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心한 페어런팅 #5
그 아이를 만난 지 벌써 2년에 가깝다. 아이는 처음과 비교할 수 없이 당당해졌고 기둥처럼 단단해 보인다. 학습이나 독서에서 또래보다 부진했고 스스로 그것을 아는지 위축된 정서를 찾아볼 수 있었다. 많은 격려와 지지에도 아이는 자신에게 실망했다.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아이여서 더 안타까웠다.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다'거나 '꾸준함이 결국 실력을 높여줄 것이다'라는 말은 잠시 위안을 줄 뿐이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변화를 경험해야만 다음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수개월 지나도 "못 읽겠어요" "어려워 보여요"라는 식의 마음의 철벽을 제거하지 못했다. 모든 학습의 기초체력으로 독서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더 강조해도 넘치지 않을 이야기다. 아이는 그래서 더 위축된 마음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근근이 영어학원이며 수학학원의 학습내용을 보강을 해서 따라잡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또래 아이들의 읽기 수준에 비하면 자신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을 책의 종류나 두께로 느끼고 있던 아이였다. 독서가 중요한데 읽으려 애써도 읽히지 않으니 초조함을 느끼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그런 아이를 단기에 실력 향상을 약속할 수 없었다. 독서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떤 기교를 부려 급격히 수준을 올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와 '꼼꼼히 읽으면서 모르는 낱말이나 구절을 찾아 알고 넘어가기를 약속했다. 무척 더딘 과정이었지만 아이는 귀찮게도 문턱이 닳도록 찾아와 약속을 지켜냈다. 어휘력이 자라고 관용적 표현에도 능숙한 지점(그 또래 아이들이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의 책)에 도달하면 어느 순간 읽기가 수월하고 페이지가 늘어나도 심적 부담이 줄 것이라고 했던 장담이 이루어졌다. 근 6개월이 지나면서 아이는 또래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주제나 어휘를 담고 있는 책을 수월하게 읽기 시작했다. 아이가 좋아진다는 것을 '비교'라는 태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재는 왜 나보다 높은 수준을 읽어요?" 처음에 하지 않던 질문을 하는 것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인이다.
이 수준에 아이는 다음 같은 과정을 거쳤다. "자기 불신-읽기 거부-고정형 사고(나는 안돼)-다짐-도전-메타인지 작동(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주의력이 생김)-일정 어휘 습득-감을 체득-이해력 상승-읽기 흥미도 상승-자기 긍정" 여기까지 도달한 아이는 자기 수준보다 살짝 더 어려운 수준을 엿보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이 가능했던 것은 아이를 믿어주고 생각보다 성장이 더딜 것임을 기다려준 부모님의 너른 아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부모가 기다리지 못하겠다 하고 아이를 다른 방법에 맡긴다면 '느려 터져 보이는' 방법론의 쓸모는 온데간데 없어질 수 있었다. 자녀의 성장의 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학
부모와의 약속 아래 '느릿한 성장'으로 촉진하는 방법에 한 표 던지고 싶다. 느리지만 촘촘한 데다 아이의 자발성이 최대 빛을 발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요즘도 아이를 향해 찬사의 말을 던져준다 "네가 다 한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띈다. 그리고 작은 포스트잇에 이런 문장을 남기고 홀연히 퇴장한다. "선생님, 답답한 저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