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독서 및 글쓰기 모임을 모집하고 있다. 널리 홍보하지 않고 있으니 빨리 모집될 리가 없다. 3월부터 기다리시는 마을 주민이 계신다. 몇 분만 더 모시면 개강한다고 약속한 지 이만큼 지났다. 그래서 단언했다. 3명만 돼도 2기를 개강한다고 전달했지만 진행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몇 명만 더 모이면 모임도 활성화되고 연대의식도 강해 질 텐데. 10인이 활발하게 진행하는 1기 모임에 힘을 빼서 홍보가 미진했다고 인정해야 한다.
공방을 10시에 오픈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데, 나의 반 시대적전략: 진심이 통한다는 구시대 발상으로 일찍 문을 연다. 이른 오픈 시간과 홍보는 연관성이 없지만, 아침시간 아이를 등교시키고 돌아가는 학부모의 눈에 공방이 띄자는 것이 전략이다. 한 번은 둘째의 친구 엄마가 아이 데려다주고 지나가는데 불이 켜져 들어왔다고 했다. 백명중 한 명, 천 번 중 한 번의 희소한 비율이었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어지간해서 되긴 된다고 합리화를 했었다. 이런 경험이 미온적 홍보를 용납하는 것 같다.
8시 반 아이들의 등교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공방 문을 열어두고, 앞으로 진행할 성인반 구성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초파리 나는 소리도 들리는 실내에 발자국 소리가 났다. 이른 오픈이라는 수동적인 홍보도 전략적이라고 꽤 만족하며 방문객을 반갑게 맞았다. 그녀의 의문스러운 표정에서 글쓰기 목표치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글쓰기가 관심인지, 독서가 목적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는 중년의 목표는 청년기와 조금 다른 것 같아 질문을 여러 가지 던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글쓰기의 경험 여부를 이야기했다. 초급 정도로 규정할 경험치여서 그에 맞는 운영방식을 알려주었다.
글쓰기 방식을 듣고 마음이 많이 편해진 모양이다. 처음 들어올 때 조금 무겁고 부정적 마음이 누그러져 보였다. 그녀의 거듭된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었다. "괜찮을까요? 제 이야기를 공개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데요"
결국, 그녀는 두려움을 끌어안고 여러 번 고민후 공방 문을 열었던 것이다. 두려움은 흔들리는 눈빛의 이유였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나를 억지로 구겨 넣다 보면 아무 일도 아닐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는 오래도록 이런 모임을 원했지만 두려움이라는 연막 때문에 한 번도 발을 떼지 못했다고 했다.
두려움을 곱씹는 시간이 길다고 글쓰기를 향한 용기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저 커튼을 열면 햇살이 쏟아져 안기듯 문을 열고 모임에 손을 뻗으면 된다. 매우 쉬우면서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이 문턱만 넘으면 한결 수월해진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네요.한번 도전해볼게요"
그녀는 두려움을 보자기에 싸매고 와서는 다 풀어놓고 용기를 들고 갔다. 몇 년간 고민의 해소였나 보다. 그리고 나에게도 떨어지는 콩고물이 있었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동지를 발견한 것이다. 구성원 3명은 너무 적은데, 한 명이 더 보태지는 기적이다. 콩고물이 묻은 인절미의 풍미와 쫄깃함이 그려지는 아침, 글쓰기 모임을 진행할 용기가 생겼다. 흥이 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