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무기력증

백지앞에 좀비되는 꿀팁

by 최신애

유독 글쓰기 영역을 가르치기 제일 어렵다.


시험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입시도 쉽지않다. 스피치로 무대공포를 없애주고 표현력을 늘리는 수업도 어렵다. 상대방의 의견이나 말을 경청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말이 쉽지 보통 일이 아니다. 여기 저기에서 책을 전혀 읽으려 하지 않는 아이로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가 많다. 읽기영역 또한 오랜 세월을 요하는 영역이라 단기 속성 교육이 불가능하다.


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게 가장 어렵다는 말은, 비단 나같은 변방의 이름없는 강사만 호소하는 바일까?


일전에 엄마주도로 수업을 등록해 글쓰기시간에 몸서리치는 아이들 이야기를 짭게 했었다.


https://brunch.co.kr/@zzolmarkb6sm/93

어떻게 몸서리를 치는지 글쓰기나라 좀비시민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1. 얘들아, 동시가 왜 싫으냐?


"아무것도 안주고 쓰래요. 게다가 짧게 쓰래요"

"동시가 제일 싫어요"

"썩었어요" (뭐가? 그토록)

"지긋지긋해요"

"대회를 열기위해 어른들이 만든 거 아니예요"

(매년 1~2회의 문예대회가 있다. 운문영역 산문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써서 제출하고 2주안에 결과가 나온다. )

"주제로 가을, 방학, 가족같은 단어를 주고 쓰라고 하면 저절로 글이 나오는게 아닌데, 어른들이 써봐야 알아요. 아무도 안써보고 시킨다니까요. 억울해요"


2. 얘들아, 일기는 어떤 점이 힘드니?


"선생님이 감시하려고 숙제내는 거예요. 친구들에 대해 안좋은 기분을 쓰면 다음날 불려가요. 상담을 한대요. 그래서 절대로 일기에 친구에 대해서 나쁘게 쓰면 안돼요"

"매일 똑같은데 뭘 써요. 자꾸 자세히 쓰래요. 그래서 아침에 먹은 된장찌개에 뭐가 들어갔는지 잔뜩 썼다가 혼났어요"

"매일 학원 간 이야기 밖에 쓸 게 없어요. 학원 갔다 오면 9시가 넘는데 특별하게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어요. 학원 가기 싫다를 계속 쓸순 없잖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상담하면 엄마한테 그 말도 전달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할 말이 없어요"

"오늘, 나는...이 말을 꼭 쓰고 싶은데 그걸 쓰지 말라고 하니 딱 쓰기 싫어져요"

"일기장은 자로고 2권 있어야 해요. 학교 제출용, 비밀일기로 집에 감춰두는용. 자물쇠는 필수예요."

"엄마가 자꾸 훔쳐봐요."

"울엄마도 그래요"

"제발 일기숙제 없는 나라에 살고싶어요"

"일기는 개인의 사적인 기록인데 왜 선생님에게 검사를 맡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자존심 상해서 대충 몇줄만 써요. 올해 선생님은 3줄이상이라 다행이예요"

"작년꺼 그대로 날짜만 바꾸어 베껴내요. 방학숙제는 더하죠. 집에 일기장이 많아 걱정 없어요. 순진할 때 많이 써두었거든요"



3. 얘들아, 독후감상문은 뭐니?

"책읽고 느낀 점을 쓰는 글이죠"

"책 내용을 줄줄 적으면 혼나요. 느낀 점을 적으라는 데 뭘느껴요. 억지로 읽었는데"

"독후감상문 쓰라고 할까봐 책을 읽기 싫어요. 엄마는 읽고나면 내용을 퀴즈로 묻는다니까요. 아휴, 징글징글해요"

"매일 한 권 제대로 읽고 그것에 대해 꼭 적으라고 해요. 쓸 말이 없어요. 그리고 사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고전을 어떻게 이해해요. 엄마도 읽으면 모르는 것을. 그런 책이 집에 80권 이라니까요. 이번 방학은 죽었어요."

"베끼면 되요. 인터넷에 책 제목치면 독후감상문이 많아요. 그 중에 몇 개를 앞 부분 중간, 뒷 부분 잘라 붙이면 되요. 요즘 얼마나 자료가 많은데요"

"책 읽고 독후감 쓰는 애도 있어요? 그냥 줄거리 요약 찾아 읽고 한 문장 줄줄 길게 풀어쓰면 되요. 이건 꿀팁인데요, 한 문장 쓰고 그 문장에 단어를 싹 바꾸어 또쓰고, 비슷한 뜻으로 다른 문장을 달아 쓰면 20줄 가까이 나와요. 엄마는 내용은 읽지 않고 줄만 세본다니까요. 이게 꿀팁이예요."


4. 얘들아 설명하는 글을 써볼까?

설명하는 글은 묘사가 중요해. 묘사란 뭘까? 얘들아, 어디갔니? 너희들 선생님 말씀 다 듣지도 않고 도망가면 어떡하니..



*여기는 글쓰기 나라입니다. 글쓰기 앞에 무기력한 아이들의 특징이 좀비와 비슷해요. 몸은 있지만 영혼이 없죠. 영혼없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면 시민으로 잘 살아갈 수 있어요. 건강한 시민으로 사는 법 쉽죠?

(아이들의 의견을 기초로 인터뷰에 상상을 가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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