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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Feb 02. 2019

_____예민한 아이를 가라앉히는 방법

타고난 것을 어쩌라고.

아이의 타고난 예민함과 잦은 불쾌감 호소를 탓하지 말고
대안을 모색해 평화를 찾자


아이는 유난히 민감한 피부를 갖고 태어났다. 눈으로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근질거리는 느낌이나 콕콕 쏘는 느낌 등을 구분하는 게 타고났다. 그녀의 까탈스러운 피부 스타일을 질환으로 해석한 적은 없다. 다만 까다롭고 조이는 옷을 못 입는 아이라 규정했을 뿐이다.


아기 때부터 밤에 깨서 1시간 이상 운 적이 많았다. 한 달 이상을 고생을 하다가 그 이유를 몇 가지 유추했다.


모유수유를 하는데 한 번 물면 너무 많은 양이 나와 울었다고 유추한다. 왜냐하면 울 때 젖을 물리면 몇 번 빨고 자지러지듯 더 울었기 때문이다. 노리개 젖꼭지는 입에도 안대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배가 고픈 것이 아닌데 젖을 물리는 억지 수유에 저도 곤혹스러웠으리라.


다른 하나는 집안 온도가 높았지 않았을까 유추했다. 아이가 어릴 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시댁에 머물렀다. 한두 달만 머문다는 계획이 1년 반을 얹혀살게 되었다. 어머니는 갓난쟁이가 추울까 봐 주택도 아니고 웃풍도 없는데 조리원에 맞먹는 온도로 보일러를 맞추셨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났다. 실내온도 30도!  아이는 내복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고 밤에는 옷을 만졌다. 나의 유추에 근거해 옷도 벗기고 이불도 벗기고 보일러 온도를 낮추자 아이는 순해졌다. 다만, 애가 춥다는 시어머니와 보일러 온도를 사이에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감당했어야 했다.


두 가지 외에도 아이가 자지러지듯 넘어간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찾아낸 이유는 두 가지에 압축되었다. 피부이야기를 하자니 수면 관련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더워서 땀이 많이 나는 것을 못 견디는 아이가 답이었다. 그리고 지금 많이 자란 후 보아도 덥고 답답한 수면환경에 아이는 질식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아기 때도 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다.


아이는 온도에도 민감할 뿐 아니라 감촉에도 매우 민감했다. 솔기가 닿으면 다시는 그 옷을 쳐다도 안 보았다. 본의 아니게 단벌신사 어린이집이라는 사회생활을 했다. 아는 이들마다 옷이 그것밖에 없냐고 했다. 새로운 옷을 사기가 겁났다. 결국 반품행이거나 환불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인다, 까슬하다, 흐물흐물하다, 뻣뻣하다 등의 모든 이유가 붙었고 친숙한 옷가지 몇 개만 즐겨 입었다. 옷장을 가득 채운 물려받은 옷, 새 옷 등이 넘쳐도 매양 입던 그 옷만 입던 시간을 추억이라고 하고 싶다. 에휴(설득하고 달래고 꼬드기느라 진땀을 흘린 시간을 기억 못 한다고 말하고 싶다. 생생하지만)


이런 과거를 되짚어볼 때 지금도 나타나는 예민한 기호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해는 하지만 너무 지속적인 사안이라 참아주기가 쉽지 않다. 나는 그런 면에서는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방학 때는 잠옷이며 수면바지로 올곧게 지낼 수 있다. 그래서 갈등이 일어날 이유도 적었다. 개학을 하자 아이는 초예민 모드로 급전환되었다. 아침마다, 길다는 이유, 까끌거린다는 이유, 밑위가 짧다 길다는 이유, 무릎에 조금 헤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이유가 되었다. 겨울옷은 두껍고 여름옷에 비해 가격도 조금 더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작은 이유들로 안 입게 되면 재활용으로 버려야 한다.


새로 주문을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이 사이즈가 애매해 딱 맞는 사이즈는 발목이 보여 추울 것 같아 한치수 큰 것을 주문했다. 조금 길면 또 어떤 예민함을 보일까 걱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옷의 길이부터 물고 늘어졌다. 화가 많이 났다.  


밤에 바느질함을 꺼냈다. 바쁜 일정으로 바느질이며  재봉틀을 못 꺼내던 차에 바늘과 실을 꺼내 아이의 바짓단을 줄였다. 말없이 줄이면 다른 이유로 옷을 거부할까 해서 잠들기 전에 바지를 줄일 것을 의논했다. 동의하고 잠든 아이 머리맡에서 바지를 줄였다.


내일 아침 아이가 입어보고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아이의 예민함은 타고난 것이다. 사실 예민하게 곤두서면 마음을 닫아버리는 나를 닮은 것이리라. 타고난 것을 탓하지 말고 다른 대안을 찾으면 평화가 오는 것을 잊어버리고 언성을 높였다. "그냥 대강 입어라. 너는 왜 그리 예민하냐, 마음의 문제다. 그것도 못 참냐"라는 비난조의 말이 아이를 더 속상하게 했고 문을 닫고 들어가게 했다.

 타고난 것을 탓하지 말고 다른 대안을 찾으면
평화가 오는 것을 잊어버리고 언성을 높였다.


사소한 갈등이 생기면 상대의 예민함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상대에게는 크게 느껴지는 것을 공감해야 갈등을 해결할 기초가 마련된다. 우리가 잘아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말로 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아이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지쳐서 아이의 예민함에 대해 비난하지 말고 다른 대안을 빨리 찾으면 된다. 이번 사건은 그랬다. 빨리 대안을 찾아 갈등이 해소된 사건이다.


아이의 예민함과 불쾌감을 탓하고 비난하는 뉘앙스로 말한 것을 사과해야겠다. 내일 아침 알맞게 줄인 바지를 내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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