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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어른이 된다는 것..

여전히 일교차가 크고 바람이 차갑긴 하지만 한낮에는 봄의 공기가 느껴진다. 겨울 내내 집안에서만 지냈으니 이제 동네 마실 정도는 다닐 수 있을 듯하다. 모처럼 카페 휴무일인데 날씨도 좋아 옷을 단단히 껴입고 마스크를 쓰고 아내와 나섰다. 역시 바깥이 좋다. 아내는 날씨가 좋을 때마다 강아지 산책시켜주듯 데리고 나오겠다고 한다. 내가 강아지였다면 꼬리를 흔들었겠지……


기분 좋게 아내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름 넓은 공간의 동네 카페에 들어섰다가 우리는 그냥 나와버렸다. 환기를 안 했는지 꽤 넓은 공간인데도 공기가 너무 텁텁했다. 그리고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이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대화를 하고 계셨다. 순간 공기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가득 차있는 환영이 보였다. 우리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는 공간이 작아 자주 환기를 해주지 않으면 쉽게 공기가 텁텁 찝찝해지기 때문에 그 느낌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얼른 후다닥 나와서 결국 카페 업계의 대기업인 스타벅스로 향했다. 다행히 좌석 간의 간격이 충분했고 공간도 훨씬 넓고 환기시설이 되어있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아내가 지인에게 받은 쿠폰으로 자바칩 프라푸치노 두 잔을 받아왔다. 우리는 음료를 마실 때만 잠깐 마스크를 내렸다가 얼른 다시 쓰고 조용히 대화를 이어갔다.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시끌벅적하다. 뒤를 돌아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수다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화를 되도록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지금 최선을 다해서 웃고 떠들고 난리다. 육아의 스트레스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른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주택에 살다 보면 별의 별일을 다 겪는다. 남의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경우는 허다하고 새벽에 몰래 담벼락에 용변을 보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야외벤치를 도둑맞아 경찰에 신고해 범인을 잡은 적도 있다. 아버지뻘 되시는 어르신이었는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으신다. 결국 사과를 받긴 했지만 왠지 씁쓸했다. 우리 집의 cctv를 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대부분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나에게는 적지 않게 충격이었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내가 꼬맹이였을 때 어른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당연히 내가 작기도 했지만 어른들은 키도 크고 힘도 세서 정의롭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슈퍼히어로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보니 현실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을 보며 슈퍼히어로를 꿈꾸듯 지금 아이들도 우리들을 보며 어른을 꿈꿀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지인의 꼬맹이에게 클레이로 디테일이 살아있는 응가를 만들어준 적이 있다. 역시 아이들과 친해지는 데는 방귀나 응가만 한 소재가 없다. 역시나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런데 그 후로 나만 보면 클레이로 응가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응가 만드는 삼촌으로 각인되면 곤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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