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창업 3개월이 지났다. 갑작스레 결정하고 진행한지라 프로그램부터 운영관리 모든 것이 제로인 상태로 시작했다. 3개월 동안 모집하고 수업하고 외부강의 뛰느라 글쓰기와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내가 잘하는 분야와 학부모가 원하는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숨 쉴 수 있겠다 싶어 글에 매진하려고 한다. 대견하다. 나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출해가는 과정에 칭찬 박수 100번을 쳐본다. 짝짝짝!
'월세는 면한다'라고 웃으니 이제는 수익창출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남편도 이제 목표를 조금 높이라고 무언의 압력을 준다. 세무 업 종사자인 지인도 하루 몇백 건의 폐업신고에 비해 다행스럽지만 낮은 목표에 일찍 만족하면 안 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나에게 더 급한 일이 있다. 공방이 마을 있어야 할 이유, 마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존재만으로의 메시지, 공방을 통해 아이와 성인들이 누릴 유익, '나'만이 줄 수 있는 교육서비스의 내용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 관련 책을 준비하고 출간하는 일도 하나의 목표다. 지루하지 않고 하나를 얻어도 임팩트 있는 수업이라는 피드백도 놓칠 수 없다.
남의 것을 받아 앵무새처럼 말하던 예전과 지금 나는 완전 다른 길을 가고 있다. 20년 동안 남들이 하는 대로, 남들에 만들어둔 틀에 맞춰 시간만 보냈다. 이제 그 길을 가고 싶지 않다. 내 것이 아닌 남의 돈을 받을 때와 내가 모집한 이들의 자발적 수강료를 받을 때 입장은 천양지차다.
남이 시키는 것을 할 때는 단체와 타인을 위한 일을 기계적으로 해치운다. 그런데 내 것을 할 때는 공방 청소도 쌓이는 기술이 된다. 아이들 교재 제작이나 성인 수업 커리큘럼도 노하우로 적립된다. 성과가 눈에 보이고 그것은 내 손을 거쳐 창조된 것이라 더욱 의미 있다.
월세만 면한다는 나에게 보증금을 빌려준 분이 한숨을 쉬셨다. 나이가 지긋한 그분은 만년 아버지의 이름을 달고 걱정을 한바가지 하는 특기를 갖고 계신다. 그분의 걱정이 늘어질까 봐 매달 드리는 용돈을 며칠씩 일찍 보낸다. 걱정 좀 줄이시라고 말이다.
올 한 해는 월세만 면한다는 기준을 고수할 작정이다. 기회비용을 볼 때 더 모집하고 더 수업을 많이 뛰어야 하지만, 내 것을 만드는 노력에 쉬지 않는다면 공방 정체성과 나의 정체성이 확고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걱정 한바가지 어르신에게 원금을 갚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이소. 먹고살만 합니데이. 걱정을 좀 접으시고요. 내가 즐거우면 성공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