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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06. 2020

월세, 버티면 될까요?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지난달 2주간 공방 운영을 멈췄다. 나라 전체가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아직 그 과정 중에 있는 코로나 19. 심각 수준의 전염병 확산 현상으로 일상이 멈춘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에 하나다. 새 학기를 멋지게 준비하겠노라는 포부에 두 달 동안 야근을 하면서 교재를 만들고 제작하고 있었다. 신입생 상담에 봇물이 터지려는 찰나, 세계 보건기구는 우리나라를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모범사례로 평가하고 있던 즈음, 31번 환자로 시작된 반전은 우리 일상을 심각하게 휘젓기 시작했다.  


문은 닫았지만 혼자 출근을 하고 하루 종일 공간을 지켰다. 놀아도 공방에서 놀았다. 들어온 수강료를 환불해야 했지만 새 학기를 노린 공간 재배치로 책과 책장을 들이느라 통장은 바닥났다. 결국 올 것이 오늘 오고야 말았다. 월세 지불능력 상실. 착한 주인들의 선처 소식이 곳곳에 들리지만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기적이다. 먼저 연락해서 어려움을 호소하기 어렵다. 1년 동안 단 하루도 미루지 않고 따박따박 월세를 내 왔건만, 월세를 빼 달라거나 50프로, 혹은 단 10프로라도 감해주길 부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공방 운영 1년 차, 오픈하고 금방 자리를 잡았다. 1차 목표 월세 지불 가능선은 넘기고, 2차 목표 운영비까지 거뜬하게 처리하고, 3차 목표 대출원금을 매월 얼마씩이라도 갚을 정도의 수익, 4차 목표 생활비까지 가져가는 수익을 1년 동안 차근차근 이루었었다. 인생에 공방은 처음이라 이런 재난에 가까운 상황을 처음 겪어 3개월 정도의 운영자금을 비축해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영업의 녹록잖은 현실이 이제야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이 풀리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대출이다. 초기 자금을 조달한 대출 외에 추가 대출은 없길 바랐다. 헛된 바람이었다. 추가대출이 필요해졌다. 사람 사는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총대출금액의 상승으로 결국 더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하니 명치 쪽이 저릿하다. 이제 나는 건물주에게 급박한 상황을 전하고 선처를 기다려야 한다. 조율이 가능한 분이길 기대하지만 승산은 없다. 건물주도 어딘가 고용된 월급쟁이 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의 멈춘 일상이 다시 움직여야 함께 살 수 있다. 나의 성실한 월세 지불이 건물주에게 이어지고 건물주의 세금이 나라에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사장님, 저기요, 혹시 이번 달 월세에 어떤 계획이라도 있을지 여쭙습니다"라고 용기를 내봐야겠다.


3월만 버티면 4월부터 풀릴지도 모른다 예측하지만 그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 전 세계 감염자 수가 점점 늘어나니 불안은 끊임없이 사람들 곁을 서성인다. 전염 현상이 수그러들길 기대하지만 또 어떤 재난이 닥칠지 몰라 초조해지는 현실. 서둘러 백신이 개발되길 바란다. 그러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에 감기처럼 스쳐 지나가겠지. 그런 우리에게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손님처럼 찾아올지 모른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향상된 국민보건위생의식이 다음 손님의 방문에는 빛을 발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운이 안나는데 기운을 낸다. 전화를 걸기로 결심한다. 잘 돼야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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