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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31. 2018

________글쓰기가 막힌 그대에게#1

글쓰기 내적장벽 파악하기

2년 전 어느날 하늘에 달이 무척 크게 떴다. 평생 처음 밤하늘을 올려다 본 사람마냥 설렜다. 무엇에 들떴는지 모를 일이다. 그저 들뜬 마음으로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나이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의식 했다는 것이지 실제 나이와 상관없답니다.)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원망했다. 그저 그런 사람으로 더 나아지지 못하고 쪼그라 들까봐 전전긍긍했던 시간은 시를 쓰면서 만회가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비워지는 것이라면 거기에 시를 채울 수 있었다. 여기저기 신체기관이 약해지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부터 불현듯 찾아오던 허망함이 있었다. 시를 쓰면서 그 현상은 바람이 잠시 부는 것처럼 가벼워 졌다.  그렇게  시를 쓰면서 계절을 붙들어 보았다.


붙들려는 헛손질이 부끄럽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내재되어 있던 표현이라는 욕구가 거대한 파도로 다시 밀려왔다. 새롭게 세상이 보이는 신비에 몸의 세포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말하기가 생업이라 아이들과 성인들과 함께 달려왔다. 글쓰기는 내게 먼 일이었고 말솜씨로 나를 표현해 왔다. 과연 글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을까 잠시 걱정했다. 다행히도 내 손가락은 아직 거뜬했다. 펄펄 살아있어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데 재빨랐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마음의 욕구와 달리 몰입할수록 시가 점점 어려워졌다. 시가 무엇인지 몰라 고층빌딩 꼭대기를 애써 쳐다보듯 눈을 찡그리고 시를 고민했다. 아무리 찌푸려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시라는 것에 애증이 생겼다. 그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다.  더이상 올라가지 못할 까봐 지레 발을 떼고 싶었다.


나의 표현이라는 욕구를 시라는 장르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어졌다. 길게 풀어내 본 적 없는 사유를 압축하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단 산문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내 본 후  다시 시에게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다짐은 다짐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아무도  요청하지 않는 글을 높은 질적수준으로 쓸 동기가 생기지 않았다. 산문으로 돌이킨 마음을 유지하기 어려웠다.(사실 잘쓸 실력도 없었다.) 방송가에서 연예인들의 입금 전 후 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것처럼, 아무도 나에게 입금(요청)하지 않는데 스스로  빼어난 글을 쓸 재주는 없었다. 누가 입금만 해주라고 가부좌로 주저앉아있었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공모전을 목표로 삼았다. 동화에 먼저 몸 담아 보기로 했다. 하는 일이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라 초석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여러 편을 구성했다. 딸에게 읽혀보니 심심한 글이라고 했다. 개선방법을 물어보니 대화글을 넣으란다. 초등아이의 코치를 받는 동화작가라니 우스웠다.


한 달을 꼬박 고민하고 내용을 구상하면서 나의 서재가 없는 현실이 서글퍼졌다. 실력이 안되니 환경이라도 탓해야 직성이 풀릴듯했다. 허리를 굽혀 화장대 앞에 간의 의자에 엉덩이를 맡겨 쓰고 고치고 반복했다. 그렇게 반복하며  썻던 이야기 몇 편을 프린트했다. 공모전에 보내지 못했다. 너무 용쓰느라 기간을 하루 이틀 넘겨버린 탓이었다. 아쉬웠고 내 부족한 실력과 죄없는 화장대를 탓했다.


사실 나는 동화가 맞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시작도 안 해보고 설레발을 쳤다. 노트북을 다시 들춰보지 않았다. 공모전이 끝났기 때문이다. 나의 생업이 아닌 취미정도의 글쓰기라는 행위를 구석에 쳐박고 뽀얀 먼지만 몇센티 쌓도록 그냥 두었다.


문제가 생긴것을 1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가을이 다시 찾아왔고 문을 열고 들어선 글쟁이의 길을 나갈 수 없었다. 노트북을 펼쳤다. 이 길을 들어선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발을 들였고 잘하지 못하는데 다시 이 세계를 뛰쳐 나갈 수 없는 자석같은 힘의 작용 말이다.


노트북을 펼치고 구상만 하던 시를 옮겼다. 여기까지 좋았다. 타자실력은 녹슬지 않았고 구상한 것은 많았으며 시는 일단 짤막한 글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느끼지 않았다.


동화를 구상하던 것을 풀어 초안을 잡으려고 자판을 두드렸다. 한 페이지가 넘어가려는데 구토감이 올라왔다.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놀라운 아이디어라도 내 손으로 써야한다. 진행할 힘이 없었다. 머리는 어지러웠다. 눈이 팽팽 돌았다. 노안이 온 것도 아니고 빈혈이 도진것도 아니다. 속이 메스꺼워 세째가 들어선 것도 아니었다. 내 몸은 아무 이유없이 무엇인가를 거부했다.



#2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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