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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09. 2019

마케팅을 모르는 용기

늦지 않았다.전략을 짜야한다.

오늘따라 도로가 매우 한산하다.

바람이 지나가며 옷깃을 스치는데 그리 차갑지 않다.

저도 날카로운 겨울 앞에 오래 차가웠던 모양이다.

봄을 맞으려 부지런을 떠는지

골목에 맴도는 바람에게

라테 한잔을 들고

여유라는 향기 한 모금 나눠준다.


"공방에 도착하면 깨질 여유이겠지만"



오늘의 공방장의 오전 업무


1. 라테 시원스레 흡입하기(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훑고 지나가는 기분~캬!)

2. 도서목록 정리하고 필요 도서 주문하기(책 열 권만 사도 가게 기둥이 휘청)

3. 이번 달 작가 정리(찰스 디킨스), 그의 생애 감상해보기

4. 블로그 카테고리 정돈하기

5. 오늘 들어온 신상(인문고전 전집) 훑어보기-듀군듀군

6. 다음 주부터 시작될 학생들 강의 준비

7. 일대일 교육을 위한 오전 출강


이 모든 것을 오전에 하리라. 다짐한다. 다하겠나???



우리 동네는 도시의 가장자리 끝에 위치했다. 그래서인지, 아침시간에 나가는 이들은 많으나 유입되는 차량은 적다. 그래서 동네가 오후께 되도록 한산하다. 마치 마을 전체가 침묵하는 기분이다.

이런 환경에서 나는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공방을 오픈하고서야 알게 된 감정이다. 고즈넉함을 느끼지만 또한 고요 가운데 아무도 공방을 찾을 것지 않은 염려를 한다. 그럴 때마다 다짐한다. "최소 운영만 된 다해도 남는 장사다" 내가 글 공방을 통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면 마이너스만 면해도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엄습하는 불안과 염려, 혹은 고독감을 통과한다.

다들 어디 갔나요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작은 책방을 생각한다. 조금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하지만 결국 헤쳐나가야 할 여러 가지 문제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루고 싶은 꿈과 그것을 지탱해야 할 현실적 문제 사이에 공중다리를 지나는 기분이다. 매한가지다. 그렇게 불안을 붙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걸어가는 것이나, 꿈은 멀리 있어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한탄하며 주저앉아있는 것이 같지 않을까. 인생은 걸어가거나 머물거나 우리를 굳세게 붙들어주지 못한다. 인생이 우리 곁에 놓여있을 뿐.

걸어가며 불안하거나 주저앉아 후회하거나.


학부모 한분이 여기저기 알아보신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여러 번 취소를 반복하셨는데 최종 결정을 하셨고 한다. 한 사람이 너무 소중했다. "그래, 하루 한 명만 등록해도 감사하자"


이상적인 꿈, 그 아래 아직 딱딱하게 날을 세우고 있는 현실경영이라는 놈을 위해 싸늘한 실내에 온풍기를 끄고, 독서환경 최적화를 위한 여러 개의 조명을 껐다. 뭐 그리 아껴본다고 달라지지 않지만 손만 시리면 되는 것 아닌가.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골목, 나만 덩그렇게 공방을 채우는 아침에 온풍기쯤이야, 조명쯤이야,

아낄 때 아끼고 쓸 곳에도 아끼자. 오래가야 하니까.

발은 시리지만 라테 한잔 홀짝이며 공연한 상담기록을 들춰본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한산한 도로를 가끔 쳐다보는 헛헛한 기분을 종이접기처럼 접고 수업 준비를 한다.


홍보, 마케팅을 어떻게 할지 모르던 터라 현수막 업체 전화번호를 찾아본다. 능숙하지 않은 일, 어디 물어볼 데도 없다. 타인에게 월급을 받으며 수동적인 내가 변해야 할 상황임을 알면서도 일에 진척이 없이 지지부진하다. 부담만 가득해 어깨가 무겁다. 1인 창업의 비애, 나 혼자 알아서 다 해야 하는 구조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경험치만 믿고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은 창업한 사람의 게으름이요 무지함임을 아는데 손이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학부모 한 분이 찾아오셨다. 열정을 쏟는 상담을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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