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__제발 학원 보내주세요.

학원에 가면 별것 없을텐데

by 최신애

*(학원의 불필요나 무가치에 대한 의도로 쓴 글이 아닙니다. 학원은 필요할 때 보내면 아이를 빛나게 도와주는 기관임을 밝히며, 스스로의 동기 없이 부모등쌀에 억지수강하는 태도를 지향하는 의미에서 쓴 글임을 밝힙니다.)


제발 학원 보내주세요

학원에 진저리를 치는 아이들의 말이 아니다. 학원을 여러 개 다니는 아이가 하는 말도 아니다. 이런 말은 누가 할까?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우리집 둘째가 1년 동안 학원을 노래불렀다. 왜냐고?


나는 왜 둘째를 학원에 보내지 않았나? 결혼 전 선행교육의 중심에 상위권 아이들을 가르쳐 봤던 터라, 초등성적이 엄마성적을 절감하는 나로써 내 아이를 학원의 시스템에 맡길 수 없었다.무한경쟁에 지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첫째를 키워봐서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너무 주관적일까)


선생님은 왜 공개적으로 학원 수강 여부를 물었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아마 교육 공무원으로써 선행 금지법에 동의하는 분이리라. 사교육의 팽배를 우려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지 않고서야 1년 동안 수시로 아이들의 거수를 종용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아이가 학원에 보내 달라는 이유는 한 가지다. 1년 동안 선생님이 학원 수강 여부와, 학원을 다닌다면 몇 개를 다니는지 물어보았단다. 그 질문에 아이들은 거수로 답을 했고 정원 30명 중 손을 한 번도 들지 않은 아이는 자기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학원수강이 소원이라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친구들 처럼 손을 들고싶어서 학원을 가야겠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한다. 그저 친구들이 학원으로 삼삼오오 가는 모습이 부러웠고, 그들 모두거 가진 무엇인가를 갖지 못한 소외가 싫다고 했다. 유독 튀는 것을 싫어해서 머리모양도 한 갈래 묶음만 고집하는 아이다. 그러니 얼마나 부끄럽고 혼자된 느낌이었을까.


그런 이유에서 학원 가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아이는 울었다. 이상한 일이지 않는가. 다른 집 아이들은 학원을 가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할터인데, 보내달라고 우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사뭇 진지한 울음에 웃는 엄마가 야속해 아이는 방으로 문을 거세게 닫고 들어가버렸다.


학원을 보내지 않을 다른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학습지도 한 번 시키지 않았다. (물론 월간 문제집은 받아본다. 무대포 엄마가 아님을 알아주십사 하는 말이다.) 긴장한 채 덜 풀어놓은 학습지를 방문선생님에게 내미는 꼴을 보기 싫었다. 밀리지 않게 하려고 아이와 밀당할 에너지가 내게는 없었다. 언제나 버럭거리는 것은 나의 역할로 남을테니 그런 불화가 싫었다. 더 나아가 반복 훈련을 통해 신속 정확한 계산력이 AI가 상용화되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불량엄마다. 아이가 발그스레한 얼굴로 급하게 하교했다. 현관을 열면서 소리쳤다.

"엄마, 빨리 빨리"

"왜"

"빨리 이리와서 이거 설명해줘"

"뭐니? 니가 이리와. 나는 엉덩이가 붙어있었다. 귀찮았다"

"엄마, 수학 익힘책인데 이 부분을 모르겠어. 다른 친구들은 빨리 풀더라고. 눈치로 맞추긴 했는데 내일 진도 나가면 나 많이 틀릴 것 같아"


아이가 모른다는 부분은 3분 채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가 될 영역이었다. 아이의 얼굴이 밝아졌고 나는 다시 내 할 일에 집중했다.

"모를 때 부탁해"

시크하게 한 마디를 던지면서 말이다.



