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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아싸라비아!

클럽하우스라는 소셜미디어가 있다. 기존의 sns와 다른 점은 영상이나 이미지가 아닌 음성 대화만 가능하다. 대화방을 만들어 어떤 주제에 대해서 스피커로써 대화에 참여할 수도 있고 청취만 할 수도 있다. 특이한 점은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만 활동이 가능하다. 뭔가 비밀스럽고 은밀해 보이는 제도가 사람들의 가입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클럽하우스 초대장의 판매가 이루어질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애플 ios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아내와 나는 아이폰 유저이지만 초대를 받을만한 주변 인맥이 없었다. 성향이 모두가 yes를 외칠 때 no도 아닌 why?를 외치는 ‘아싸’ 중에 ‘아싸’의 성향이다. 우리 부부는 별로 흥미롭지 않다며 금방 열기가 식을 것이라며 서로를 위로하며 애써 열광의 물줄기를 외면하고 있었다. 어느 날 단골손님이 초대장이 무려 7장이나 있다며 아내를 초대해주었고 아내는 나를 초대해 주었다. 드디어 ‘인싸’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부푼 마음으로 단골손님에게 이용방법을 속성으로 배우고 그들의 세상에 들어갔다. 역시 나는 ‘아싸’였다. 주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청취만 하는 사람으로서 매끄럽지 않은 그들의 대화가 듣고 있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스피커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라디오를 듣는 것이 더 좋겠다고 느꼈다. 급격히 관심이 줄어들었고 지금은 어플을 지워버렸다. 


아내는 종종 우리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며 아이돌들이 나오는 음악이나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인터넷을 보며 공부를 한다. 우리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재사회화를 스스로 해야 한다며 바깥 소식에 더욱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굳이 왜 그래야 하지 하며 난 시큰둥하다.


단골손님이 찾아오면 이런저런 대화를 한다. 단골손님들은 종종 동네 소식과 본인이 속한 세상의 이야기들과 정보를 들려준다. 하지만 대화는 오고 가는 것이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바깥 이야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뚝뚝 끊어지거나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가 많다. 그에 반해 아내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신조어도 써가며 대화를 이어간다. 아……이건 ‘아싸’가 아니라 그냥 ‘아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단골손님과 아내를 제외하고는 나와 대화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들과의 대화가 내가 활동하는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와의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이들과 자연스럽게 섞이고 싶다. 그렇다면 아내처럼 바깥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건 ‘아싸’와 ‘인싸’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성향은 ‘아싸’이지만 나의 상황까지 억지로 ‘아싸’의 세상으로 끌고 가야 할 필요는 없다. 세상은 나의 상황과 관계없이 빠르게 흘러가고 그럴수록 나만 외로워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다시 클럽하우스 어플을 설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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