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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평점은 믿을만한 것인가?

오랜만에 휴무일에 아내와 서촌에서 사진전을 관람했다. 좀 일찍 서둘러서 만족스럽고 여유로운 관람을 하고 나왔다. 작가의 작품들 또한 마음에 들어 평소에 신경도 쓰지 않던 기념품샵에서 작품집도 하나 사들고 나왔다. 이 기분을 쭈~~ 욱 이어서 맛있는 식사를 하면 참으로 좋겠다. 미리 눈도장을 찍어두었던 파스타집으로 향하여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에서 연신 인사를 하며 졸고 있는데 아내의 탄식에 눈이 떠졌다. 미리 알아본 맛집이 대체휴무일이라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 큰일이다. 완벽할 뻔한 하루가 망쳐질 위기다~. 아내와 나는 얼른 초록창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참 이럴 때 평점을 보면서 다른 맛집을 검색한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평점제도에 불만이 많지만 급할 때는 보게 되는 모순…… 

 

우리는 평점 4.5 이상이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곳을 위주로 검색을 했다. 불꽃처럼 검색하고 평점 4.7인 고깃집으로 향했다.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을 잘 먹어야 한다. 고깃집에 도착하고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높은 평점 때문에 우리의 기대가 꽤나 높았나 보다. 아니면 우리가 너무 까탈스러운 것인가… 가게는 넓었지만 일하는 사람은 주방에 사장님으로 생각되는 분과 아르바이트생 한 명뿐이었다. 그 누구도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고 자리를 잡고 난 후 정신없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려야 했다. 방문자 체크는 하지도 않았고 던지듯이 주고 간 메뉴판은 기름때에 끈적거려 불쾌했다. 테이블도 뭔가 쩍쩍 달라붙는다. 

 

드라이 에이징이고 자시고 기분이 좋지 않았서였을까? 고기 맛은 그냥저냥이었지만 밑반찬도 형편없다. 쌈채소는 빈약하고 뭔가 빨간 빛깔의 반찬이 없다. 파무침도 허여멀건하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배는 채워야지~ 

 

밥을 먹고 나오는데 기분이 깔끔하지 않다. 뭔가 몸에 나쁜 것을 먹은 찌뿌둥한 느낌이다. 이 이상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아내와 나는 커피 한잔 하기로 했다.

 

이 동네의 핫한 카페로 향했다. 비건 카페임에도 평점과 후기가 좋아서 가보기로 했다. 꼭 먹어보라는 음료와 큼직한 쿠키 하나를 주문했다. 아내와 나는 충격에 빠졌다. 커피는 불량식품의 단맛이 너무 심했고 쿠키는 너무 푸석했다. 비건이라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분명 후기에는 육식인들에게도 맛있다는 평이 많았다. 우리의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하며 집으로 향했다. 아…… 그냥 집에서 맥심 커피와 짱구나 사 먹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우리는 왜 이렇게 평점이 높은가에 대해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설전을 벌였지만 알 수 없었다.

 

다음 휴무일이 다가왔다. 아내와 나는 오랜만에 추억의 장소에 가기로 했다. 연애할 때부터 자주 가던 아귀찜 집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을 피해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4시 30분에 칼같이 들어갔다. 역시 아무도 없다. 그러나 곧 사람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방문자 체크를 하고 주문을 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메인 아귀찜 전에 밑반찬과 나오는 호박전과 청포묵~ 이거 아주 별미다. 곧 아귀찜이 등장했다. 토실토실한 살과 빨간 양념이 제대로 어우러진 콩나물과 야채들…… 아내와 나는 정신없이 물고 뜯었다. 배가 불렀지만 이 집의 볶음밥을 꼭 먹어야 한다. 아귀찜 양념을 조금 덜어서 주방에서 볶아서 내어 주시는데 어떻게 볶는지 너무 궁금할 정도로 식감과 맛이 죽여준다. 식사가 끝나갈 때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줄 서서 먹었던 곳이지만 아직도 명성이 그대로이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문득 이 집의 평점이 궁금했다. 4.5…… 물론 높은 평점이긴 하지만 저번 고깃집보다 낮은 점수이다. 평점대로라면 저번의 고깃집이 훨씬 만족스러워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와 아내의 취향이 유별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방문자 확인도 하지 않고 청결하지 않은 곳이 평점이 높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수많은 마케팅 업체에서 연락이 온다. sns에  노출을 많이 시키거나 검색순위를 상위에 노출시켜 주겠다거나 평점을 높여주거나 좋은 후기를 써주겠다는 둥 별의별 연락이 온다. 결국 몇몇 가게들이 이런 수법을 이용해서 평점을 올려 손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긴 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봐도 청결하고 음식 맛이 정말 좋지만 알려지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가게들이 정말 많다. 그러나 지저분하고 맛도 없으면서 알려지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곳이 많다. 정말 좋은 가게가 되기보다는 평점을 올리는 편법이 난무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카페에서 손님이 영수증을 받아가겠다고 하면 아내는 하루 종일 안절부절이다. 영수증 후기 때문이다. 혹시나 좋지 않은 점수나 후기가 올라올까 봐 노심초사다. 요즘 아내는 손남들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 모습이 안쓰럽다. 그녀의 미소에는 정말 많은 것이 담겨있다. 어떤 날은 커피를 마시지 않은 손님이 영수증 리뷰로 커피 맛집이라고 남긴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벌점과 후기는 좋아서 다행이다.  그저 후기를 쓰고 적립금을 받는 것이 중요했나 보다. 

 

정말 다양한 손님들이 많다. 그 다양함을 100%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와 아내의 취향도 제각각이니 말이다. 유명해지면 좋긴 하겠지만 그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갖춰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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