내가 서둘러 미리 아이에게 쥐어주는 것 중, 아이에게 남는 것은 몇 개일까. 학습방법이든 장난감이든,, 스스로 필요를 느껴 요구하기도 전에 엄마가 미리 쥐어주면, 아이가 스스로 세울 목표를 가로채는 것이리라. 미리 주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아이가 요구할 때가지 기다리는 태도는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는 무식하게 용감한 엄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국,영,수 전문학원에 보내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초등학생 중 일부가 공부방을 다니기는 했었다. 요즈음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부모가 주변 학원가를 스캔하고 학부모모임에서 좋은 학원을 추천받아 과목별로 보낸는게 당연한 분위기인 것같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일찍부터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 스스로 알고싶다는 동기가 생기기 전부터 주입을 당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다 너를 위한거야"

"다들 가는데 너만 뒤쳐지면 네가 힘들어

정말 아이들을 위한 솔루션인가 의문스럽다.


사실, 사교육 의존은 학부모의 불안과 염려에 대한 고비용 해결법일지 모른다. 다들 좋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서두른다. 어떤 사교육기관도 천천히 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넋놓고 있다가는 귀한 댁의 자녀가 바보가 되어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충고한다. 마음이 흔들린다.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주는 것이 부모된 도리라는 암묵적 압박을 느낀다. 집단 마비 상태에 빠진 것같다. 어쩌다 순수한 교육이라는 영역이 경제 논리에 말리게 되었을까. 아니, 순진한 부모들이 말리게 되었을까.



둘째에게 기회가 왔다. 낙천적이고 느슨한 첫째를 겁박하기 위해 학원을 끊겠다고 선포했다. 사교육의 빛을 본 적 없는 불쌍한 동생에게 학원체험을 시키겠다고 호통치며 말했다. (나는 학원반대자가 아니다. 과도한 선행을 반대하며 부모주도 학원수강을 반대할 뿐. 첫째는 내가 더이상 도와줄 수 없는 학년이 되어 수학학원을 보냈다. 오해 마시길)


첫째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라고 했다. 엄마가 보내서가 아닌, 정말 혼자 하기 어려워 도움을 구하면 다시 기회를 준다고 약속했다. 방학을 맞아 실천했고 주변 엄마들이 경악했다. 두배 이상 시켜도 모자랄 때 학원을 끊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이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바짓가랑이를 붙들 줄 알았는데 반대였다. 오히려 정해진 틀 안에 있지 않아 자유롭게 시간을 정하고 문제를 풀었다. 비포 에프터의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말은 해 놓았으니 굳은 돈을 둘째에게 쓸 차례다. 동네 학부모들과 다른 행보를 걸으니 구름에 뜬 것처럼 조금 불안했다. 하지만 이번 방학을 넘기면 떠밀려 갈 것 같았다.(첫째아이 말이다.)


학원수강을 꿈꾸던 둘째가 꿈의 장소에 한 번 가보면 주리를 틀 것이라 기대했다. 초등학교 졸업까지는 학원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나의 계획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서 빨리 둘째가 학원에 질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너무 시키지 않았더니, 둘째가 해처럼 밝은 얼굴로 학원에 출석하고 스스로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해놓았다. 다음 학년 1학기 예습이었다. 친구들은 이미 겨울방학 전부터 예습을 시작해 두 번째 배우는 내용이란다. 둘째아이에게는 생소한 내용이었다.

어렵고 힘들텐데,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에 발을 디디는 것만으로 행복한 얼굴이었다. 계속 다니겠단다. 이러면 안되는데, 어려운 거 지금 할 필요 없다고 유혹했다. 학기시작하면 금방 따라잡는다고 계속 말해줘도 잘 안먹힌다. 두 아이가 이리도 다른 것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아, 빨리 그날이 오길 바란다. 제발 학원을 안가고싶다고 부탁하는 날 말이다. 조금만 흐트러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그만가라고 말할것이다. 스스로 하려고 열심을 내지 않는데 뒤쳐질까봐 보내는 것은 절대 반대다.


어서 그날이 와서 굳은 돈으로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싶다. 아이들 말고 내가 말이다.

사교육

얘들아, 하기 싫으면 그만 둬라.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

억지로 대충할꺼면 아서라.


2016.12-영남문학 겨울 시부문 신인상

2018.12-[당신 곁의 사랑을 확인하세요]공저시집 출간

2019.1-서울시인협회 청년 시인상 선정


지역에 터를 잡고 [꿈꾸는 -글공방]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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