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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an 10. 2019

_______곶감 세개(건강한 자기주장)

초보시인의 생활에세이

지난 번 에세이 [곶감 여덟 개]에 이어 동일한 날 동일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던 그 아이는 그날 하루 곶감을 무척 많이 먹었다. 나는 흐뭇했고, 집에 가는 길에 더 싸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소파손잡이에 나와있던 봉지 그대로를 묶으며


"**아, 너 이거 가져가서 집에서 먹~~"


이라는 찰라 두째가 자기 방에서 문을 열고 소리쳤다.


"나도 곶감 먹을꺼야. 내 꺼는?"


우리 집에 있던 것은 가족 공동소유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자기도 좋아하지 않지만 몇 개 더 먹을 계획이 있었겠지. 그리고 엄마가 자식인 자기에게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는게 서운했겠지. 그 아이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아 속이 쓰렸겠지.


평소같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네가 제일 나이가 많잖니"

"너를 살펴보니 먹지도 않던데 갑자기 왜그러니"

"그건 욕심이야"

"그 것이 뭐라고, 내가 다시 사줄께. 지금은 입다물어"

"꼭 듣는데서 말해야겠어?"

"내가 너 이럴 줄 알았어. 자기 것 밖에 모르다니"


이런 말을 연달아 뱉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두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묶던 봉지를 풀었다. 아주 순식간에 손을 움직여 누구라도 보면 묶다가 푼다고 느끼지 못할만큼 빠른 속도로 봉지를 끌렀다. 오늘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는 급박함으로 말이다.


"그래?, 미안해. 네가 안 먹는 줄 알았어"(천사 목소리로)


아이는 서운함이 큰지 고분고분해지지 않았다. 씩씩거리며 몇마디 더했다.


"엄마는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나도 먹으려고 했는데~~~"


두째에게 곶감은 계륵같았다. 나쁜 심보라면 혼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가 먹고싶었다는 감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비록 마음 속으로 먹으려 했다는 말을 믿기로 했다. 먹고싶다는 욕구가 진실일 수 있으니까.


"다음에는 오늘 처럼 상황이 발생하면 꼭 말해줘. 안그러면 얼마나 섭섭할 뻔했니"


8개 가량 남은 곶감을 반을 가르지 않았다. 내 마음대로 하면 더 속상할 듯 해서 물었다.

"몇 개 남길까?"

"3개"


아이는 자기존중과 함께 양심도 살아있었다. 그저 세알 정도면 엄마로부터 소중한 존재임을 천명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바람같은 속도로 3개를 따로 담고 나머지가 얼마되지 않지만 묶어 그 아이 편에 보냈다.


두째가 대단해 보였다. 습관적으로 참고 양보하고 용서하라고만 했지, 참고싶지 않는 이유, 양보할 수 없는 상황, 용서하기 어려운 마음의 소리를 물어보지 못하고 지나간 시간이 많았다.  


꿍해하지 않고 더 늦기 전 적절한 타이밍에 자기의사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어쩌면 어정쩡한 태도로 기회를 놓칠 때가 많다. 기회를 놓치더라도 표현이라도 하고 놓치면 억울한 감정은 적을 것 아닌가.


자신의 기호도 인식하지 못하고 착한아이라는 평가에 끌려다니지 않아 다행이다. 곶감 세개 때문에 속상할 마음을 말로 표현해 주어서 고마웠다. 나도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 어떨까. 그러면 내 감정도 지키고, 누구에게 섭섭할 일도 적어지겠지.


꿍하지 않

건강한 자기주장을 해낸 두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조금 더 친절하기만하면 넌 백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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