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생기는 허기인지?
공방에 아침 일찍 나왔다. 늘 느끼지만 도로는 한산하고 인도 위에 개미 한 마리도 안 보이는 적적함을 가르고
공방 문을 열었다. 인버터 방식이라는 냉온풍기가 신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유지비 상승. 혼자 인상을 찌푸렸다. 실내가 훈훈한 게 내심 좋았지만 언제부터 가동된 것인지 걱정이 늘어진다. 어젯밤 내가 끄지 않았다면, 밤새 외부 온도는 많이 떨어졌고 그 쌀쌀함에 실내온도를 데우기 위해 밤새 돌아갔을 기계를 생각하니, 구멍 뚫린 전대에서 돈이 술술 새 나간 기분이다. 내가 저지르고 내가 혼자 화를 내는 모습이 볼성사나워 금방 마음을 다스렸다.
'나가는 게 있으면 들어오는 게 있어. 일단 썰렁하지 않으니 좋고, 몸이 오그라들지 않으니 일찍 업무를 볼 수 있고 게다가 손가락이 시리지 않으니 브런치를 쓰면 되겠네. 얻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더 큰 가치일 수 있어' 이렇게 다스렸는데 다시 화가 난다. 초연한 게 이상하지. 현상유지의 계획에 금이갔다. 머리를 흔들었다. 환기를 하고 청소를 했다. 겨울의 빗장을 제 손으로 풀고 나온 성질 급한 나방(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곤충이다)이 왜 그리 많이 입구 문 앞에 누워있는지 모르겠다. 그 좁은 유리문 사이로 어떻게 몸 구겨 들어왔는지 CCTV를 틀어보고 싶다. 찍히지도 않을 작은 생명체를 탓했다. 사실 온풍기로 인한 전기세 걱정을 투사하고 있었다. 미물인 나방에게라도 화풀이를 해야 누그러뜨려질 것처럼 유치해졌다.
개학 후 2주 차라 초등학교 운동장은 오래 텅 비어있다. 본격적인 수업이 진행되면 운동장을 아이들의 함성이 가득 채워진다. 그 소리에 마을이 들썩이면 도시는 기지개를 켜듯 움직거리는데, 아직 그 소리가 나지 않는다.
고요 가운데 오늘 할 일을 손꼽고 적어둔다. 괜히 허전해 과자를 냉큼 집어먹고 커피를 후루룩 들이켰다. 정말 한 모금만 삼키려다 목구멍이 열려 미끄러지듯 커피 한잔을 마셔버렸다. 커피의 여운은 짧은데 오전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진다.
배가 고프다. 허기진다. 수강 등록서류가 혼자 나풀거린다. 미루던 현수막을 동네 핫플레이스마다 다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싸온 보온도시락을 꺼낼까 고민한다. 배가 자꾸 고프다. 시계를 보니 아직 11시다. 그런데 왜 배가 고플까? 이상하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책 한 권 읽고 밥을 먹겠다고 보온 도시락을 책상 귀퉁이로 밀어두었다. 현수막에 넣을 문장을 고민하면 끝이 없으니 일단 책을 펼쳤다. 자꾸 배 속에 꼬르륵 소리가 난다. 민망할 사람도 옆에 없다.
이 아침에 배는 왜 고프다고 난리인지, 저 혼자 돌아갔던 온풍기를 원망하며 쳐다보고, 이가 맞지 않게 닫힌 도시락의 뚜껑을 쳐다보고, 수강 등록서 파일을 덮는다. 글자로 빼곡한 책을 펼쳐두고 현수막 생각을 한다. 뭐부터 할까. 오전 내내 유난히 복잡하다. 배가 고파서인가? 허기의 이유가 틈 사이로 들어간 동전처럼 꺼내려니 더 깊이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