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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14. 2019

_____평범한 우리네 아침풍경

다 그런가 봐요

아침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아이의 투정과 짜증을 찬으로 먹고

큰 숨 들이킨다. 아이에게 퍼부었다가는

그나마 겨우 적응한 어린이집을 안 가려고 할것이다. 그러면 낭패 이상의 큰 시련을 겪게된다.

참자. 참는 장인인 것처럼.


어르고 달래 아이 입에 몇 숟갈 푸석한 밥을 떠 넣어주고

안 먹고 우유만 먹겠다고 고집부리다가

엎어버린 시리얼 한 봉지.

등에서 땀이 난다.

오늘따라 무소음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우리네 아침은 짜증스러운 내뱉음, 분노조절 중인 가쁜 호흡,

까슬한 입안에 갖혀 나오지 않는 사랑이라는 말들이 엉켜

뒤죽박죽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온 것이 기적이고

지나갈 길이 진흙길일 것 같아 벌써 힘이 빠진다.

아니 신발 밑창까지 진흙이 스며들어오는 기분이다.


아이의 쾌를 위해 나의 불쾌를 접고 웃는 얼굴로 아이의 물통을 채우고

가녀린 어깨에 "이제 형님반이 되었지?" "형아라서 학교 가는 거야"라는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칭찬의 말을 채운 가방을 메어준다.

무사히 지나가려던 찰나, 어린이집까지 거리 3분 나가자고 하는데

"내가 가방 멜 거야"

하늘이 무너진다. 지금까지 조절했던 분노 덩어리를 뭉치고 뭉쳐 돌덩이처럼 겨우 만들고

배속 어딘가 묵직하게 가라앉혔건만, 더는 못 참겠다. 험한 말이 입술 언저리에서

터져 나오려고 한다.


.

.

.

.


우리네  모습 다 이런 거 아닐까요

다 그런 거지요.

다들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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