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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24. 2019

끌려 다니는 사람을 위해

그 어디쯤 있나, 질문하기

공방에서 투명하게 볼 수 있는 텅 빈 길, 맞은편 학교 울타리를 따라 느리게 엄마와 가는 아이 하나가 있다. 아이의 손은 떨어지길 원하듯 엄마손을 헐겁게 잡았다. 엄마 얼굴은 일그러져있고이  경직된 몸에 힘이 들어간 채 앞으로 전진한다. 아이는 후진을 강렬히 원하는 듯 얼굴을 뒤를 향하고 있다. 착시현상인지 엄마와 아이에게 반대의 힘이 작용하는듯하다. 엄마가 아이손을 그러쥐어 아이는 꼼짝없이 붙들려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닥치는 대로 사는 것 같은 사람도 하루 여러 번 질문하고 답을 하며 산다. 누구나 위기를 만나면 집요하게 사건의 의미와 원인을 해석한다. 납득이 돼야 울화가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을 걸어갈 때, 자의든 타의든 물어보아야 할 중요한 질문이 있다. 끌려가는지 끌고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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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당기던 과거의 나


오늘 아침 끌어당기는 엄마와 끌려가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비단 오늘뿐일까? 하루정도 아이의 컨디션 난조 때문이라 할 수 있으나, 일상이 저렇게 끌고 끌려간다면 둘 다 얼마나 무거운 마음일까 생각했다.


아이를 억지로 끌어당기며 키웠던 지난 시간이 필름처럼 탁탁 소리를 내며 머릿속에 지나갔다. 부드럽게 지나가지 않는 이유는 그 탁탁 끊어짐, 골이 패인 흔적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내가 원하는 대로 자라지 않았다. 육아서적이 나를 망치고 있었다. 책으로 아이를 키우는 전형적인 초보 엄마 모습으로 항상 화가 났고 분노했다,


속으로 분을 삭이며 아이를 위한답시고 고상하게 말했다. 내 계획대로 아이를 끌고다녔다. 그럴수록 아이는 뒤로 물러섰다. 내 아이만 그런 것 같아, 사회부적응을 걱정했다. 그런 걱정이 쓰레기로 버려질 기우라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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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다니는 것의 필요성


누구라도 사람은 남들에 의해 끌려다니며 살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억지스럽게 끌려 타의에 의해 여기까지 왔다. 억지라도 끌려가는 삶이 나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인생의 좌표 중 어딘가는 누군가의 돌봄과 지도에 끌려가야 하기도 한다. 어리면 어릴수록 인지발달이 낮아 논리적이지 않다. 

짧은 인지능력을 가진 아이를 설득해 생애 중요한 발달과업을 성취하게 키워야 한다. 그래서 아이를 억지로 끌어당겨야 할 때가 많다. 생활습관, 사회관계 등에 발생하는 문제, 혹은 기본 소양은 이해시키면서도 기다리지 말고 끌어줘야 한다. 세상을 몇 년 살지 못한 아이의 의향에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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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당길 수 없는 꿈


그런데 진로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는 끌어당길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고민하기도 전 기성세대로 부터 안정적이고 전망이 밝다는 진로를 권해 듣는다.  자신의 방향과 맞춰보지도 못하고 레이스에서 달린다. [꽃들에게 희망을]을 보면 어디로 가는지,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목표를 향해, 다른 이들이 올라간다고 따라 올라가는 주인공 애벌레와 비슷한 상태로 살아간다.


 그렇게 사는 게 옳다는 다수의 의견에 의해 살다가  문득 회의에 빠진다. 열정이 생기지 않아서, 자기 자리 같지 않아서, 자기 옷이 아닌 것 같아 멈춘다. 외부에서 끌어당기는 힘에 끌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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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을 질문하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한다. 나의 인생, 나라는 존재,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의 꿈을 주체적으로 찾아보았던가? 지금 찾고 있는가? 지금 나의 자리는 끌려와 털썩 주저앉은 것인지 내가 결국 찾아내서 앉은자리인지 질문해야 한다.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원망한다.

     

가족을 원망한다. 선배를, 사회를, 경제상태를, 위정자들을, 선생님을 원망한다. 질문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입을 다물고 그저 끌어주는 대로 따라오라던 모든 객체들에게 삿대질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오래 끌려다니며 남 탓을 하고 원망으로 일색 하기 전 일찍 질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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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금 결정은 끌려가는 중,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인가?

내가 끌고 가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가치 있다고 느끼는가?

나는 지금 남들에 의해 끌려 다른 곳에 와 있는가, 아니면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의 중심에 서있는가?

     

질문의 형식은 다양한 수 있다. 더 간단히 말하면


끌려가고 있는가? 끌고 가고 있는가?”


     






*주의: 

질문한다는 것은 잠시 멈추는 것이지, 다른 곳으로 이동을 촉구하는 말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나의 일은 지난 세월 상황이 그렇게 나를 끌고 왔다. 뛰어나지 않지만 잘할 수 있었다.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렇다면 옮겨야 하는가? 그렇지도 않다.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지, 어떤 아이들로 도와줄지 방향을 내가 끌고 가면 된다.


     

무엇을 하는가 보다, 어떻게 하는 것을 우리는 꿈이라고 한다.

선생님이 꿈이 아니라, 아이들을 세워주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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