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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그녀도 외계인이다.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광고가 시작된다. 그녀가 일어난다. 격렬하진 않지만 이 세상 그루브가 아니다. 타고난 박자 감각은 마치 마우리 부족을 보는 것과 같다. 원시적이고 절제된 움직임에서 섹시함이 느껴진다. 그렇다. 이것은 유혹의 몸부림이다. 나는 슬그머니 건드려 본다.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자신의 댄스타임을 방해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더니 다시 격정적인 춤사위에 빠져든다. 


뭐지…… 그녀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설을 하나 세웠다.

그녀도 외계인이다 라는 가설을 세우고 보니 모든 것이 찰떡같이 맞아 들어간다. 

먼저 그녀는 고도로 문명이 발달된 행성의 고위 공직자일 것이다. 통찰력이 뛰어나 시야가 넓어서 일에 대한 추진력이 대단하다. 상식이 풍부하며 정보수집 능력도 장난이 아니다. 뭔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서로 경쟁하듯이 찾아보곤 하는데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요리조리 잘 다룬다. 지구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거도 있다. 

그녀는 발이 작다. 아마도 그녀의 행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할 것이다. 그래서 발이 성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220mm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넘어지거나 오래 걸으면 발의 덧 뼈가 아프다며 주물러 달라곤 한다. 


그리고 염력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의 손은 나보다 한마디 반 이상 작다. 염력을 주로 쓰기 때문에 손이 커야 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위장 중이니 염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쓰지 않던 손을 쓰니 손이 갈라져서 연고를 자주 바르고, 익숙하지 않으니 요리를 하다가 손을 데이곤 한다. 자신의 몸이 상처가 나더라도 철저히 위장한다. 역시 고등생물이다.


아마 춤이라 그 움직임은 교신을 위한 어떤 의식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볼 때마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그루브가 아니라 여겨졌다. 그리고 그녀의 사촌언니도 항상 그녀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살아간다. 엄밀히 따지면 생김새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독립적인 인격체다. 쌍둥이라도 비슷할 순 있지만 같을 수는 없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이해하기 전에 필요한 것이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응 그래 넌 그런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나서야 이해가 되지 않을까? 

오늘도 그녀는 격렬히 몸을 움직인다. 그래 춤을 추고 싶었구나!! 이유가 중요한가~ 부부는 함께하는 것이지.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그녀의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나도 함께 그 움직임에 빠져보도록 하지!! 

누가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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