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신애 Aug 28. 2022

의존적이고 확신 없는 아이라면

心心한 페어런팅 #6

선생님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선생님 이거 넣을까요?

선생님 글씨는 이 정도 쓰면 될까요?


대답이 늦으면 두어 번 더 묻는 바람에 다른 아이들 코칭이 지연되기도 했다. 


어머니, __는 독서할 때 자세도 좋고 성취도도 좋아요. 그림으로 표현하기에 위트의 요소도 첨가할 만큼 창의력도 있고 사물을 관찰하고 선택하고 손으로 표현하는 기능도 뛰어나요. 다른 남아에 비해 소근육도 발달해 필체도 굳세고 곧아요. 다만, 자신의 행동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정확하게 하려는 욕구가 강해서 질문이 잦아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부족한 2%의 확인을 타인에게 하려는 습관이 있네요. 다른 상황마다 실수해도 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게 전달하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교과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계속 반복해야겠어요. 이런 아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데이터의 총량이 차면 그때부터는 대략적 원리에 따라 불안해하지 않고 자기 결정을 하는데, 직관적이고 과단성 있는 아이들보다는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아이 엄마는 내심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던 찰나라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알아서 하는데 8세가 되어서 여전히 '해, 말아'를 묻거나 '어떻게 하느냐'를 묻는 게 답답해서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아픈 마음을 보이셨다. 


통합적으로 볼 때, 아이의 수행능력에 문제가 없고 확신이 없기도 하지만, 보통의 용인되는 선을 아직은 감을 잡지 못해 그러니 더 많이 사례를 수집하는 중이라 생각하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부모 눈에는 아이의 문제가 가장 커 보이는 법이라, 타인에게 문제의식을 말할 때 심각하게 전달하기 일쑤다. 듣는 이는 코칭을 한다는 게 병원을 권하거나 상담을 추천한다. 부모는 자녀를 많은 아이들 중 하나로 볼 객관적 눈과 기회가 없어 아이에게 포커스를 온통 맞추는데 오히려 워워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오랜 시간 학생들을 만나온 사람들에게 상담하지 않고 옆집 엄마나 엄친아 엄마를 찾아가는 것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대개 또래 아이들과 견주어 기질적 차이로 인해 드러나는 현상은 아이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다들 알아서 하는데, 우리 아이는 너무 많이 질문하고 의존하니 문제가 많다'라고 결론을 내는 순간 아이의 작은 행동이 불안의 재료가 되고 질문하러 오는 아이의 발자국 소리가 천둥처럼 들린다. 이 문제를 제거하고야 말리란 목표가 생기면 부모는 격앙된 감정을 애써 숨기며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 문제가 아니던 아이는 '나는 이상한 면이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금지한 행동을 하지 않는데 온통 집중해버린다. 그리고 부모의 표정을 살핀다. 결국 행동은 바뀔지라도 '내가 이상한 여부'를 타인을 통해 얻으려는 눈치 보는 습성이 쌓이게 된다. 이것은 구성한 이야기지만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육아 형태일 것이다. 


"내 아이는 결정하고 실행하는데 데이터가 더 필요해"

"아이는 좀 더 올바로 인정받는 행동을 하고 싶어서 묻는 것이야"

"지적하고 비난하지 말고, 원리를 조금 더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하면 시간을 단축할 거야"


이런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언젠가 스스로 결정하며 엄마를 찾지 않는 '섭섭할 날'이 올 것이라는 위로를 했다. 나의 경험이 그러했고, 실제 지켜봐 온 아이들의 성장의 양상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주어진 과업을 성실히 하고 성취도도 나쁘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난 지 8년이라면 '세상을 다 알 나이'는 아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정하기 위해 일상에 벌어지는 무수한 변수마다 아이는 물어 정하고 있다. 어떤 아이는 타고난 기질로 되려 묻지 않고 스스로 과감히 선택하고 실패하면 조정하기도 한다. 이 아이는 반대의 기질을 가진 아이였다. 이런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알아서 결정하라"는 지시는 불안정의 연속이며 자기 확신이나 결정에 대한 과감함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원리를 설명해주되, 그 원리에서 빗겨가 보이는 것을 스스로 적용하지 못한다면 어른이 요소마다 디테일하게 알려주면 된다. 어쩌면 더 자세한 본질에 대한 설명이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를 알려주면 스스로 선택하거나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아이와 비슷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손이 많이 갈 수 있고 귀찮을 수 있다. 더 세밀하게 관찰해야 하고 느리게 변하는데 속에 천불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마다 다른 속 사람을 가졌으며, 같은 틀 안에 넣어 똑같은 사람의 모양으로 기를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아이를 안전하게 키워 '위해주는'것이 아니다. 오히려 욱여넣어 삐뚤어지게 하며, 복합적인 '죄책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아이 엄마와 진솔한 다짐을 함께 했다. 아이가 자주 묻는 것에 죄책감과 조바심을 느끼지 않게 하기로.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작은 결정부터 혼자 해서 성취하는 경험을 제공하기로 했다. 어른이니까 아이 때문에 더 귀찮고 더 답답하며 손이 많이 가는 것을 감내할 수 있다. 아이니까 묻고 또 묻고 확신할 때까지 찾아오는 것임을 알 때, "너는 그것도 혼자 결정 못하니? 알아서 해"라는 말을 삼킬 수 있다. 어른으로 아이 앞에 선다면 8년을 못 채우기까지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걸맞게 살려고 애쓰는 아이를 격려하고 기특하게 여기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잘 해내는 데도 안심을 못해서 질문하는 너의 투명한 마음을 칭찬할게. 질문해줘서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느릿한 성장' 분명히 가능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