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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Oct 26. 2019

만만한 함께 쓰기:기적을 경험할까요?

첫모임: 알고 보니 고수들이네요.

[만만한 글쓰기]1기 첫 모임을 했다.장소는 동네에 있는 협동조합 서점 [책방아이]였다. 신청자가 미달되면 개강할 수 없었는데 짧은 홍보기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신청했다.

[만만한 글쓰기] 홍보 포스터

첫 모임에 등록한  참석자의 차가운 열정을 마주하고 속으로 놀랐다. 차가운 열정이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차분한 성향의 참석자들은 들떠있지 않았다. 고요하지만 확고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글을 쓰고 싶어 제 발로 찾아온 것이었다. 목표가 확고하면서 도를 넘지 않는 기운을 차가운 열정이라고 불러본다. 스스로 필요를 인식하고 발을 떼고 모임에 참석한 열정에 마음의 박수를 친다.


글 쓰고 싶다는 마음은 기적이다. 매일 반복하는 일상을 사는 성인 중 독서가 취미인 사람도 드물지만 글쓰기를 갈망하는 이들을 만나보지 못했다. 누구나 글쓰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일부러 연필을 들고 끄적거리는 이들도 많지 않다. 적어도 필자의 지인은 그렇다. 카톡 메시지 쓰기도 어렵다는 사람들 가운데 제대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먹는 것은 하늘이 내려 줘야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글을 쓰고 싶다는 내적 동기가 글 모임에서 중요하다. 글쓰기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까딱하면 잘 풀리는 그런 행위가 아니다. 끈기 있는 사고 작용이 기본이며 낱말, 문장, 문단, 주제 등 글 한 편의 구성을 위해 애써야 하는 노동이다. 땀 흘리지 않으면 읽을만한 글 한편도 나오지 않는 게 글쓰기의 진리다. 그만큼 글쓰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쓰기를 갈망해야지만 쓰기 시작하게 된다. 왜 쓰는지 모르고 쓰고 싶은 마음이 일도 없는 사람은 글쓰기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없고 지속한다 해도 열심히 글 쓰는 동지들의 의욕도 떨어지게 만든다


글을 혼자 쓰면 되는데 왜 모여 쓸까? 누구나 강제적 약속과 목표가 있을 때 더 잘 쓴다. 요즘 글쓰기 모임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내가 만든 [만만한 글쓰기] 모임도 그런 분위기에 발을 걸치고 시작했다. 나처럼 글을 쓰고 싶은데 혼자 쓰겠다는 결심은 지속하기 어렵다. 자신의 수준과 발전에 대한 위치 파악을 할 수없다. 구체적 목표가 없는 열정은 방향을 잃기 쉽다. 그 외에 많은 이유로 혼자 쓰기 어렵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모여서 써야지 않겠는가


함께 쓸 때 글쓰기의 신비가 임한다. 글쓰기는 자기의 심연을 살피고 글감을 요리하는 작용이다. 혼자도 좋지만 함께 쓸 때 더 성장한다. 필자도 글쓰기 모임에 기웃거리다가 더 깊이 빠져버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써야 하는 과제가 바쁜 일상에 걸리적거렸다. 제대로 글 한편 완성하지 못한 날은 모임 장소로 출발하기 전부터 얼굴이 화끈거렸다. 몇 번이나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붙어만 있고 글을 쓰지 못해도, 집안에 우한이 있어도 타협하지 않았다. 기웃거리다가 글쓰기의 신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글을 함께 쓸 때 경험할 신비는 무엇일까? 먼저는 자신감 회복의 신비다. 잘 쓰거나 잘 쓰게 되어서 얻는 자신감이 아니다. 못써도 받아들여진다는 확신, 치부를 꺼낼 때 공감하며 건네는 위로들, 나의 약함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확신으로 자신감을 얻는다. 이것이 출발이다. 두 번째는 관계의 신비다. 부끄러운 글을 꺼내고도 당당해지는 신비. 그것은 바로 관계에서 온다. 함께 글 나부랭이나 쓰겠다고 모인 '서로'가 답이다. 글을 쓰면 보여주고 싶은 첫 독자를 얻게 된다. 안전한 독자이자 글 친구들이다. 이런 신비 때문에 과제가 힘들어도 꾸역꾸역 참석할 수 있게 된다.  


글을 함께 쓰면 비교되지 않을까? 비교가 될 때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타인의 미숙함이나 노련함 모두 배움의 재료가 된다는 생각이다. 나의 글에 몰두할 때보다 타인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 더 많이 성장한다. 타산지석의 원리가 바로 적용되는 현장이 글쓰기 모임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균일하지 않는 서로의 실력은 축복이다. 그것은 성장을 촉진하는 밭이 된다. 모임에서 각자 자신의 수준을 줄 세우기만 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경쟁하지 않는 태도와 서로를 격려하는 진심 때문에 쓰고 싶은  동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보다 잘 쓰거나 못쓰는 것에 몰두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어제보다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각자 20분 동안 글을 썼다. 1도 고쳐 쓰지 않고 미완의 날것을 읽기로 했다. 얼굴이 새파래진 참석자들은 표정과 달리 준비해온 사람처럼 낭독했다. 소리가 책방을 가득 채웠다.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각 사람의 개성이 뚝뚝 묻어있었다. 첫인사 때 얼굴을 붉히며 겸허하던 분들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센 사람들을 만난 것만 같아 아득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다짐하려다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만만한 글쓰기] 참석자들과 내가 함께 성장하는 이미지가 환시처럼 보였다. 나는 이들과 함께 전진할 것이 분명하다.

 고맙습니다. 함께 쓰기로 작정한 동지 여러분.
함께 쓰며 계단을 올라가는 거예요.
한 계단 한 계단 함께 올라가요


**앞으로 이분들의 활동을 기대해주세요. 곧 브런치 작가로 스카웃 되실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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