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신애 May 25. 2019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동기부여, 나의 일인데요,

"주부 글쓰기반은 부담스러워요."

"네, 맞죠?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굳이 애써서 글을 써야 하다니요. 저도 공감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묵묵히 걸어가는 범인에게 글쓰기는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다. 솔직히 말하기를 진입하고 싶지도 않은 분야라고들 한다. 가끔 지인이 출간했다거나  비주류 지역 월간지에 글을 게재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충격이 글쓰기의 세계로 인도하기에 힘이 달린다. 그저 "참, 대단한 사람이군. 그런데 나는 저렇게는 못해." 나와는 딴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주부가 글을 쓰는 기회가 많지 않다.

다이어리나 수첩에 특별한 사건을 메모한다. (수첩을 열면 가장 가까운 기록이 작년 일 때가 있다.)

용돈기입장이나 가계부에 카테고리를 적는다. (가계부는 연초에만 쓰는 것으로)

아이들 학교 안내문에 이름과 사인 및 동그라미를 적는다. (자녀에게 사랑의 편지 쓰기는 정말 피하고 싶다.)

주민행복센터에 서류를 뗄 때 필요하다. (가족 이름을 잘 알고, v표를 잘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구절이나 낱말 정도 쓸 일이 있을 지라도 장문을 쓸 일은 없지 않을까?


각박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긴 글을 쓸 기회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괜히 고생스레 시간을 내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헤매는 글쓰기를 할 이유도 없다. 자본주의에 물든 시각으로 돈이 되겠냐는 생각마저 슬그머니 올라오기 쉽다.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말이지.


마을에 글을 좋아하고 쓰는 문화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글 쓸 이유가 없는 이들의 마음속에 글쓰기의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연한 이파리 색이 짙어지는 여름 어귀, 내 생각의 초록이 짙어지는 이유다. 사뿐하게 흔들거리는 새순에서 무겁게 쳐지는 녹음이라고 할까? 아, 5월이 다 가는데 여름은 이르다. 글쓰기의 효용성을 어떻게 알려줄까?

매거진의 이전글 똥꼬보다 힘이 좋은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