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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Mar 22. 2022

잘 참아요~.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사마귀가 재발했다. 

약 1년 전쯤 족저사마귀가 생겨서 몇 주 동안 냉동치료를 받으며 고생했었는데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나 보다. 아내에게도 옮겨서 굉장히 미안했었다. 그때는 뭔지 몰라 무서워서 대학병원까지 가서 검사와 진료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역시나 사마귀였다. 아… 또 냉동치료를 받아야 하나…… 액체질소를 이용해서 환부를 급속하게 냉동시키는 방법인데 치료받을 때보다 시간이 지나면 물집도 생기고 더 아프다. 오른쪽 몸은 신경통증 때문에 늘 아프기 때문에 외부 통증에 둔감하다. 물론 부위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발가락 부분은 상처가 나도 잘 모른다. 그런데도 냉동치료는 아프다. 


이 병원에서는 레이저를 이용한다고 한다. 국소 마취를 하기 때문에 아프지 않다고 한다. 바로 치료실로 자리를 옮겨서 침대에 누웠다. 곧 의사 선생님께서 오셨고 마취주사를 집어 드시며 말씀하셨다.


“발가락이라서 조금 더 아플 수 있어요~.”


주사를 찌르며,


“따끔해요~오. 아파요~오. 아이고, 미안해요~오. 다했다.~ 다했다~.”


“아이고~ 잘 참았어요. 미안해요~.”


약간의 마취주사 특유의 묵직함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레이저 시술을 하는 동안에도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고 그냥 살타는 냄새만 조금 났을 뿐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연신 잘 참는다며 칭찬과 웅기 둥기를 아끼지 않으셨다. 아마 우리 동네 특성상 어르신 환자가 많다 보니 달래듯이 하시나 보다.  


치료가 끝나고 나니 나는 마치 뭔가 대단한 것을 이뤄낸 사람처럼 뿌듯함에 가득 찼고 곧장 아내에게 가서 치료과정을 마치 무용담을 늘어놓듯이 자랑했다. 신경통증이 좋은 점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내가 몇 초 동안 잠시 많은 것이 떠오르는 묘한 표정을 짓다가 마치 어린이를 타이르는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말투로 긍정적이라서 좋다며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며 살자며 엄지 척을 날려줬다.

 

아마 아내는 그 몇 초의 순간에 평소 아프다고 꼬라지 내거나 예민해하는 나의 모습들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찰나의 표정 변화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아내의 팔을 잡고 돌아오는 길에 앞으로는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겠다고 다짐을 했다. 


고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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