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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pr 20. 2019

<기프트>가 준 선물

슈퍼밴드-방송후기

*사진은 다음모바일 TV하이라이트를 캡쳐했습니다.*

석회가 끼었다고 한다. 석회라니. 작년 이맘때 오른쪽 어깨가 아파 며칠 잠을 못 이루다 병원을 찾고 처음 들은 말이다. 질환의 이름을 듣고 나니 웹문서에 떠다니는 그 단어가 얼마나 흔한 단어였는지 알게 되었다. 나와 동일한 질병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온몸에 담이 걸린 듯 부자연스러웠던 지인들의 불쾌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양한 치료로 무사히 석회에서 벗어났건만, 지금 와서 반대편 어깨에 석회가 있고 물까지 차고 인대가 부었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프리랜서 강사로 시간에 맞춰 일을 처리했다. 어깨쯤이야 얼굴 펴고 웃으면서 안 그런 척할 수 있었는데, 자영업으로 공방을 열어놓고 하루 12시간 이상 머무는 입장에 팔을 쓰지 못하고 운영을 한다는 것은 판이하게 달랐다. 증상은 작년과 달랐다. 이전 글에 옮겼지만 불면으로 통과한 새벽은 기본이었다. 운전할 때 왼손을 쓰지 못하니 좌편 신경 모두가 묶인 것 같았다. 안전벨트를 할 때 몸을 살짝 비틀면 어김없이 비명소리가 나온다. 질러놓고 되돌아오는 소리에 내가 놀라 두리번거린다.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어깨 한쪽 아픈데 아예 일어나 움직이기 꺼려진다. 온몸에 붕대를 감아놓은 기분이다.

며칠 그렇게 용을 쓰고 나니 상큼하게 보낼 수 있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우중충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서울 나들이 계획도 취소했다. 충격파라는 치료를 통해 석회를 깨야한다나? 그렇게 오전을 치료받고 힘이 빠현관에 들어섰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젖은 수건 냄새가 짙게 났다. 꿉꿉한 기운이 옮겨져서이리라. 점심을 차려 꾸역꾸역 먹으며 잠을 청할지 과자 부스러기를 먹을지 고민하다 티브이를 켰다. 힘겨운 몸과 텅 빈 머리에 아무 소리라도 채우고 싶었다. 슈퍼밴드라는 프로가 재방송 중이었다. 얼마 전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몇 번을 끌까 고민하던 중 기프트라는 밴드가 나왔다. 청아한 첫소절에 얼음이되었다.


맑고 허스키함이 공존하는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감탄을 연발했다. 깔끔하며 가녀린 소리는 독보적이었다. 더 압권인 것은 그들의 선곡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를 추모하기 위해 1970년 Don McLean이 vincent van gogh에게 헌정한 곡 <비센트>였다. 나는 기프트밴드 보컬 목소리에 멈추고 가사내용에 꽂혀 일시정지했다. 결국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눈물이 흘렀다. 오전 내내 정리 안 되는 무기력에 당혹하던 내면에 돌이 던져졌다.

.

.

.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온전한 정신은 찾으려고 당신이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그리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고 어떻게 듣는지도 모르죠



Perhaps they listen now아마도 지금은 귀기울여 들을 거예요  
...

Perhaps they listen now



.

.

.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당신처럼 아름다운 이에게 세상은 어울리지 않아요






하나로도 고흐의 색채, 그의 고뇌, 그리고 비루한 이웃의 고통과 행복화폭에 담는 화가의 관심, 자신을 성찰하며 자유를 갈망하던 그의 내면을 보여주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듯했다. 몇 번의 검색을 통해 이 노래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곡이라는 점, 유명한 가수들도 커버를 많이 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고흐를 추모하는 노래면서 보편적 인간의 내면과 세상의 관계를 잘 나타내는 아름다운 곡이다. 무료한 가운데 귀한 발견, 만남을 가져다준 방송이 고마웠다.


그리고 이 곡을 소화한 가수를 주목하게 되었다. 대중의 부름을 많이 받지 않아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방향을 바꾸지 않은 <기프트> 밴드의 저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고, 원곡보다 더 가사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소년 같은 목소리를 널리 알리고 싶어졌다. 이렇게 독보적 목소리를 왜 대중적 매체에서 많이 듣지 못했을까 궁금할 뿐이다.(노래에 문외한이라 내가 들어볼 일이 없었겠다고 생각한다.) 찾아보니, 밴드의 곡 중 알려진 곡도 여럿 있었다. 딸아이가 흥얼거리던 그 노래가 이들의 노래였는데, 원곡을 못 듣고 딸아이의 목소리로 들어 감흥이 없었나 보다. 지금이라도 이 목소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기쁠 따름이다.


많은 오디션 방송이 있지만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 무심결에 돌린 채널에서 원석을 발견하고 영혼을 울리는 노래를 발견했다는 것만으로 마음 한편이 따듯해진다. 눈물을 흘린 나의 이유는 아직 정리가 안되지만, 세상이 고흐와 같은 천재적인 사람을 받아줄 수없었다는 가사에 동의하며 아쉬움을 느낀다. 종일 이 곡을, 기프트 밴드가 연주한 이 곡을 틀어놓아야겠다. 원곡보다 백배 낫다고 말하면 돈 맥클린 팬덤이 노하실까?


*음악지식이 미미해서 지극히 주관적 관점으로 놀랜마음 감상평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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