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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Oct 25. 2021

주부들 공저, 단톡이 다했네.

출간임박에 의상하지 않기..

급하게 도착한 겨울, 을씨년스러움을 미리 느끼는 10월 중순, 출간 임박을 앞두고 주부들의 공저 쓰기 막바지 작업에 단톡의 공로를 치하하려 이 글을 쓴다. 공저나 개인 출간을 다수 한 작가라면 이 글이 시시할지도 모른다. 초보 작가, 책 한 권에 올인하거나 공저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적당하게 1교 수정을 하고 파일을 보낼때까지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 출간임박업무가 들이닥쳤고 출판사의 속도는 우리 생각보다 빨 맞기에 숨쉴틈 없었다.


1교 수정을 적용한 수성본 파일을 받았다. 공저 진행에서 작가 쪽 핸들링을 맡은 나는 각종 의사전달을 조율하는 입장이었다. 수정 파일이 도착했고 '이번이 마지막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모두 진지해졌다. 봐도 봐도 수정할게 안 보인다던 사람마저 밤샐 각이었다. 7인 작가, 한 사람이 아홉 꼭지 분량을 맡아서 훑어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지만, 예상 밖의 가정사에 서로를 기다려야 했다. 주부의 마음은 같기 때문이다. 모두가 수정안 파일을 보내고 오케이 하면 담당자에게 하나의 업무의 마감을 전달했다.  


다시 출판사가 완성한 파일을 받으면 혹여나 수정이 적용되지 않는 몇 개가 눈에 띄었다. 7명은 다시 최종을 최종으로 수정하는 일을 나눴다. 수정을 기다리는데 다음날이 된다. 오전에 최최종 파일을 받아 최최최종을 작성하고 보내면서 우리의 원고 마무리는 끝에 다달았다. 진짜 완성본 확인을 위한 파일을 보내면서 이제 '그녀를 놓아주세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다짐했다. "절대로 더는 고치지 말아요"라고. 토 나올 정도로 보기 싫어진다 해도 결국 작가는 자신의 원고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원고 픽스를 위한 최종 확인 여러 번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해야 할 일이 더 있다. 2주째 표지 시안을 여러 번 받아 의논하고 다시 의견을 보내는 일을 세 번 이상 반복하는 중이다. 표지 글씨체, 두께, 색상, 이미지 등을 의논하는데 단톡에 투표시스템 덕을 많이 보았다.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북트레일러를 어떻게 제작할지, 제작한다면 언제 시간을 맞출지 의논해야 했다. 단톡이 불이 났다. 외출해서 아이들을 태우고 움직이면서 실시간 답을 해야 하는 작가들은 진땀을 흘렸다. 트레일러 의논이 끝나려나 했더니 프로필 작성을 해야 했다. 프로필 글을 준비해야 하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진행할 줄 예상치 못했다. 작가들은 다시 고민에 빠진다. 원고 수정보다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지 압축하는 글쓰기가 더 어려웠다. 결국 밤새 머리를 쥐어뜯은 결과인지 아침이 되자 프로필 글 전송이 모두 끝났다. 이 모든 과정을 단톡에서 실시간 조율했다.


공저라서 전달과 확인과 합체와 재전달의 과정이 생각보다 지연될 때가 많았다. 각자의 시간표가 달라 파일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이 천차만별 이어다. 나를 빼고, 작가들의 아이들은 어리다. 아침 일찍 등교시키고 각자 프리랜서로의 일을 한다. 대부분 수업을 하는데, 수업이 마치자마자 아이들을 픽업하고 밥을 차려 먹이고 가족을 살핀다. 아무리 중요해도 가족 위에 둘 수 없는 것이 주부의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밤이 되어서야 함께 회의를 할 수 있었고, 수정안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런 작가들의 상황을 실시간 핸들링하기 위해 내 전화기에 불이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나마 일이 덜 번거로운 이유는 편집담당자분에게 작가마다 직접 파일을 보내면서였다. 중간에 그것을 모으고 하나의 파일로 작성하고 보내고 다시 보내는 일까지 했더라면 나는 일주일 이상 운영하는 공방 문을 닫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공저에서 단톡이라는 시스템이 없다면 지금의 몇 배나 복잡하고 지연되어 서로 낯을 붉히겠다고 생각했다. 척하면 딱하고 바로바로 업무처리가 되지 않았지만 서로를 기다려주는 배려와 유머로 부대끼는 속마음을 토로하고 다독이기도 했다. 이런 훈훈함은 단톡이 있어 가능하지 않았을까?  단톡이 우리 작가들의 한마음을 지켜준 것이다.


원고 픽스, 트레일러 여부 결정, 표지 시안 확정. 모든 것이 마무리되자 이미 잠든 작가가 아침에 놀랄 만큼 눈누난나 즐기는 단톡이 줄을 지었다. 마음이 풀어지니 농담 따먹기에 서로 무한 칭찬세례가 끊임없다. 모두 예뻐 보이는 마감 후광 효과. 공저를 하면서 단톡의 덕을 보면서 우리 사이의 두께는 더 얇아졌다. 출간 파티를 논하는데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이 스치고 먹먹해진다. 혼자라면 외롭고 지난했을 출간 마무리 과정이 무사히 지나갔다. 단톡아 고마워. 작가님들, 함께여서 고맙고 모두 대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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