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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01. 2021

독서실 책상이라면 "글이 뚝딱"

추억 돋고 글도 쓰고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드라마 스카이 **이 붐이었을 때, 대한민국 가정마다 독서실책상이 뚝딱 생겼다. 앉기만 하면 집중력을 선물할 것만 같은 밀폐 비주얼에 모두 혹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무료드림으로 나오는 독서실 책상이 많아졌다. 공부를 멀리하는 아이라면 바로크 양식의 책상이든 독서실 책상이든 무용지물일 테니. 부모의 바람과 아이들의 소유욕으로 구입한 비싼 독서실 공간마저 중고물품으로 처리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서실을 가야만 공부가 될 것 같던 사춘기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고액의 독서실 사용료를 지불했다. 부모님의 허리가 휘청하는 줄 알지만, 그곳에서 공부보다 휴게실에서 야식을 먹거나 수다를 일삼거나 반반한 얼굴의 이성을 의식하며 서성거리곤 했다. 공부는 가끔 했지만 부모님에게서 분리되고 나에게 허락된 1평이 안 되는 공간이라 그런지 마음 한구석 든든하게 만들어주곤 했다.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아이에게 공부를 채근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오늘 영어 숙제..."라고 말할라치면 찰나에 사운드가 겹친다 "나도 하려고 딱 시작하려는데 왜 그렇게 말해? 기분 나빠서 안 할 거야" 아이는 책을 손에 들고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억울한 건 저나 나나 마찬가지다. 공부에 큰 뜻이 없는 것과 독서실 책상은 별개였다. 아이의 바람이 간절해 이전에 원목 책상을 버리고 독서실 책상을 구입했다. 스탠드도 장착되고  적당한 크기에 발 받침대도 있고 책상 위쪽에 선반도 있는 아주 보편적이면서 기능성을 갖춘 제품. 간절하던 아이는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열심을 냈다. 각종 꾸미는 취미생활을 그 책상에서 몰두한 것이다. 공부라는 영역은 아니지만 한 분야에 몰두하는 경험은 그리 나쁘지 않아 훈훈하게 지켜보았다. 언젠가 공부에도 몰입하지 않을까 희망하며. 아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될 때까지 잔소리 금지를 결심하고 허벅지를 찔러댔다. 수없는 날이 지나고 아이는 다음 학년을 준비하려는지 다시 책상을 바꾸어 달라고 말했다. 공부를 하려 해도 책상이 좁아 이내 열정이 가라앉은 탓을 했다. 정작 책상을 요구한 사람이 자신임을 까맣게 잊고서 말이다.


**배송으로 다음날 새책상을 받았고 헌책상을 처리해야 했다. 때마침 나의 자리가 없어 작은 코너 책상을 장바구니에 몇 개 담아놓을 시점이었다. 독서실 책상이 나에게 필요는 없겠지만 처리비용, 나의 책상을 사는 비용을 합하니 적지 않았다. 그래서 비워도 답답한 좁은 안방에 독서실 책상을 배치했다. 남편은 "여기가 독서실이야?"라고 헛웃음을 보였다.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가끔 글을 쓰는데, 앞으로 요긴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덩치가 커서인지 책상을 사용하지 않고 언제 버릴지 고민하다가 한 번만 활용해보자며 노트북을 켰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의 측면 시선이 차단되어 몰입도가 급상승하지 않는가. 집에서는 집필을 멀리하는 이유가 있다. 눈에 널브러진 옷이 보이면 세탁기로 옮기고, 머리카락이 보이면 청소기를 찾는다. 화장실이 가까우니 들낙날락하게되고 내 손에 닿는 살림살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소곤소곤 들린다. 그게 주부가 집에서 글을 쓰기 힘든 이유가 아닐까? 그런데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지금 여러 꼭지의 글(브런치 3~4개의 글이면 한 편당 a4 1~2장, 총 8장, 블로그 글 몇 편, 인스타 정돈)과 여러 개의 작업을 하고야 말았다. 바로바로 독서실 책상이 그분 덕분에. 이렇게 요물일 줄 몰랐던 것이다.

여러 번 사용하고 후기를 남겨야겠지만 흥분한 나머지 확신을 갖고 이 글을 쓴다.(내일부터 독서실책상 근처도 안 갈 수 있지만) 이 글을 읽는 브런치 작가들이 독서실책상 하나쯤 활용하면 어떨까? 물론 일부러 살 필요는 없다. 집에 버려야 할 목록이라면 자신의 공간에 배치해서 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선의 차단과 몰입력을 꼭 기억하자. 가족 구성원이 쓰지 않아서 버릴라치면 가져다 써보시라는. 나의 제안 때문에 새 책상을 사는 것은 반대다. 글 쓰는 일이 사람마다 갭이 커서, 말대로 잘 써지지 않으면 나를 원망하게 될 게 아닌가. 중고를 구하던지, 가족이 안 쓴다면 가져다 실험해보시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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