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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좋아 보입니다.

오랜만에 단골손님이 오셨다. 아내와 친근하게 대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공방을 빼꼼히 보시면서 나에게도 친근하게 인사를 하신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덕분에 무탈하게 지내고 있슴돠~.”

“요즘 많이 좋아 보입니다. 좀 좋아지셨죠?”

“음…… 그런가요? ㅎㅎㅎ……”

그냥 가벼운 안부인사일지도 모르는 좋아 보인다는 말이 그리 달갑지 않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좋아 보인다거나 많이 나은 것 같다는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제 많이 나았으니 뭔가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압박감이 느껴진다.

 

강직성 척추염은 증상이 심해지면 척추가 대나무처럼 구부정한 상채로 굳어버린다. 그래서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 하늘을 보지 못하고 구부정한 채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비참하게 살고 싶지 않았고 환자처럼 보이기도 싫었다. 멀쩡해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고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봐도 아픈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지방 10%를 넘지 않게 관리한 이유는 부모님의 압박(?)도 있었지만, 건강해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맺고 싶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임의 끝은 대부분 유흥이 따른다. 왜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서 친해질까? 병에 걸리기 전에는 나도 술쟁이였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 아무튼 그런 만남들이 점점 힘들어져서 사람들에게 나는 환자임을 고백하고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거나 빠져도 되는 배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건강해 보여서 그런 것일까?? 점점 아프다는 것이 핑곗거리로 여겨지고 있었다.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냐며 권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남자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나약한 놈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도 갈등이 많았다. 아프다는 핑계로 집에 데려다주지 않거나 자신을 만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었다. 갑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어쩔 수가 없다. 정말 많이 싸웠었다. 그때 절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세상일이란 알 수 없다. 

 

아프다는 사실이 핑곗거리가 되어버려서 나는 다른 거짓말을 해야 했다.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거나, 누가 아파서 가봐야 한다거나, 부모님이 올라오셨다거나, 등등….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했다. 점점 더 많은 거짓말을 하게 되는 내가 싫어졌다.

 

차라리 눈에 띄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거짓말을 지어낼 필요 없었을 텐데…… 이런 생각까지 가지게 되었다. 팔이나 다리 하나가 없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픈 것은 싫어서 운동은 열심히 했다. 정말 아픈 것은 죽어도 싫다.

 

뇌출혈이 되고 나서도 재활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외관상으로는 마비 때문에 왼쪽 얼굴 근육이 빠진 것 말고는 멀쩡하게 보인다. 요즘은 마스크를 쓰다 보니 얼굴도 가려지기 때문에 사실 정말 멀쩡하게 보인다. 절대로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통증과 어지러움, 복시도 어느새 많이 적응이 되었다. 벽을 짚지 않고는 걸어 다니지 못했지만 지금은 집안에서는 계단을 제외하고는 벽을 짚고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 좋아 보인다거나 괜찮아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뭔가 변명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자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재출혈이 주로 겨울에 되었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면 바깥으로 나가지 않기로 아내와 약속을 했다. 그런데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카페 마감할 때 간판을 가지러 나간다거나 외부조명을 끄겠다고 나가려고 한다.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을 나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의 시대가 되었지만 동네 카페의 상황이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매출이 더 떨어지고 있다. 겨울이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전의 상황이 더 좋았다. 그냥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내년에는 클레이 원데이 클래스라도 해볼 생각이다. 아내는 너무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지 마라고 당부에 당부를 한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내가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정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면 좋겠다. 그저 조심하라고만 하니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답답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심정으로 천천히 신중하게 나가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다짐을 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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