도 서로의 눈치를 본다. 아내는 카페에서 혼자 일을 하며 홀로 돈을 번다. 나는 카페에서 공방지기의 역할을 하지만 사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가끔 냉장고 자석이 하나씩 팔리긴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전적으로  수입은 아내에게 의존하지만 아내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 먹지 못하고 눈치를 본다. 예전에는 먹는 거에 돈을 아끼지 말자며 다른 건 몰라도 입에 들어가는 것은 마음껏 사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과자 한 봉지도 눈치를 본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합리적인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 실제로 쪼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에 아내의 친구가 복숭아를 선물로 줬다. 손만 대도 껍질이 슬슬 벗겨지는 약간 물컹하지만 단맛이 아주 가득 차 있다. 한입 베어 무니 단물이 터져 나오는구나~ 올해 첫 복숭아를 아내의 친구가 맛보게 해 주었다. 

 

카페 마감을 하고 저녁을 먹은 후, 소파에 널브러져서 멍하니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아내가 뭐라고 나지막하게 중일 거리며 핸드폰이 뚫어질세라 보고 있다. 슬쩍 보니 복숭아 사진이다. 아내의 또 다른 친구가 자신의 sns에 며칠 연속으로 복숭아 종류별 사진과 후기를 업데이트한다. 물컹이 복숭아부터 딱딱이 복숭아까지 전국의 복숭아는 다 배달시켜 먹고 있나 보다. 요즘 육아가 힘들다고 전해 들었는데 복숭아로 풀고 있는 듯하다.

 

복숭아 먹고 싶어……

 

아내가 홀린 듯이 중얼거린다. 약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독백하듯이 읊조리는 말이 화살같이 날아와 뇌리에 꽂힌다.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과일조차 사주지 못하는 무능한 환자 남편… 괜찮다며 늘 힘을 주는 그녀의 입에서 오늘은 힘들다는 말보다 더 아픈 한마디…

 

복숭아 먹고 싶어…

 

한가하게 그림이나 그리고 클레이아트나 하고 있는 내 신세가...... 고작 집안일이나 하며 할 일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는 내가...... 현실은 무능력한 환자 남편인 내가 발톱의 때같이 느껴진다.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내가 마트에 우유를 사러 가는데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본다.

“우리 간식값 아껴서 복숭아 사 먹을까?”

“엥? 왠 복숭아??”

아내가 뜬금없이 무슨 복숭아냐고 되물어본다.

어제 친구의 sns 보면서 복숭아 먹고 싶다고 하는 소리 들었다고 미안해서 밤잠을 설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 

……

갑자기 정적이 흐른다.

“푸헹헹헹헹헹헹~~ 큭큭큭큭!!”

“우리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아내가 박장대소를 하며 집을 나선다. 그냥 너무 맛있어 보여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것을 내가 너무 지금의 상황에 이입을 한 것이다. 

“아이고 우리 신랑~ 그래서 잠도 못 잤어요.~~ 우쭈쭈 쭈쭈~~ 내가 짱구 사다 줄게~.”

짱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다. 뭔가 나환자 북 치고 장구 친 것 같다. 

마트를 다녀와서 내가 좋아하는 짱구, 초코송이, 단팥빵을 내밀면서 건방지게 오버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다. 그냥 맛있는 복숭아 사진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한마디에  나 혼자 오버한 것인지도 모른다. 태연한 아내의 모습에 다행이지만 여전히 신경 쓰인다. 물론 내가 걱정한다고 상황이 나아지거나 좋은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나의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아내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뭔가를 해주고 싶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때!!

 

띠링~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이 들어왔다는 문자가 왔다. 알고는 있었지만 나의 소득 수준이 공식적으로 가난한 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조금은 불편한 문자이지만, 이 돈으로 아내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 이제 복숭아 철이 지나가고 있으니 아내가 좋아하는 고기를 사줘야겠다. 기쁜 마음으로 아내에게 고기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나의 재난지원금으로 쏘겠다며 뭔가 대단한 이벤트마냥 이야기한다. 쾌변을 눈 것 같은 나의 표정을 본 아내는 어이없어하면서도 내가 뭔가 짠한가 보다. 이제야 뭔가 마음이 편안해진다. 추석 지나고 우리가 좋아하는 고깃집에 가기로 했다. ㅎㅎㅎ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했지만, 이번 재난지원금이 나의 마음속의 재난을 해결해 주는구나. 항상 애매한 지원정책에 불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칭찬해주도록 하지.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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