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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Sep 23. 2021

여자들의 글쓰기가 책이 되는 마법

<나나 책> 프로젝트 여정 끝자락.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

2021년 1월부터 여자 7명이 모였습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비대면으로 만났지만 마음만은 닮아있어 기뻤지요. 배움을 즐겨하는 여자들의 취향에서 글쓰기까지, 그리고 책 쓰기까지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일명 <나나책>(나는 나를 사랑해서 책을 쓰기로 했다) 프로젝트.

경단녀였다가 이제 사회로 다시 발돋움하려는데 코로나에 발목 잡힌 그녀들이 세상에 손 내미는 유일한 창구가 되었습니다.



"일기 쓰듯 써도 되나요?"

"시작을 어떻게 해요?"

"아무리 길게 쓰려해도 길어지지 않아요"

"멋진 단어를 사용하고 싶은데 떠오르지 않아요"

"끝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혀요"

"쓰면서 내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모른 채 쓰는 게 괜찮을까요?"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요. 기껏 가족 이야기 밖에..."

"속내를 시원하게 다 기록해도 돼요? 솔직하게 쓰는 게 어디까지인지...?"

"이렇게 쓰는데도 책이 될 수 있을까요?"


글을 쓰면 쓸수록 질문은 많아졌습니다. 제대로 쓰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 쓰는 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주눅 드는 얼굴도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왜 시작했을까'라는 한숨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지요.


"처음에 누구나 그래요"

"좋은 글을 읽고 자기 글을 살피며 자꾸 쓰다 보면 조금씩 좋아지고 방향을 잡을 거예요"

따라 해 봐요 '첫 술에 배부르랴'"


읽으면서 쓰기 연습 두 달, 기획회의 한 달, 각자 글쓰기 두 달, 투고에 한 달, 계약으로 한 달, 다회 교차 교정으로 두 달을 보냈더니 정월에 뜨는 보름달에서 한가위의 보름달이 되었습니다. 총 9개월이라는 여정을 함께 걸었습니다. 세 개의 계절을 뜨겁게 보냈습니다. 이제 가을이 깊어질 무렵 출간을 예정합니다.  


글쓰기 무경험자가 심지어 출간을 꿈꾸는 것은 무모하다는 소위 출판계 국룰을 2021년 그녀들이 깨고 말았습니다. 올해 꼭 책을 내고 싶다던 여럿의 간절한 바람이 불면의 밤을 함께 보내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시아버지의 수술을 함께 위로했고, 장염 투혼에도 줌으로의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사춘기 아이로 흘리는 눈물을 함께 어루만졌습니다. 9개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 사고와 아픔과 병과 아이들의 투정이 이어졌지만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쌤~, 쌤~이라던 호칭은 어느새 혈육관계처럼 '언니, 동생'이 되었습니다. '여럿'이 '우리'가 되자 투고를 300여 곳 보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보내면 되었지요. 글을 수없이 고치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토 나오려고 할 때마다 '짜란다 짜란다'해주는 사람이 6명이 대기하고 있었으니까요.


공저는 서로 스타일을 맞추기 어렵고 말하려는 주제도 달라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 서로의 필력을 비교하면서 은근히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시끄럽지요. 마감에 맞추지 않는 일원으로 속이 시커멓게 변한다더라고요. 문우로 시작했다 원수로 끝날 수도 있다는데, 그녀들은 더 끈끈해졌네요.


다음 책을 준비하는 모임을 다시 의논하고 있습니다. 참, 징글징글한 근성입니다. 질긴 인연으로 엮인 달콤한 존재들입니다. 누가 잘하면 잘한다고 말해주고,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합니다. 비난하지 않고 지적하지 않습니다. 내가 부족하다 스스로 입을 텁니다. 그러면 위축되는 게 아니라, 잘할 수 있다 격려가 쏟아집니다. 그리고 소중한 팁도 전해 줍니다. 마음이 굳건해지는 글쓰기요, 자신을 찾아가는 책 쓰기 모임입니다. 내년 이맘때, 새로운 기획으로 그녀들의 두 번째 책을 만나실 수 있겠지요? 무모한 계획이라도 밀고 나갑니다. 모임을 즐기다 보면 결국 그녀들이 친 사고는 기적이 되고 사건이 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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