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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un 08. 2019

백작:공작-누가 높아요?(질문의 힘)

질문 공부법-암기방법-지식의 거미줄 치기

"선생님 백작과 공작 중 누가 더 높아요?"

"음...... 백작이 높았으면 좋겠네(모른다고 말하기 싫은데)"

"뭐예요?"

"호칭은 알지만 상하관계는 잘 몰라서, 찾아볼까?"


'백작과 공작'이라고 검색을 하니 웹문서가 뜬다.


"어,있네요?"

"네가 궁금한 건 다른 사람들도 궁금해. 다만 더 깊이 찾아보지 않아서 계속 모르는 상태에 머물지. 오늘 우리 같이 알아볼까?"

[유럽은 귀족의 종류가 여럿이다. 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을 오작이라고 부른다. 공작은 왕과 밀접하며 여건에 따라 투표나 권력으로 왕이 될 수 있다. 백작은 왕이 작위를 내리고 왕의 측근, 심복이 된다. 그래서 이야기들 마다 백작은 왕의 편, 공작은 왕의 적대세력으로 묘사되곤 한다. (후작, 자작, 남작의 위치는 언급하지 않는다. 주체할 수 없는 궁금증으로 찾아보시길) 오작에 대해 찾다 보니 신라시대의 골품제가 생각났다. 뼈에도 퀄리티가 있어서 왕족의 핏줄만 왕이 될 수 있다던 골품제. 정보를 찾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100년 전쟁으로 연결되었다. ]


위의 질문과 리서치 활동은 고학년 커리큘럼 중 추리소설 파트에  셜록홈스를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활동지를 채우던 아이가 질문을 했고 작가를 알아보다가 일이 커진 것이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열었다고 할 아서 코넌 도일 작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황금 같은 토요일, 보강 때문에 나타난 5학년 여학생의 질문 덕에 나는 공작과 백작의 높고 낮음과 100년 전쟁, 아서 코넌 도일의 백작의 작위를 받은 것 등의 사소하면서 숨어있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작품도 재미있지만, 작가와 시대 배경을 알아가면 작품이 다르게 읽힌다.  


내가 궁금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궁금해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 아이는 눈이 반짝였다. 앞으로 궁금증을 질문이라는 방식으로 채워 좋았다. 그리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스스로 찾는 다른 방법을 배우게 되어 흥분한 상태로 귀가했다.  


밀린 글을 다 써보리라 결심하고 토요일의 늦잠도 뒤로 미룬 채 시간을 쪼개 쓰던 나에게 나타나 질문을 들이민 아이가 고마웠다. 질문은 발화한 사람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다. 질문을 받은 나도 유익이 많았다. 아서 코넌 도일의 또 다른 작품 여럿을 읽고 싶은 동기부여를 받았고, 왕정체제에서 권력을 잡기 위한 복잡한 암투로 일어난 100년 전쟁과 전쟁의 다양한 방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의 머릿속에 오늘의 주제와 주변 지식이 거미줄처럼 얽혀 탄탄하게 구조화되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강의했다면 아이의 얼굴에 생기와 흥분을 줄 수 있었을까? 아이가 질문하고 내가 받아 찾고 다시 질문하는 방법이다. 질문법은 쉽다. 가르치는 사람도 쉽고 배우는 사람도 생기가 도는 교수법이다. 내가 편하니 매력 있고 아이들의 자발성이 살아나니 손대지 않고 코푸는 격이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필요에 따른 지식과 정보를 찾아 노를 젓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런 방법은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머릿속에 남는 효과가 있다. 단편적 사실을 무수히 반복한다고  암기가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를 들으면 그냥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아이는 나와 함께 거미줄을 쳐본 기억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아이의 질문으로 나의 지식의 둘레가 넓어졌다. 오늘 만든 거미줄에 거대한 유럽의 역사와 그 역사에 얽힌 문학의 흐름까지도 구슬을 꿰듯 꿸 수 있겠지?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셜록홈스를 출발로 괴도 루팽 등의 추리소설 계열 역사와 뒷이야기 들을 탐험해 봐야겠다. 못다 쓴 글은 또 다음으로 미루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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