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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주름.

지인들이 종종 그림 의뢰를 할 때가 있다. 대부분 사진을 주면서 수정사항을 몇 가지 당부한다. 주로 연세가 있으신 경우, 주름을 없애달라고 하시던지, 좀 더 활기차고 환한 표정으로 그려달라고 하신다. 그렇게 수정하다 보면 사진 속의 인물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래도 대부분 좋아하신다. 젊고 활기차 보인다고……

 

현실세계에서도 조금 더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주름을 없애기 위한 방법도 여러 가지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뭘 땡기고 주사를 맞고 레이저가 어쩌고 저쩌고…… 

 

아내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 아내가 피부관리를 받으러 다니던 곳이 있었다. 가끔씩 박피를 하곤 했는데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잘 모르지만 박피를 할 때 엄청 아프다고 한다. 그 고통을 감수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일단 박피를 하고 며칠 동안은 얼굴에 물이 닿으면 안 된다. 그리고 혹시나 주름이 생길 수 있으니 되도록 무표정으로 지내야 했다. 웃을 때 입꼬리만 살짝 올리는 정도로 웃었다. 그 기간 동안은 아내에게 장난을 치면 안 된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면 얼굴에 피부한꺼풀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그걸 억지로 떼어 내면 안 된다. 잘 붙여서(?) 다시 피부관리사에게 가면 뭔가를 하고는 탱탱하고 뽀얀 피부와 함께 돌아오곤 했다. 

 

그때마다 종종 아내는 그 피부관리사의 노력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곤 했다. 우리보다 나이가 많지만 20대 못지않은 피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나 주름이 생길까 봐 웃을 때도 절대 눈웃음을 짓지 않고, 팔자주름이 생길까 봐 입꼬리만 살짝 움직인다고 한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주름 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며 부러워했다.

 

주름이 생긴다고 아무 표정도 없이 로봇처럼 산다니……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주름은 한 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떤 표정이나 행동을 수천수만 번 반복해서 생기는 그 사람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삶의 흔적이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담겨 있는 주름을 없앤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주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름을 새겨나갈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주름을 가지고 싶다면 그에 맞게 아름다운 표정을 짓고 긍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나는 어떤 표정과 생각으로 살아가야 할까? 

 

불혹이다. 얼굴에 잔잔한 주름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어왔던 나의 표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짠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우울한 생각에 빠져 지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극복했다.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어떤 얼굴이 되어있을지 상상해 본다. 멋진 표정을 가진 스타일 좋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의 표정들이 모여 멋진 주름이 될 것이다. 아프다고 찡그리며 우울해 하지만 말고 그 속에서 아주 작은 행복이라도 찾으며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겠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 

솟아나라~~ 긍정의 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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