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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y 15. 2019

축축 쳐질때 당신의 글쓰기

글쓰기가 왜 구원일까?

오래  나이는 아니지만 적지 않게 살았다. 더 힘든 날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요즘 무척 힘들다'라고 쓴다. 사람은 까마득한 존재다. 의도치 않게 자신의 지나온 과거희석한다. 과거 어떤 시점이 정말 힘들었는데, 힘들었다는 명제만 남고 사건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나 까마득한 일인가. 그래서인지 요즘이 가장 힘들어 삶의 무게가 버겁다.


아이들이 "엄마 왜 자꾸 한숨을 쉬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한숨. 한숨은 어떤 부정적 사고나 풀리지 않는 숙제를 생각하는 즉시 입 밖으로 나온다. 말릴 새가 없다. 엄마의 감정선을 눈치 보는 아이들이 고요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손댈 수 없는 일, 상황의 진위를 가릴 수 없는 일, 주관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버릇까지. 가까운 이의 아픔과 분노를 오롯이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게 이 정도일 줄 상상하지 못했다.


왜 우리는 자신이 힘들어져봐야지 타인의 뒷걸음질치고 싶은 마음을 눈치까? 어떤 이의 도망가려는 마음속 찢어진 표면을 목격하게 될까? 자신이 벼랑 끝에 서봐야 생명줄 한가닥 잡고 겨우 버티는 타인의 마음을 알아보는 것일까. 이런 어려움의 무게라면 차라리 무지한 채 생각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고개를 떨군다. 지켜보는 것이 이토록 힘든데 직접 겪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찢어지는 아픔일까. 도와줄 수 없는 나의 무기력 노트를 넘긴다.


나만 힘들다는 생각에서 눈을 들어보면, 타인 종류만 다 무거움을 표 나지 않게 버티는게 보이기 시작한다. 너도 무겁구나. 얽혀서 헤매는구나. 모두 어떻게 빠져나올 줄 모르고 끙끙거리는게 정상인 것같다.


창문을 연다. 입구 문을 열어 맞바람이 치게 한다. 고이면 탁해지는 공기의 속성을 아는 바라 침잠을 거부한다. 흘러가게 억지로 문을 열어야 한다. 환기를 매일 하듯 마음의 이쪽저쪽을 열어 고인 것이 흐르게 한다. 펜을 들든, 타자를 치든 마음을 고이게 두면 안된다. 청소기를 꽂는다. 구석에 웅크린 회색의 불순물은 모두 빨아 당긴다. 고인 것들이 나의 공간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쫓아낸다. 훠이 훠이


오늘 하루 내 인생의 가장 무거운 날이지만 가장 잘 견디는 하루가 되게 앞치마를 툭툭 턴다.

정갈한 청소가 기도가 되는 공방의 아침이 맑아졌다.  


*이상한 노릇입니다. 눈에 안 보이는 마음을 눈에 보이는 활자로 옮기면 맑아집니다. 현실은 그대로 인대 살 수 있겠다고 푸른 싹 하나가 쏙 올라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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