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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29. 2021

겨울방학, 우리 아이 <다독 vs 정독>

부모라면 이런 갈래길에서 고민을 하곤 하죠.

<이번 글은 책을 좋아하는 애독자 자녀의 다독에 해당하지 않고, 잔소리해야 겨우 읽는 아이들의 가짜 다독에 대한 생각임을 참고해주세요.>


독서의 방법 중 어떤 방식을 선호하세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부모라면 자녀가 어떤 독서를 하길 원하나요?

아마도 대답은 하나일 것입니다.

"정독을 하면서 다독하는 아이"

저의 예측이 그리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독서는 어떤 공부에 앞서는 활동임을 모르는 부모는 없습니다.

읽기 능력이 모든 공부의 기초임을 모를 리 없습니다.

독서력이 공부력이라고 일치시키는 이들도 많습니다.

독서력이 평생을 성공으로 이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작 전 국민의 독서율은 떨어지고 있고, 비슷한 그룹의 나라들 중 최 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문맹률은 높지 않아 글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실질 문맹률은 경제력이 비슷한 나라들 중

최하위에 가깝다고 걱정 어린 글을 우리는 많이 접하고 있지요.

정작 이런 형국에 '내 아이는 잘 읽겠지'라고 긍정하고 싶은 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날로 떨어져, 교육방송에서 특별 프로그램을 방송했습니다.

문해력의 기초는 어휘인데, 요즘 아이들의 어휘력이 눈물 날 만치 수준 이하라고 하니

걱정할 일이 태산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폰을 손에 들고 태어나는 포노 사피엔스, 디지털 원주민들.

어떤 디바이스도 단박에 주무를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을 MZ 세대라고 하지요.

가르치지 않아도 클릭 몇 번에 새로운 창을 열어 즐기는 게 요즘 아기들이니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지면에 갇힌 활자를 오래 응시하라는 지시를 어떻게 느낄까요?

형벌이 되지 않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따로 훈련하지 않으면 텍스트를 진지하고 오래 읽지 않습니다.

읽지 못한다는 말이 더 가깝겠네요. 이미 대충 흘려 읽는 데 익숙하거든요.

가시적인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그 정보가 활자를 넘어서 움직임이 위주라

평면에 갇힌 생명 없는 글자는 흥미의 대상이 되기 어렵지요.


그런 아이들에게 위압으로 '많이, 빨리' 읽으라고 한다면 거꾸로 가는 교육법일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다독은 억지로 하는 '숙제 독서'일뿐입니다.

한 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의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오래 읽기는 싫고 엄마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게 많이 읽습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요.

과연 읽는 것일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의 독서는 이미 책장을 넘기는 팔운동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근육 발달에는 조금 도움이 되려나요?

의미 있는 의식적 독서 행위로 얻는 감칠맛을 모를 수밖에요.

그래서 다독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구세대 부모의 신념을 버려야 합니다.

다독보다 정독!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게 독서습관을 바꾸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지면 텍스트 외에도 아이들은 하루 종일 정보를 접합니다.

한 권을 제대로 읽으며 모르는 낱말을 만나고,

생경한 문맥과 정황에 노출되어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매체를 통해

'영상이나 소리, 게임이나 노래, 개그 짤이나 병맛 영상으로' 구성된 일련의 정도와

연결하는 융합이 일어나겠죠.


모든 작용이 서로에게 배경지식이 되도록,

정독하는 책 읽기를 먼저 반석으로 깔고 그 위에 다른 정보를 누적하여

얽힌 구조의 사고를 겹겹이 쌓을 수 있습니다. 다독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일이겠죠.


페스츄리처럼 사이사이 버터의 오일리 함이 겹쳐

따로의 층이 겹쳐 하나의 빵으로 완성되면 바삭하고 고소하면서

층위를 느낄 수 있는 바사삭의 식감으로 환상적 콜라버레이션을 맛보듯,

아이들의 정독 위에 다양한 정보가 버터를 바르고 층을 쌓고 버터를 바르도록

처음 한 꼭지나 한 권을 제대로 읽게 해야 합니다.

시간을 강요하지 말고, 책의 양으로 승부 보려 하지 말고 말이죠.

제가 만나는 부모님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아이 스스로 발굴하는 책이 아니라면 "많이 읽어" "빨리 읽어"라는 강압은,

손 운동만 하게 만들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 소근육 발달은 젓가락 질이나 모래놀이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영혼을 빼고 책장을 넘기는 행위 채우기의 다독은 절대로 아이의 호기심을 확장하지 못합니다.

아이가 책을 싫어하도록 만드는 지름길을 여는 것입니다. 아무 재미도 없고, 버라이어티도 상실한

서사의 힘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일"

그것을 아이들이 '다독'이라는 과제로 하고 있지 않을까요?

책의 즐거움 따위라곤 개나 줘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길, 겨울방학 여러분의 가정의 거실에 배를 깔고 엎드린 아이의 키득거리는 웃음과 여기저기 널브러진 책이 가득해지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우리아이 읽기독립> 저자 최신애-교육현장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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