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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un 07. 2019

월세는 면합니다만

생계형창업이 아니라고 우기고 생계가 걱정인

공방 창업 3개월이 지났다. 갑작스레 결정하고 진행한지라 프로그램부터 운영관리 모든 것이 제로인 상태로 시작했다. 3개월 동안 모집하고 수업하고 외부강의 뛰느라 글쓰기와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내가 잘하는 분야와 학부모가 원하는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숨 쉴 수 있겠다 싶어 글에 매진하려고 한다. 대견하다. 나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출해가는 과정에 칭찬 박수 100번을 쳐본다. 짝짝짝!

'월세는 면한다'라고 웃으니 이제는 수익창출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남편도 이제 목표를 조금 높이라고 무언의 압력을 준다. 세무 업 종사자인 지인도 하루 몇백 건의 폐업신고에 비해 다행스럽지만 낮은 목표에 일찍 만족하면 안 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나에게 더 급한 일이 있다. 공방이 마을 있어야 할 이유, 마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존재만으로의 메시지, 공방을 통해 아이와 성인들이 누릴 유익, '나'만이 줄 수 있는 교육서비스의 내용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 관련 책을 준비하고 출간하는 일도 하나의 목표다. 지루하지 않고 하나를 얻어도 임팩트 있는 수업이라는 피드백도 놓칠 수 없다.


남의 것을 받아 앵무새처럼 말하던 예전과 지금 나는 완전 다른 길을 가고 있다. 20년 동안 남들이 하는 대로, 남들에 만들어둔 틀에 맞춰 시간만 보냈다. 이제 그 길을 가고 싶지 않다. 내 것이 아닌 남의 돈을 받을 때와 내가 모집한 이들의 자발적 수강료를 받을 때 입장은 천양지차다.


남이 시키는 것을 할 때는 단체와 타인을 위한 일을 기계적으로 해치운다. 그런데 내 것을 할 때는 공방 청소도 쌓이는 기술이 된다. 아이들 교재 제작이나 성인 수업 커리큘럼도 노하우로 적립된다. 성과가 눈에 보이고 그것은 내 손을 거쳐 창조된 것이라 더욱 의미 있다.


월세만 면한다는 나에게 보증금을 빌려준 분이 한숨을 쉬셨다. 나이가 지긋한 그분은 만년 아버지의 이름을 달고 걱정을 한바가지 하는 특기를 갖고 계신다. 그분의 걱정이 늘어질까 봐 매달 드리는 용돈을 며칠씩 일찍 보낸다. 걱정 좀 줄이시라고 말이다.


올 한 해는 월세만 면한다는 기준을 고수할 작정이다. 기회비용을 볼 때 더 모집하고 더 수업을 많이 뛰어야 하지만, 내 것을 만드는 노력에 쉬지 않는다면 공방 정체성과 나의 정체성이 확고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걱정 한바가지 어르신에게 원금을 갚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이소. 먹고살만 합니데이.  걱정을 좀 접으시고요. 내가 즐거우면 성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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