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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Oct 29. 2022

그림책으로 페어런팅

心心한 페어런팅 #7

책 육아라고 하면 주로 초등 저학년까지의 자녀를 독서를 중심에 둔 철학으로 육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언어영역이 2015년부터 어려워지면서 입시의 관건은 수학에서 국어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에 발맞춰 사교육기관도 언어능력을 높일 프로그램을 연일 내놓고 있다. 학부모라면 이런 경향을 허투루 볼 리가 없다. 매의 눈으로 자녀의 능력을 높여줄 방향을 찾느라 잠을 줄여가며 열일을 한다. 


언어능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단연코 독서를 능가할 게 없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 똑똑한 학부모라면 독서의 중요성을 긍정할 뿐 아니라 실천을 하려 애쓴다. 아이에게 부지런히 책을 읽어주며 "잠자리 독서"를 실천하고 인증하는 엄마들의 행진이 sns에 실시간 업데이 되곤 한다. 아기가 인지하든 못하든 연령에 맞는 책을 구할 뿐 아니라 도서관이나 문화센터도 이용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온라인으로 전국의 널리 알려진 강사들의 강의를 들으며 부모 먼저 공부를 하거나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수업을 신청하는 예도 많다. 


아이가 부모가 읽어주는 책을 밀어내고 시시하게 생각하기 전까지 그림책을 함께 향유하는 것은 무척 유익하다. 다만 부모가 책을 통해 교훈을 전달하려거나 요약하는 훈련을 시키려는 의도를 뺄 때 말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한글을 잘 떼게 하려는 의도와 아이의 배경지식을 높여주기 위한 의도로 부모는 그림책을 활용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을 숨기고 아이에게 접근한다. 사람은 미묘한 것을 알아차릴 육감과 직감을 가진 존재다. 사람은 언어적 요소보다 비언어적 요소로 상대의 의도나 생각을 알아차릴 능력을 가진 존재다. 어린아이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뿐, 어른의 직감과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모의 과한 의도에 일찍 질리고 읽어주는 책을 밀어낸다. 완전히 부모도 0의 의도를 갖고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즐기려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학습의 시간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이가 한글을 떼면서 독서의 풍성한 세계로 입성하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매개로 그림책을 활용하되, 아이의 자율성을 살려주고 부모가 그림책을 즐기며 수평적 관계성으로 함께 즐길 때, 목표한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소위 "잘 읽는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가 충분하면서 수평적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고, 어눌한 대답을 최선을 다해 들어준다. 그리고 아이의 의견은 존중하며 약속한 것은 지키려고 한다. 이것은 책을 몇 권 읽어주는가, 한글을 몇 세에 떼는가, 학습만화는 무가치한가 와 같은 독서지도의 기술보다 더 앞서 다뤄야 할 중요한 요소다. 부모와 상호작용의 양과 방식, 그런 원활한 소통을 통해 부모의 모든 것이 자녀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 독서든 학습이든 반석이라는 사실을 매번 느낀다.  


자녀의 연령이 그림책을 내밀어 '피식'할 정도가 아니라면 좋다. 쉬운 것, 묵직한 것, 친숙한 그 어떤 텍스트라도 아이더러 꺼내라고 하고 생각나는 것들을 함께 무한정 쏟아내고, 단죄하지 않고 지적과 교훈을 빼고 아이의 말을 가감 없이 들어주는 것이 시작이다. 스케치북을 엄마가 내밀지 말고 아이가 가지고 오면 뭔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부모가 멋들어진 독후활동 재료를 미리 준비해서 내미는 것보다 아이가 꺼내는 종이 한 장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남과 비교하는 책 육아, 혹은 자녀의 언어발달에 대한 부모 어깨에 짐이 조금 가벼워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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