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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민권자의 "신분증"

시의 세계,, 아무 말 대잔치로 설명하는

by 최신애

시인의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시는 어려워서 도무지 안 읽혀요. 억지로 읽어야 하나요?

무슨 말인지 여러 번 읽어야 해서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으니 시집을 덮게 되던데요?

왜 어렵게 말하는지 모르겠네요


주변의 지인들이 나에게 물어오는 말입니다. 뭐라고 답할까요. 도대체 일반인이 읽을 때 어렵고 음미하기도 싫다는 시를 왜 쓰는 것일까요? 정답은 '모른다'입니다. 그런 시를 읽으면 쿵하고 가슴에 돌이 내려앉는 이유를 나는 모릅니다. 그런 시를 쓰고 싶어 집니다. 그 이유도 모릅니다.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마음이었죠. 게다가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곁눈질도 당했죠. 시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고, 주변에 시를 좋아하는 지인도 없어 고독한 섬에 갇힌 기분입니다.


지지하는 사람 없어도 시라는 것에 기울어버린 마음을 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시를 썼고 응모를 했죠. 등단을 했답디다. 이후 동지도 없이 혼자 2년이 넘게 발표하지 않은 시를 쓰고 저장 중이죠. 목표의식으로 시작했다면 아주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밤을 자주 지새웠는데 한해 한해 지나니 불면의 밤도 체력이 따르질 않습니다. 그래도 죽는 날까지 아무도 읽지 않을, 혹은 읽고도 툭하고 떨어트릴 시를 쓰곤 하겠죠. 혹자는 이런 저를 보고 뜬구름 잡는다더라고요. (제 남편님입니다. 아주 용감하죠. 시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그러는 것이라 이해합니다.)


고기 맛을 본 호랑이는 풀을 먹고살 수 없듯(물론 생태적으로 풀을 먹을 수 없지만요) 시심으로 사물의 본질의 속삭임을 들으면 하루의 탐욕과 세속의 유행이 시시해 보입니다. 그래서 화장에도 뜻이 없어 1분 메이컵을 즐겨요. 지인들이 자꾸 옷을 주더라고요. 패알못(설명할지 잠시 머뭇~)으로 보였을지도 모르죠. 얻은 좋은 옷으로 막 입고 다녀요. 옷은 걸치는 것이 그 본질이니까요. 관심이 없을 뿐ㅎㅎㅎ(패피들이 들으면 경악할 소리죠) 밥을 왜 먹냐고 물으신다면 시를 쓰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먹는달까요? 단단히 미친 거겠죠. 시의 세계는 시에 미친 자와 시를 쳐다도 안보는 사람 두부류 밖에 없답니다. 물론 그 세계의 시민권은 미친 자에게만 주어집니다.(미친 자란, 시를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하고 몰라도 한 단어, 구절만으로도 책장을 넘기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미친 거라고 봅시다)


음악의 기능을 가진 사람은 음악으로 세상의 저변에 깔린 본질을 노래합니다. 미술로 표현하는 사람도 매한가지라더군요.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학이 그러한가 봐요. 문학 장르 중 소설은 하나의 주제를 말하려 인생의 소소한 것까지 다 말하곤 하죠. 시는 다 말하지 않고 속으로 먹는 것이 아닐까요? 속으로 삼키고 빗대어 말하는 거죠. 소설과 반대지만 원리는 똑같은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가의 문장은 지극히 시적이더라고요. 메마른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의 소설도 저는 시처럼 읽히던걸요.


뜬구름 잡는다던 혹자의 말도 맞지만, 운율에 비유를 써서 주제를 숨겨둔 시를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이 시를 읽고 시를 써요. 나도 그렇게 알아채고 시를 썼어요. 혹자를 비롯 다른 지인들은 나의 시뿐 아니라 모든 시를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먼데 사람이 나의 시를 읽으면 알아챈다는 거죠. 그럴 때 생기는 연대의식. 땅에 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사는 시민이 서로를 알아보는 기분이랄까. 이런 것이 시라는 세계에 비밀이랍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혹시 브런치서 글을 쓰고 읽는 여러분 중 시를 사랑하지만 알고 싶으신 분, 앞에 이야기처럼 시의 세계 시민권을 취득하신 분이 있다면 숨기고 살 수 없답니다. 신분을 밝혀야 합니다. 예전 같으면 등단도 하고 동인활동도 하고 신춘문예도 내고 그래야겠지요. 요즘은 온라인의 발달이 급속하잖아요. 신분을 노출하고 같은 시민들의 행보에 귀를 기울이고 그 물결을 타야 해요. 시에 빠져 헤매야 한답니다. 그게 숨을 쉬는 방법이죠. 물고기가 물 밖에서 아무리 열심히 심호흡을 해도 안돼요. 물속으로 정체성에 맞게 뛰어들어야 한다니까요.


돈벌이와 상당히 먼, 들어서면 사는 게 꼬질꼬질해질 수 있고 멍하니 사물을 응시하는 버릇이 생겨 지인들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미리 명심하세요. 쉽지는 않답니다. 시의 세계 시민자는 자신의 신분을 인식하고 그것을 밝혀야 합니다. 시에 더 몰두하고 시를 쓰고 어디라도 발표해야 합니다. 시민이 아닌 사람들이 여기저기 떠다니는 시 때문에 지긋지긋해하다가 "오래 보아야 예쁘다" 뭐 이런 문장에 훅이 걸리기도 하죠. 그래서 그들 손에 시집이 들려지면 게임 끝! 그들도 같은 시민, 신분증을 쥐고 다닐꺼니까요. 우리의 행보가 숨은 시민을 찾고 부르는 행위라는 것을. "동지여, 일어나자"이런 방향의 글이 되다니, 못 고치겠어요. 그냥 시에 대한 아무 말 대잔치라 여겨주십시오. 지금 숨어있던 몇몇의 시민이 깨어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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