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색일기

그녀는 사과를 잘 먹습니다.

by 미스테리 김작가

결혼한 배우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결혼이든 연애든 가족이든 상대방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귤과 바나나를 좋아한다. 특히 귤과 땅콩을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연애를 할 때부터 그랬으니까 그냥 그게 취향인가 했다. 취향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겠는가~


나는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다. 특히 과일은 따로 배가 있는 사람처럼 많이 먹을 수 있다. 일화로 청소년기에 내 방에 베란다 입구가 있었는데 항상 과일박스들이 있었다. 새벽에 출출하면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서 대충 손에 집히는 과일을 옷에 슥슥 닦아서 몇 개씩 껍질째로 먹는 것을 즐겼다. 껍질째로 먹는 것을 좋아했다. 뭐 껍질에 영양분이 많다고도 하지만 사실 귀찮기도 했다.


그래서 결혼하고 몇 년 동안은 사과같이 껍질을 깎아서 먹는 과일은 대부분 나의 몫이었다. 한 번에 2개 정도는 그 자리에서 홀라당 먹곤 했는데 아내를 의식하진 않았다.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으니까!


어느 날은 그냥 껍질을 까서 먹고 싶어서 칼로 껍질을 제거하고 이쁘게 접시에 담아서 포크로 찍어 먹고 있으니깐 아내가 자기도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웬일이냐며 흔쾌히 먹으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다른 과일들도 껍질을 까면 먹는 것이었다. 몇 번을 그렇게 먹길래 일부러 껍질을 까서 뒀더니 주는 데로 먹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 몇 년 동안 몰랐었다. 껍질은 질겨서 먹기는 싫고 껍질을 깎자니 손이 찐득해지는 것이 싫고…… 그래서 껍질이 있는 과일은 싫고 손으로 깔끔하게 까서 먹을 수 있는 귤이나 바나나를 좋아했던 것이다.


“아침에 먹는 사과가 그렇게 좋대~.”


난 사과를 깎아 접시에 담아서 내어 놓는다. 보통 하나를 4조각으로 나누는데 보통 2조각씩 먹거나 가끔 내가 3조각을 먹기도 한다. 아마 조금 미안해서 일지도 모르지…….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껍질이 있는 과일은 항상 내가 깎아주고 있다. 아내는 사과를 너무나 잘 먹는 사람이었다. 그 조그만 손과 입으로 야무지게 야금야금~~ 다람쥐처럼~~


아무리 가까이 함께 오래 지냈다고 다 안다고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몇 년 동안 살을 맞대고 살았어도 과일 취향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다. 나처럼……


항상 관심을 주고 관찰을 하고 배려를 해주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아닌가 느낀다. 그리고 가끔 생색 정도는 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난 과일 깎아주는 아주 자상한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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