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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Mar 28. 2022

말 걸어줘서 감사합니다

잠시 바깥공기를 쐬고 싶어서 마당에 나와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 누구지?? 순간적으로 인사를 하긴 했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아마 우리 카페 손님 중 한 분일 것이다. 뿔테를 쓰고 머리를 뒤로 묶으신 여자분이시다. 한 손에는 아이들이 타고 노는 씽씽이를 끌고 가고 있으신 것으로 보아 유아 자녀가 있으신 것 같다.


복시의 단점 중 하나는 내가 볼 수 있는 시야가 좁고 짧다는 것이다. 멀리 볼 수록 겹쳐 보이는 것이 심해져서 더 어지러워진다. 그래서 아내와 산책을 할 때도 땅만 보고 걷는다. 우리 카페에서도 공방 바깥의 손님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냥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머리가 긴지 짧은지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 정도만 구분할 수 있다. 자주 오시는 손님일지라도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신 분을 기억하지 못하다 보니 조금 민망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인사는 항상 배꼽인사를 하려고 노력한다.


꾸벅~~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고민이 되지만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는 게 참 어렵다. 인사라는 것이 타이밍이 있다. 상대방과 눈 맞춤이 있어야 한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누구인지 알아보는 그 찰나의 순간이 중요하다. 그 순간을 놓치게 되면 굉장히 애매해진다. 복시 때문에 상대방이 어딜 쳐다보는지 구분이 되지 않으니 번번이 인사하는 타이밍을 놓치기 일수다. 그렇다고 눈을 맞추려고 계속해서 손님을 빤히 보고 있을 수도 없다. 그렇게 보다가는 오해를 부르기 좋은 외모이기에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점점 시선을 피하게 되고 먼저 인사도 하지 못하게 된다. 종종 인사를 먼저 건네주시는 단골손님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런 고충에 대한 대안으로 미스터리한 공방지기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누가 왔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작업에 빠져있는 예술인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물론 정말 작업할 때는 집중해서 모를 때가 더 많다. 그러나 가끔 손님이 오시면 연기를 할 때도 종종 있다.


혹여나 손님을 봐도 무시한다고 오해하실까 봐 무척 걱정이 되었다. 아내에게 나의 고충을 털어놨다.


“내가 그만큼 더 많이 손님한테 신경 쓸 테니 김 작가님은 뭐 만들고 그릴지나 고민하시죠!! 운동이나 빼먹지 말고 몸이나 신경 쓰세요. 또 쓰러지면 그땐 끝입니다.”


이런 배려 깊은 꾸지람~ 매력적이다.

그렇다. 내 시야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되는 것인데 도돌이표 같은 다짐을 또 하게 된다. 마치 요요현상처럼…….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는 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또 한 번 드린다.


 걸어줘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잘 참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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