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신애 Dec 19. 2018

초보시인 출간도전#1

-본어게인(중생)

중학교 2학년때 집에 있으면 공부가 안돼서 친구와 아파트 앞 독서실을 다니게 되었다. 거기서 친구는 공부를 하지 않고 얇은 책을 자주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공부에 취미가 있던 친구는 아니었다. 우리는 가족이 없는 장소가 필요했고 다소 건전한 독서실이라는 길을 모색했던 것이다.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하셨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저녁을 먹고나면 가방을 메고 오래되고 퍽퍽한 갖힌 공간의 냄새를 맡으며 독서실 로비로 들어섰다.  바닥의 장판은 여기저기 낡아있었고, 가끔 여기저기 커텐을 치는 레일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친구와 나는 각자 무엇인가 열중했다.


가끔 친구는 연습장에 써놓은 글을 보여주었다. 스스로 글을 쓰는 것은 일기 외에 겪은 적이 없어 적잖이 놀랐다. 친구의 글은 잛았다. 동시처럼 유치하지 않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문장이었다. 친구가 새로워 보였다. 놀란 토끼눈으로 연신 쳐다보니, 친구는 베낀거라고 말했다. 당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를 베끼고 책을 베껴쓰는것이 유행이었다. 어쩐지 너무 조숙한 느낌의 문장이 친구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 문장의 첫 머리가 '눈이  부시고 이가시리도록 사랑한다'는 상투적인 문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투적인 듯 하나 어른인체 하는 문장에 낚여 시집을 사게 되었다. 그리고 연습장을 사서 끄적이게 되었다. 물론 친구에게는 비밀인 채로 독서실 개인 책상 사물함안에 넣고 자물통을 채웠다. 부끄러웠다 . 나의 사소한 감정을 내가 선택한 단어에 실어 활자로 기록한다는 행위가 어색하고 들뜬마음을 만들어 주었다. 나의 사춘기는 이렇게 숨겨놓고 혼자 감상에 빠지는 시와 함께 시작되었다. 시를 마주하고 있으면 내가 어른이 된 것같은 감상에 푹 젖을 수 있었다. 나를 지탱해주던 또하나의 친구를 발견한 것이다. 커텐으로 가려진 구석진 독서실 책상위에서

작가의 이전글 0학년 소라-#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