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고양이를 가까이하지 못한다. 그저 앞마당 한편에 고양이 사료를 놔두고 cctv로 관찰하기를 즐길 뿐이다.
우리 동네에도 길고양이들을 챙기는 캣맘, 캣파파님들이 있다. 어느 날 캣파파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임보를 하루만 하게 되었다. 이미 분양은 되었지만 사정이 있어 하루정도 임시 보호 장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평소 안면을 트고 지내던 터라 하루 정도는 조심하면 될 것 같아서 우리가 맡기로 했다.
마침 추석 연휴에 공방을 깔끔하게 치워놔서 케이지를 둘 공간이 충분했다. 왼쪽 눈과 똥꼬에 염증이 있어 약 먹일 때만 케이지에서 꺼내기로 했다. 평소 지나가는 길에 마주치던 아깽이였는데 머리에 검정 무늬가 마치 멋 낸 사람 머리카락 같아서 ‘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녀석이다. 그런데 길냥이 주제에 사람 손만 보면 머리를 비벼댄다. 이런 친화력을 가진 길냥이는 처음이다. 케이지 안에 수건을 깔아줬는데 그 감촉이 너무 좋았는지 연신 꾹꾹이를 시전 하며 그릉그릉 거린다. 아…… 귀여워 죽겠다. 아내는 적극적으로 만지지는 못했지만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하루라는 시간만 함께 지냈지만 내 다리사이에서 잠을 잘 정도로 가까워져 버렸다. 너무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애교쟁이라서 분명히 사랑을 받을 녀석이다. 보내기 너무 아쉬웠지만 우리가 키울 수는 없으니 보내줘야 한다.
커다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보내주고 그날 하루 종일 찍어뒀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랬다.
그런데 이 고양이를 데려갔다고 노발대발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동네에서 활동하는 캣맘 중 한 명인데 본인이 챙겨주는 고양이인데 왜 데려갔냐고 캣파파님에게 전화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캣파파님은 혹시나 우리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우리의 존재를 숨기며 새벽 내내 그 진상 캣맘을 상대했다고 한다.
정말 그 고양이를 생각한다면 본인이 직접 기르던지 아니면 좋은 주인을 찾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주변의 쓰레기나 위험한 유리파편을 치워주고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해주었던 사람은 이번에 구조할 때 함께했던 다른 캣맘님이다. 정작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았으면서 저렇게 소유권을 주장하다니 ……
알고 보니 길냥이 콘텐츠로 유튜브를 하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구조된 아깽이가 사람을 잘 따르는 모습에 인기가 좀 있었나 보다. 저런 사람으로부터 구조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정말 존중하기 힘든 다양함도 많다…… 고작 먹을 거 조금 챙겨줬다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모양새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단지 하루였지만 열심히 약 먹여주고 사료 챙겨주고 응가 치워주고 놀아주고 보살펴준 아내와 내가 뿌듯하고 대견하다. 뭔가 멋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가 대견하다.
나의 첫 고양이가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안녕~ 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