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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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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Mar 31. 2022

그녀는 사과를 잘 먹습니다.

결혼한 배우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결혼이든 연애든 가족이든 상대방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귤과 바나나를 좋아한다. 특히 귤과 땅콩을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연애를 할 때부터 그랬으니까 그냥 그게 취향인가 했다. 취향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겠는가~


나는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다. 특히 과일은 따로 배가 있는 사람처럼 많이 먹을 수 있다. 일화로 청소년기에 내 방에 베란다 입구가 있었는데 항상 과일박스들이 있었다. 새벽에 출출하면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서 대충 손에 집히는 과일을 옷에 슥슥 닦아서 몇 개씩 껍질째로 먹는 것을 즐겼다. 껍질째로 먹는 것을 좋아했다. 뭐 껍질에 영양분이 많다고도 하지만 사실 귀찮기도 했다.


그래서 결혼하고 몇 년 동안은 사과같이 껍질을 깎아서 먹는 과일은 대부분 나의 몫이었다. 한 번에 2개 정도는 그 자리에서 홀라당 먹곤 했는데 아내를 의식하진 않았다.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으니까!


어느 날은 그냥 껍질을 까서 먹고 싶어서 칼로 껍질을 제거하고 이쁘게 접시에 담아서 포크로 찍어 먹고 있으니깐 아내가 자기도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웬일이냐며 흔쾌히 먹으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다른 과일들도 껍질을 까면 먹는 것이었다. 몇 번을 그렇게 먹길래 일부러 껍질을 까서 뒀더니 주는 데로 먹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 몇 년 동안 몰랐었다. 껍질은 질겨서 먹기는 싫고 껍질을 깎자니 손이 찐득해지는 것이 싫고…… 그래서 껍질이 있는 과일은 싫고 손으로 깔끔하게 까서 먹을 수 있는 귤이나 바나나를 좋아했던 것이다.


“아침에 먹는 사과가 그렇게 좋대~.”


 사과를 깎아 접시에 담아서 내어 놓는다. 보통 하나를 4조각으로 나누는데 보통 2조각씩 먹거나 가끔 내가 3조각을 먹기도 한다. 아마 조금 미안해서 일지도 모르지…….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껍질이 있는 과일은 항상 내가 깎아주고 있다. 아내는 사과를 너무나 잘 먹는 사람이었다. 그 조그만 손과 입으로 야무지게 야금야금~~ 다람쥐처럼~~


아무리 가까이 함께 오래 지냈다고 다 안다고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몇 년 동안 살을 맞대고 살았어도 과일 취향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다. 나처럼……


항상 관심을 주고 관찰을 하고 배려를 해주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아닌가 느낀다. 그리고 가끔 생색 정도는 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난 과일 깎아주는 아주 자상한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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