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신애 Aug 12. 2019

응원한다, 꼬마 작가님.

글공방 꼬마 작가님에게

"거기 뭐하는 곳인가요?"

"네, 글에 대한 모든 것을요"

"구체적으로는요?"

"문학적 글쓰기, 비문학적 실용글쓰기를 연구, 교육해요"

"그럼 애들도 하나요?"

"중1도 해요"

"......"

"왜요, 어머니, 자녀가 몇 학년인가요?"

"초6인데 될까요?"

"애가 글쓰기를 좋아하나요. 자기가 좋아하지 않으면 힘들거든요"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자기 방에서 혼자 자꾸 쓰는데 저한테는 안 보여줘요"

"애가 조숙한가요?"

"네, 또래보다는 생각이 많은 건 맞아요."

"그럼, 어머니는 어떤 글쓰기를 원하시나요?"

"아이가 이야기를 짓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딜 보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꿈꾸는 글공방은 어떻게 아시고 전화하셨어요? 구석에 있어 찾기 어려우셨을 텐데요?"

"친정이 그쪽이라 지나가다 보고 간판을 찍어 연락을 했어요."

"어머니, 다른 초6 어머니들은 여름방학에 중1 선행을 시켜요. 공부 좀 한다 하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한다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전 괜찮아요. 아이가 독서를 기본은 하고요, 성적도 꽤 괜찮아요. 글쓰기 대회는 상을 받고요. 더 크기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맛이라도 보게 하고 싶어요. 그런데 선생님을 찾을 수가 없으니 말이죠. 때마침 간판이 특이해서 연락했어요"

"어머니, 여기 한번 보내시면 끊기 어려우신데, 중학교 걱정하지 않으실 용기가 있으신가 봐요"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인 거 같아요. 공부보다 글쓰기는 지도가 꼭 필요한 아이예요.

"입시에 도움이 될지, 논술을 잘 쓰게 할지 장담할 수 없어요. 제가 혼자 끙끙대며 걸어온 만큼은 가르쳐볼게요. 애한테는 그것도 클 거예요. 집은 먼가요?"

"***인데 갈 수 있어요"

"헉, 어머니 거긴 너무 먼데 방학이라 괜찮지만, 학기 중에 괜찮겠어요?"

"저녁 늦게라도 태워 갈게요. 우리 아이 꼭 만나주세요"


이런 호사스러운 존중을 받아보다니, 상담을 해주는 입장에 송구스러웠다. 다음날 아이를 만났고 아이는 연신 싱글벙글거렸다. 이유를 물으니 너무 좋아서란다. 뭐가? 도대체 뭐가 그리 좋은 거야?  


기초 독서 수준을 체크했다. 수준이 꽤 높았다. 문학을 많이 접해 감성이 살아있고 어휘력이 좋았다. 성인에게 말하듯 수업을 해도 수월할 정도였다. 내심 아이의 글쓰기에 질투가 나서 모차르트를 질시한 살리에르 처지가 될까 했다. (물론 살리에르 발톱에 때도 안 되는 자기인식즘은 할 줄 안다. )


글쓰기 전용 테이블에 앉으라고 했다.
조명을 켜주었고 옛날 전지분유 한잔을 태워주었다.

                       "  작가님! 이제 쓰시죠."


아이는 자기만의 틀에 맞춰 글을 썼다. 누가 가르쳐준 방식이 아니었지만 구조화되어있었다. 문장이 조금 아쉬웠지만 초6에 비하면 아주 나았다. 다만 신중해서 시간이 필요한 아이였다. 아이가 완성한 글을 읽었다. 가급적 빨간펜을 사용하지 않았다. 직접 줄 그어 고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글의 구멍을 읽으면 조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쓴 글을 낭독하라고 했다.


"샘은 별로 말을 안 할게, 네 스스로 배울 능력이 있을 테니"

"아, 알겠어요."

"알겠지?"

"늘 다 쓰고 소리 내서 읽어봐. 오늘은 첫날이니 고쳐 쓰지는 말자."

이어 글쓰기에 대한 설익은 말들은 선무당처럼 말하며 수업을 종료했다.



아이의 입을 통해 들은 오늘 총평에 소름이 돋았다. 나의 초6과 비교되지 않았다.

여기 오니 너무 좋아요. 항상 외로웠어요.
친구들과 놀지만 말이 통하는 친구가 없었어요.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니 후련해요.
그래서 너무 행복해요.
도대체 내가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준 게 뭘까?
나는 무엇을 전달한 것일까?
나는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 인가?
꼬마작가들 화이팅(글공방 스토리텔러들)


혼자 시를 쓰고 읽어보라고 보여줄 사람이 없던 시간을 생각했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스승이 없어 혼자 헤맨 시간을 많이 생각했다. 동무가 되고 같이 글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하며 스스로 문제를 찾도록 도와주는 일 정도는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아이에게 그것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기뻐하는 반응을 봐서는 무엇인가 전달된 것이다. 문을 나서는 아이의 뒤통수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아이가 듣지 못하게.


*작가님, 네가 얻은 것보다 내가 얻는 게 더 많다는 사실. 그래도 수강료는 받아야겠어. ㅎㅎㅎㅎㅎ

 

*공방벽면 꽃 이미지는 네이버검색후 a4용지 프린트후 셀프 켈리로 썼어요. 경로가 기억안나서 뉘작가님 이미지인지 고지할수 없는점 양해부탁드려요. 상업적으로는 쓰지않지만요~


https://brunch.co.kr/@zzolmarkb6sm/445


매거진의 이전글 뻔한 아이 글, 부활 전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