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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19. 2018

0학년 소라-#4

어른을위한(초등현실동화)

방과후교실등록

2분기 방과후교실 신청서를 받았다. 내가 신청할 수업이 없을 것같아 식탁 구석에 접어 두었다. 모처럼 주말이라 아무 일도 없는 엄마 옆에 누워 볼을 비볐다. 받아쓰기하던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엄마가 눈가가 반짝거렸다. 엄마를 따라 나도 공연히 내 눈을 비볐다.

“엄마, 왜 눈에 뭐 들어갔어?”

“아, 아니야”

“소라야 속상했지?”

 “그러고는 잊어먹었어”

 “엄마가 매일매일 자기 전에 10개씩 단어를 써 놓으면 네가 다음날 연습할래?”

“알았어. 엄마, 그런데 친구들은 왜 글자를 미리 다 배워와?”

“애들이 다 잘해?”

“나 빼고 다른 애들은 막힘없이 책을 읽고 자기 생각하는 것도 빨리 써서 따라갈 수가 없어”

“오빠도 조금 느렸지만 2학년 되니 다 하더라고, 그래서 네가 워낙 똑소리 나니까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힘들었지?”

“응, 막 자기 생각을 적으라는데, ‘아니오, 예’ 이렇게 쓰는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다른 애들은 두 줄 세줄 씩 적어. 그리고 글자를 안 틀려”

“뒤에 친구들이 멍청하다고 말하는 걸 들었단 말이야?”

“난 친구들이 귓속말하는 게 제일 싫어”

내 말을 듣고 엄마 숨소리가 커졌다. 엄마는 조용히 돌아누웠다. 나도 엄마 등에 딱 붙어 누었다.   

엄마가 혼낼까 봐 조마조마했다. 한참을 엄마 등에 붙어있었다. 엄마 등이 따듯했다.  


주말 동안 엄마와 의논한 뒤 방과 후 글쓰기 교실에 등록하게 되었다. 글자를 잘 모르는데 글쓰기를 많이 시킬까 걱정이 되었다. 방과 후 교실에 가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2분기 시작하는 첫 수업에 늦게까지 운동장에 서성이다가 어린이집에 일찍 들러 현아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엄마가 일이 늦어져 아빠 먼저 퇴근했다. 아빠의 장기인 미역라면을 다 같이 먹었다. 아빠가 틀어놓은 야구중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 바로 잠이 들었다. 다행이었다. 엄마가 나의 결석을 눈치 채지 못했다. 아침이 되어 눈이 퉁퉁 부은 채 커튼 사이 빛에 겨우 일어났다. 엄마가 지각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엄마의 출근이 나의 등교보다 빨라 우리 집 아침은 늘 부산스럽다. 차려진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하는데 나가려던 엄마가 무겁게 말했다. “소라야, 너 어제 방과 후 교실 갔어?” “어, 어, 어” 대답인지 아닌지 모호한 답을 했다.

"엄마는 네가 한글 못 떼고 입학한 것도 미안하고, 지금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어 너무 속상한데, 제대로 가야지 않겠니?"

"나 결석했다고 누가 말했어?"

"선생님 문자를 받았어"

“엄마, 그 선생님도 글씨 모른다고 혼내지 않아?”

“누가, 누가 혼낸데?”

“친구들이 독서논술 선생님 뾰족한 안경 쓰고 마녀 같데, 마법 지팡이 같은 것도 들고 있는데 목소리도 천둥 같데”

“너는 참석도 안 해보고 그런다. 집에서는 늘 든든하고 씩씩한 애가 학교에서는 왜 180도 변하니? 기죽지 말고 일단 가봐. 선생님 좋으신 것 같더라.”

“어떻게 알아?”

“통화했어, 어제 일 마치고 퇴근하는데 전화 주셨어.”

“목소리는 좀 쇳소리가 나긴 하지만 친절하시더라고. 네 상황 말씀드렸으니까 내일은 꼭 가. 일주일에 2번인데 얼마나 좋은 기회냐?”

학교일이라고는 도통 모르는 것 같던 엄마가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혼나기 싫은데....”

“혼 안내기로 약속해놨으니 또 결석하면 진짜 혼낼 거야”

엄마는 황급히 도시락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


‘현아 손을 잡고 오빠와 함께 현관을 나왔다. 내일 마녀 선생님을 만나러 가야 한다니 죽었다.’

“야, 별거 없어. 그냥 하는 척해. 시간 때우기 아냐?”

“오빠는 엄마가 일도 안 할 때라  공부를 많이 시켰데. 오빠는 호강했다고 엄마가 말했어. 그런 오빠랑 나는 달라” “어쩌라고, 그럼 그렇게 징징징 거리며 살아라우라우라우”

하나밖에 없는 오빠라 내 속을 뒤집을 때면 정말 패주고 싶다. 나를 보며 놀리던 오빠가 우산꽂이에 부딪혀 벌러덩 넘어졌다. 오빠는 울상이 되고 나는 큰소리로 웃으며 현아를 데려다주고 학교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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