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유
너를 기다리는 하루 이틀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한 달 두 달이 되어도
만날 수 있을거라 믿어본다
너와 걸었던 손가락 마디에
복숙아 향이 묻어있는데
너는 이유에 갖혀
오지 않는구나
웃음소리가 맑아지는 비결을
알려준다던
너를 다시 만나면
못했던 말, 손에 가득 쥐여줄 텐데
너는 어디에,
그 약속을 매일 꺼내본다
정말 한 학기를 재미있게 공부한 아이가 있다. 열렬한 반응과 함께 매 순간 좋은 피드백으로 나의 마음에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다음 수업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게 하던 아이다. 가르치는 현장에 오래 있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그 아이의 뜨거운 반응 때문에라도 매너리즘근처에 서성거릴 수 없었다.
1분기를 하면 2분기에는 방학이 끼어 아이들이 신청을 취소하고나 빼기도 한다. 그아이는 방학 때 다닐 곳이 많아 신청을 하지 못했다.
마지막 수업하는 날, 2학기에는 꼭 다시 신청해서 나를 만나겠노라 수십 번 이야기 했다. 아니, 1분기 3개월동안 계속 그 이야기를 했다. 해사하게 웃는 얼굴로 하는 말이지만 너무 믿겨졌다. (사교육에 준하는 업계에는 다들 통하는 말이 있다. 다시 올꺼다. 신청할꺼다. 생각해본다는 말은 그만둔다는 뜻이라는 것을)
그 말이 공중에 흩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 아이는 다시 신청할 것 같았다. 아이의 적극적 태도와 애정어린 시선으로 과하게 믿음을 주었던 것이다. 경제적 여건이나 현실의 조건이 맞지 않아 소비자가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 논리다. 그런데 그 아이와의 신뢰의 관계가 그 현실을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아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선택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상황이 달라지면 신청할 수 없다는 것도 간과했다. 그만큼 나를 잘 따르던 아이여서 그랬다.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보이고 잘 따라오다가 돌연 그만둘 때가 있다.
-장기여행
-방학시즌으로 빈번한 결석
-사교육의 증가로 절대적 시간의 부족
-교육효과에 대한 의구심
-교우관계에서 가해를 당한다 느낄때
(지속적으로 친구때문에 사소한 일에 속상함을 느낄때 선생님이 좋아도 그만두기 쉽다)
-아이가 너무 말썽을 부리고 다른 아이를 괴롭혀서 의논을 통해 그만두기
등
등
등
다양한 이유로 그만둘 수 있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무 찰떡같이 약속을 하던 터라 2학기에 은근히 기다렸다. 그 아이가 이 수업을 통해 성장할 것이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복도에서 다른 아이들은 자주 마주쳐도 그 아이는 신청하지 않는 시점부터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전학을 가지 않았다는 것을 듣고 더 난감했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만든 과도한 믿음과 기대를 내려놓기로 했다. 너무 예쁜아이였고 함께 공부하면 실력이 매우 좋아지겠지만, 나의 영역은 아니라고 매번 다짐했다.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약속하고 오지 못하는 그아이의 불편한 마음을 생각했다. 다시 만나면 말해주고 싶다. '신청 안 해도 되. 지나가다 선생님 얼굴보러 놀러와'
마음을 너무 많이 주면 오래 생각난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을 그저 아이들의 말로만 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잊혀지고 하기 싫어질 수 있다는데 한 표 주고싶다.
교과 관련 방과후 수업이라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기만 해도 되지만, 교실에서는 객관적 전달뿐 아니라 인격적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그 관계의 거리를 잘 조절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너무 과하지 않게
너무 박하지 않게
기대하고 부어주고,
때론 내려놓고
잊어주는 것도 필요함을 알아가는
나는, 방과후 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