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장벽은 지나간다.반드시
이상한 구토감과 키보드 앞에서 발생하는 미열을 설명할 수 없었다. 글쓰는 노동에 대한 거부가 아니었다. 하나의 주제가 드러나게 자세히 풀어 산문으로 한편을 구성해가는 과정에 대한 거부가 속에서 부터 올라왔다. 뭐 그리 대단한 것을 시작도 하기 전에 역반응을 보이는 나 자신이 싫었다.
나아지지 않았다. 쓰고싶은데 쓰기싫은 거부가 자연스레 일어났다. 노트북을 켜지 않고 글의 내용을 생각만 해도 구토감이 올라왔다. 당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4시간 수다에 전화로 통화를 4시간 더하고도 눈이 말똥말똥한 체력녀인 내가 말이다.
나의 어떤 심리적 작용이 신체적 반응으로 글쓰기를 막는지에 대해 전문가의 손을 빌리고 싶었다. 선배도 없고 선생도 없던 나는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그저 글을 쓰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노트북을 닫고 1년 가까운 시간을 더 보냈다.
캘리그라피를 배웠다. 키보드라는 기계의 달각거리는 소리가 아닌 붓과 붓펜의 미려한 미끄러짐이 좋았다. 짧은 문장을 필사했다. 그리고 내가 쓰고 싶은 시의 구절을 붓으로 적어내렸다. 애쓰지 않아도 자유롭게 그어지는 선과 그것이 담는 문장이 시원했다.
글쓰기 학교라는 곳을 등록했다. 글쓰기 방법론을 배우기 보다 글쓰기 동지를 만나는 곳 같았다. 나를 이해해줄 사람들, 동지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게 딱 맞는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감사했다. 주1회 오가는 2시간, 합평2시간30분, 식사1시간, 헐떡거리는 스케줄이었지만 행복했다. 워드 한페이지 분량으르 칼럼과 서평등의 글로 써가면 칭찬, 공감, 질문의 단계로 격려해준다. 그게 좋아서 일요일 새벽까지 잘들지 못하고 글을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동지들의 격려의 힘을 체감하지 못하고 그저 좋아서 4달을 참석했다.
글쓰기 학교가 종강을 앞두고 있을 때 공저하나를 출간하게 되었고,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 덜컥 겁이났다. 출간의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시부문이라 괜찮았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는 필력이 요구되는 것 같았다. 작년이 생각났다. 긴 호흡의 글을 쓰려고 하면 고개를 내미는 알러지 증상 때문이었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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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종일 쓰기에 집중한다. 구상하고 착상하고 살 붙이고 완성하는 것에 몰입하고 있다. 구토감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쓰면서 인식하고 있다. 놀랍다는 말 밖에. 얼마 전만 해도 하고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던 내가 왜 이러지 의아하다. 오늘 이 글에서 그 이유를 풀어야 할 것 같지만, 나도 모르겠다. 선배 작가들이 말하는 엉덩이의 힘이 내적 장벽을 이긴 것이 아닐까 추론해 볼 뿐이다.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배운다.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울고 웃는다. 타인의 글재주가 부럽다. 부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론 존경스럽기도 하다. 글을 쓰거나 글을 읽거나 어떻게 쓸지 공부하고 독서하는 하루 종일의 행위를 나의 천직이라 여기고 있다.
글을 쓰다 지치면 다른 작가의 글을 읽는다. 글은 영감을 준다. 손쉽게 쓴 글이라도 내게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기도 한다. 공을 주고 받는 작용이 브런치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는 이 작용으로 고꾸라지지 않고 조금씩 더 견디며 쓰게되는 것 아닐까.
(오늘 글 참 두서가 없다. 2018년의 마지막 날이고, 송년 행사를 앞두고 있고, 내가 맡은 일이 산적해 글에 집중할 수 없어서 일단 써두고 나중에 고칠 생각이다.)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결과 때문이 아니라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원해서 몰두하는 생을 살아본 경험이 잘 없었다.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이 안난다. 누군가가 그려놓은 틀에 맞춰 지금까지 걸어왔다. 그리 나쁘지 않았고 악하지 않았다. 유순하게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몰입할 무엇인가 찾지 못했다. 어쩌면 나의 수많은 취미가 몰입을 위한 대상이었지 않나 싶다. 취미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좋은 글과 놀라운 검색결과, 인기작가, 주목받는 결과물이 따를 때 싫다고 할 사람은 없다. 지금은 그 길을 안걸어봤으니, 나는 지금의 몰입하는 과정이 좋다. 그것을 즐기며 웃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몸이 거부하지 않는 이 상태가 얼마나 유쾌한지.
글쓰기가 막히거나 알수 없는 내적장벽에 닿아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브런치 작가 몇만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 중에 한명으로 진입한게 뭐 그리 대단할까싶지만, 나에게는 대단하며, 규칙적으로 글을 쓰게 만들어 주는 자극을 준다. 나에게 브런치라는 장은 방송국에서 보내준 입금액과 같다. 실제 돈은 아니지만 돈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주고있다. 브런치가 그 사실을 알까?
브런치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가들이 막힘없이, 내적장벽을 뛰어넘어 자유로이 활개치며 작품을 내놓는 그날까지, 2019년 함께 달리고 싶다. 서로 동기를 전달해서 서로의 내적장벽을 부수어 주는 2019년이 되어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