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___ ​월요병 증후군

월요병 아래 도사리는

by 최신애


이 소식을 받을 수 없는 모르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


나는 요즘 큰 도전을 하고 있어.

아무도 나에게 바쁜 일상을 살라고 요구하지 않을 때는

지독하게 시간을 쪼개 쓰곤 했지.

그런데 말이야,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입구에 서서

갑자기 모든 게 지리멸렬하게 느껴지고 있거든


이 감정은 무엇일까? 그 깊은 늪을 파헤치기 싫어 몇 번이나 도망 다니기도 했어

흥미를 끄는 다양한 활동,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용기를 리셋할 때가 많았지.

그럴 때는 나의 사소한 부정적 감정을 무시했어.

지금 그럴 때가 아닌 거 같아서, 넋을 놓고 있어

어제저녁부터인가 그랬어.


사실 내가 져야 할 책임이 너무 크고, 해치워야 할 일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 그러는 것일까?

작은 아이 앞에 큰 벽이 거대한 괴물로 보여 발이 묶인 그림을 본 적이 있어.

아니 그것이 그림이 아니라 꿈이었을지도 몰라. 지금 내가 그런 기분이야.


이럴 새가 없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잠시만 모든 계획, 산적한 업무를 내려놓을 거야. 오늘 하루는

날 찾기 말아줘. 연락도 안 받을 거야. 독한 말을 뱉을 통곡의 벽을 찾아 마을 근처를 돌아다녀 볼 거야.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던 선량이라는 포장의 행동을 오늘은 멈출 거야.


뜬금없이 너를 소환한 이기적인 나를 용서해라. 내가 늘 배려로만 굳게 서있을 수 없는 존재인걸

고백할게. 혹 나에 대한 나쁜 소식을 들어도 모른척해줘.

헛소문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그 소문을 잠재울 놀라운 업적을 세우지도 못할 수준이 바로 나라는 사람의 수준이거든.

난 다시 여기 돌아올 것이고, 실패 같은 감정도 필요했노라 말할 테니까.

날 찾지 말아 줘. 오늘은 이대로 어디론가 가버릴 거야.


[위의 글은 아침에 무력감이 찾아와 떨쳐내리라 쓴 글로써, 15시간 이후 지금은 삭제를 할까 고민하다 남긴 글임을 밝혀요]



아침부터 책상에 앉아 우울감이 짓누르는 것을 이길 수 없었다. 나의 감정을 규정할 힘이 없을 만큼 무거웠다. 살려면 살게 된다. 일용할 양식을 위한 업은 유지하는 정신력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아니면 내가 아직 바닥까지 가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

오전에 나를 짓누르던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두려움의 이유를 찾아보았더니

나에게는 큰 도전인 작업실을 준비과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차저차 이길 법도 한데, 유독 아침의 침체는 남편의 부재로 인한 것이라 결론에 도달했다.(지금은 자정) 15시간이 지나서 감정의 바닥의 이유를 눈치채다니, 많이 둔한 사람이구나 싶다.


남편이 타 지역에 수련회가 있어 떠났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관계성을 생각하면, 나는 세차도 내손으로 못하게 길들여졌다. 집안일에 큰 매력을 발휘하지 않는 남편이지만 기계기술 관련은 도맡아 해 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작업실[꿈꾸는 글 공방]을 준비하는 과정에 사업자등록까지 해주고 대출과 인테리어 콘셉트 잡으라는 명을 남기고 새벽에 일찍 나갔다. 그리고 맥없이 축 늘어져 버린 것이다. 남편은 며칠 후 돌아온다.


나는 심하게 독립적이어서 남편이 없어도 거뜬히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너무 익숙해서 모르던 불편이 느껴졌다. 점심께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타이어 한쪽이 심하게 바람이 빠졌다. 이미 2주 전부터 조금씩 차이가 나더니 오늘에서 그 차이가 격했다. 평소 같으면 남편이 해줄 때까지 버티는데 오늘은 내가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낯선 카센터에 억새 보이는 사장님에게 공기압을 부탁했다. 거친 외모와 달리 부드러운 말씨에 안도감을 느꼈다. 타이어에 공기가 빵빵하게 채워졌다. 그리고 공짜라고 하셨다. 지갑을 뒤적거리던 나를 사장님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원래 돈을 안 받는 서비스 영역임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생전 처음 공기압을 부탁했으니 알 턱이 있나. 이대로 누군가에게 엉겨 붙어 아무것도 혼자서는 못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낮에 찾았던 카센터의 사장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세상을 처음 나온 햇병아리 같은 여린 여자로 본 것은 아닐까 웃음이 나왔다.


오늘 감정의 실체는 단순 월요병이 아닌, 월요병 아래 도사리는 두려움이었고, 그 두려움의 저변에는 의존적인 나가 도사리고 있었다.


나의 사소하지만 고질적인 감정의 근원을 발견한 것을 기쁘다, 건강한 독립성을 더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제 셀프세차를 하러 내일 나설참이다. 그리고 더 복잡할 대출업무를 위해 발을 디뎌야겠다.


이 글을 발행하면 순식간에 읽게 될(늘 피드백이 제일 빨리 오는 것으로 봐서, 안 보는척하며 다 읽고 있을 남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껏 나의 사소하거나 굵직한 일에 귀찮아도 수행해준 배려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는 것. 오글오글, 저는 이만 자러 가렵니다. 뾰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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