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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나만 고양이 없어......

영업이 끝난 후, 아내는 가끔 건물 주변에서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cctv를 돌려보곤 한다. 16배속 정도로 돌려보다가 뭔가 이상한 것이 걸리면 눈에 불을 켜고 뭔지 알아내곤 한다. 

 

얼마 전부터 cctv에 길고양이 몇 마리가 주기적으로 건물 앞마당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내는 항상 나만 고양이가 없다며 슬퍼하곤 했다. 항상 cctv로 건물 감시만 하던 아내가 요즘에는 길고양이 구경 삼매경에 빠져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이라도 조금 챙겨주자며 고양이 사료와 물을 매일 조그만 그릇에 채워주고 있다. 경계심이 많은 아이들이라서 처음에는 잘 먹지 않다가 요즘에는 우리 부부를 봐도 도망치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지켜본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먹기 위해 코스트코에서 닭가슴살을 사 와서 손질을 하는데 아내가 한 덩이만 고양이들 주자고 제안을 했다. 물에만 삶아서 먹기 좋게 찢어서 줬는데 한 치즈냥 한 마리가 유독 엄청 잘 먹는다. 아직 꼬맹이라서 조그마한데 잘 먹어서 너무 뿌듯하다. 

 

그 이후로 그 녀석이 우리 부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가끔 카페 안쪽으로도 들어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너무 귀엽다. 데려다 키우고 싶지만 아내의 동물 털 알레르기도 문제고 우리의 상황이 저 조그만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귀엽다고 덜컥 데려와 키우다가 감당 못할 바에는 안타깝지만 거리를 두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하자며 같은 시각에 항상 사료와 물을 채워둔다. 그런데 요즘 조그만 아깽이들이 거리에 많이 보인다. 아내가 저 녀석들 중성화 수술해야 할 텐데 라며 말을 꺼낸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길고양이들 중성화 수술을 지원해주는 곳에 신청을 해야겠다고 한다. 

 

문득 참 인간이 이기적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 편하게 살자고 고양이들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수술을 시킨다니…… 만약 인간과 고양이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예로, 애완용 새들은 윙컷이라는 것을 한다고 한다. 새들이 실내에서 날아다니다가 사고를 당할까 봐 보호의 목적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잘 날아다니지 못하게 날개깃을 조금 잘라내는 것이다. 머리숱 쳐내듯이… 새라면 본디 날아다니는 동물인데 애완용으로 키운다고 잘 날지 못하게 한다니…

 

또 다른 예로 도베르만은 뾰족한 귀 모양을 만들어주기 위해 어릴 때 귀를 뾰족하게 자른다고 한다. 이 무슨 잔인한 짓인지…. 검색해 보니 셰퍼드도 뾰족한 귀 모양을 만들기 위한 보조기구가 있더라. 

 

예전에 ‘똥이’라는 달팽이를 키운 적이 있다. 한여름에 뜨거운 햇빛을 피해 창틀 안쪽에서 거의 말라죽어가던 명주 달팽이 었다. 커다란 락앤락 통에 매일매일 채소를 깎아주고 난각, 두부, 각종 과일 등을 먹이며 1년 가까이 키웠다. 그 녀석이 죽던 날 과연 이 작은 통 안에서 행복했을까?, 그냥 수목이 가득한 공원에 놓아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매일매일 채소도 갈아주고 잘 먹는 것을 다양하게 구해주긴 했지만 말이다. 달팽이와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아직 알 길이 없다.

 

아마 아내와 나는 우리 집을 찾아오는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을 위해 신청을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인간의 터전 위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인간이 원시인처럼 살진 않을 테니… 태어나면서 시멘트와 플라스틱의 세상에 익숙해져 살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길고양이들이 다가오는 혹독한 겨울을 잘 견뎌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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