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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19. 2019

____엄마, 시간이 돈보다 소중하지?

부모의 삶은 그대로 새겨진다. 아이의 마음판에


공방을 창업하고 수익창출 구조가 마뜩하지 않다. 홍보할 여력이 없다. 현상유지만 하자는 목표로 3개월 시동을 걸기로 작정했다. 그러니 수업 중간중간 남는 시간이 많다. 작은 아이는 엄마의 공방 창업이 그리 나쁘지 않은가 보다. 최고의 수혜자는 작은 아이인듯하다. 3월에 들어서 많이 피곤하고 지칠만한데 전혀 일상에 개의치 않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녀를 관찰했다.


     

     


1> 학교 가기


공방에 가져갈 짐을 미리 챙겨 현관앞에 두고, 엄마가 가져다 놓기를 부탁한다. 작은 놀잇감, 손바닥보다 작은 캐릭터 인형, 만화그리기위한 노트, 각종 문구류등이 그것이다. 공방에 아이의 물건으로 수북해지지 않길 원하지만, 나와 동일 스케줄로 머무는 아이에게 책만 읽으라 다그칠 수 없었다. 하나하나 허용하다보니 잡동사니 짐(아이에게는 소중한 아이템)이 늘어나고 있다..

     


2> 학교가 마치면 달려와 가방을 던져두고 뛰어나간다.


집 앞에 공방, 공방 맞은편이 학교. 그녀에게는 최상의 환경, 최적의 입지조건이다. 아이의 동선을 두 가지 정도로 유추해본다. 하나는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경찰과 도둑이라는 놀이를 주로 한다. 두 번째는 근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그네를 주로 탄다. 고학년이지만 아이가 놀고 싶은 놀이를 유치하다거나 연령에 맞지 않다고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키덜트라는 문화도 인정하는 판에 아이가 어린 수준의 놀이(이런 말도 가히 폭력적이다. 누구의 잣대인가. 아이가 좋아하면 가장 적합한 놀이인 것 아닌가)를 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뛰어노는 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허락한다. 가끔은 친구와 놀 약속을 잡을 때면 학원을 빼기도 한다. 수학 한두 장이야 다음날 조금 틀리고 혼나고 다시 배우면 되는 것 아닌가.  요즘 세상에 놀이터에 애가 없다는데 내 아이는 더 이상 지겨워 놀기 싫다고 할 때까지 허락할 생각이다. 아이들을 공부로 채우기만 하지 않고 몸이 움직여 원리를 습득하는 것도 좋은 놀이다. 아이는 매일 놀이터에 가서 손바닥에 가시가 박힐 때까지 철봉 놀이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놀아야 한다.

     


3> 땀을 흘리며 돌아온 아이는 간식류를 하나 먹는다.

연출티가 나나요?맞구요

자영업 워킹맘이기에 아예 회사로 출근해 중간 타이밍에 아이를 만날 수 없는 맘들의 고충은 더 크리라 생각한다. 나는 아이가 내가 일하는 공방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다양한 간식을 먹일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바쁠대는 스낵과 청량음료도 줄 때가 있다. 사실 큰아이가 알레르기 증상이 있었다. 나는 과하게 먹거리에 집착했고 집밥을 추구했다. 아이 간식은 엄마가 미리 준비한 것으로 준다는 것이 나의 모토였다. 예전에는 일이 바빠도 새벽같이 일어나 밥상에 간식까지 준비했었다.


그런데 공방은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하고 밤에도 귀가가 늦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장 거북하게 생각하는 과자와 청량음료를 내주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다. 마셔도 건강에 이로운 음료, 먹어도 최대한 집에서 만든 것, 혹은 수제와 흡사한 것으로 주려고 노력한다. 다만, 최소의 비용지불에 최대의 효과를 가져올 종류를 선택한다.

     

4>아이는 학원에서 다시 돌아와 책을 읽기 시작한다


학원이 공방 바로 위에 위치한다. 생각할수록 최적의 동선이다. 이때부터 공방에 붙박이로 아이는 책을 읽거나 만화를 그리거나 캐릭터를 창조하거나 인형놀이를 한다. 친구들과 수업하는 날은 무엇이 좋은지 깔깔거리며 구석에서 만들거나 수다를 떤다. 이 일은 저녁까지 지속된다. 티브이 시청의 재미를 알았고 유튜브도 친구 따라 찾아보던 아이의 하루 일상이 달라져 공방 창업으로 내 몸은 고되지만 아이에게 유익하다는 사실로 위로받기도 한다.


5>엄마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는다

아이도시락 추가구매로 아침에 5개의 보온도시락을 쌉니다

조금 식은 엄마의 도시락을 빼앗아 먹더니 급기야, 공방에 가까운 집에 들러 밥을 먹고 오는 것도 싫다해서 보온 도시락을 몇 통을 더 샀다. 아직 공방에 보온밥통이나 전자레인지를 두지 않았다. 냉장고도 없다. 필요 없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부대비용이 더 들고 있다. 나와 밥을 먹은 아이는 다시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한다. 온라인 영어도 공방에서 끝내니 귀가 후 집에서 아이에게 숙제나 수업에 대해 닥달할 일이 없어 가정에 평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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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스케줄을 지켜보았다. 2주 동안 변함없이 진행되었다. 지겹지 않을까 걱정했다. 지루한데 억지로 참는 것이라 생각하니 미안했다. 그런데 의외의 말을 던지는 아이를 꼭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엄마, 하루가 너무 짧아. 엄마가 말한대로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것같아.”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처음에는 엄마 말이 무슨 말인가 했어.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하루를 지내는 데 하고 싶은 건 많고 하나를 하고 있으면 벌써 저녁이야.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잖아. 그런데 돈은 없어져도 다시 벌면 되는데 지나간 시간은 다시 가져올 수 없잖아. 그래서 시간이 더 중요한 거 같아

     


'그러니까 시간을 더 알뜰하게 쓰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산통을 깬다는 것을 아는 나는 함구했다. 그리고 아이를 안아주었더니 아이가 시간을 아껴야 해”라고 애늙은이처럼 말했다. 빙고! 나는 모르는 척 속으로 환호했다.  스스로 깨닫는 지식과 지혜의 위력 때문에.


     

엄마가 사는 것을 아이는 지켜보고 있다.
 엄마의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고, 저도 경험할 때 그 마음에 새겨지는 것을 어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이는 잔소리로 성장하지 않는다. 본 대로, 들은 대로, 경험한 대로 성장한다.

부모의 삶은 아이에게 새겨진다.
아이의 말도 기억에 남지만, 부모의 말 이전의 삶이 새겨지니 내가 믿는바 대로 사는 것, 어리숙해 보여도 말하는 대로 사는 것,

그것이 내가 가르칠 교육이며 물려줄 유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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