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서 무너지는 말엔
순두부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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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을 참아 내듯
흔들리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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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윤곽들>70P
위로가 필요한 날이 있다. 때마침 시인의 이 시를 읽고 무릎을 쳤다. 순두부라니, 감히 나의 인생의 굴곡을 순두부 따위의 형상으로 빗댈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지다가, 홀연히 순두부의 모락모락 피어나는 심장을 읽고는 잔잔히 위로받는다. 평생 즐기지 않던 순두부가 가슴팍 어딘가 들어와 앉아버렸다. 순두부 제깐 게 뭐라고 위로를 하는지...
요즘 모든 일에 불만족 투성이다. 마감이라고 하고, 몇 주 교정에 매달렸다. 1교, 2교, 3교까지 오는 길이 길고 멀었다. 결국 나는 인쇄한 원고에 붉은 줄을 그어 고치고 고치기를 반복했고 더 이상 수정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마지막 종이를 덮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투고를 하거나 자가출판을 시도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문 열어주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미천한 글을 고치고 또 고치며 진을 빼고 온통 마음을 쏟았지만 다시 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누추함이 서린 종이를 보는 것이 무겁기만 하다.
몇 주 몰두해서인지 가족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 가족들은 각자 요구를 쉬지 않는다. 살림과 일과 글과 출간이라는 교차로가 꽉 막혔다. 출구 여부를 모르고 달리던 사람이 도달한 막힌 골목 끝 담벼락. 그 앞에 서있는 기분이다. 이럴 때 순두부를 먹어야 할까?
시인에게 순두부는 안간힘도 없이 아슬아슬하고, 울음을 참아 내듯 흔들리는 몸을 가진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가느다란 줄 하나 잡고 연명하듯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은 흔들림으로 가득하다. 누가 건드리면 둥글게 만 표현이 갈라지고 뭉개지며 속살이 허옇게 쏟아지는 순두부의 형태를 사람의 상태나 마음에 연결한 시인의 시선이 놀랍다. 나에게 그저 순두부는 흐물거리는 속성의 식자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바글바글 끓는 국물 속 하얀 속살을 뭉개면서 흔들리는 순두부를 새삼 달리 보게 되다니.
"몸이 아파서 무너지는 날엔
순두부를 먹는다"
요즘 유독 안간힘도 없이 아슬아슬한, 울음을 참아내듯 흔들리는 순두부를 한 입 가득 머금고 싶다. 날씨가 추워 서늘하든, 마음 한 구석 헛헛하든 어떤 이유라도 붙여 나에게 순두부의 심장을 나누고 싶다. 사소한 것들, 일상적이던 시어를 가져와 나를 채우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