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작가들을 만나다
중학교를 갓 입학하고 같은 반 친구 중 키가 훌쩍 크고 까무잡잡한 피부의 친구와 단짝이 되었다. 그녀의 취미는 세계명작 읽기였다. 나는 갈매의 꿈이나 죄와 벌 같은 제목을 그 친구를 통해 처음 들었다. 친구와 비슷해지고 싶었고 그녀의 고상함을 동경했다. 나도 동네 서점에 자주 들러 손바닥만 한 단행본을 사기 시작했다. 우리의 아침 등교는 자신이 읽었던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빽빽하게 채워졌다. 그 길을 그런 친구와 계속 걸었더라면 20년 이상을 돌아오진 않았을 텐데.
고3, 나의 꿈을 진로를 묻는 분에게 말했다. 시인이 되고 싶다고. 어른의 웃음이 너무 커서 당혹감과 모멸감까지 느꼈다. 어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 가능한 말이었다. 정신 차려라, 비현실적이다, 굶어 죽기 딱 좋다, 돈벌이가 안된다, 뜬구름 잡고 있네, 교대를 가서 초등학교 선생님은 어떻냐?라는 반응이었다. 나는 급 피로해졌다. 남들 보기에 허무맹랑한 꿈에 너무 오래 머문 게 초라해 보였다. 얼른 부끄러운 꿈을 접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허무맹랑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 현실 직업군에 머물다가 20년이 훌쩍 더 지나 다시 돌아왔다. 물론 지금은 현실 직업에 머물며 글을 쓴다. 어쩌다 시인이라는 명찰을 달았고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그래서 한 달을 1년처럼 쓰자는 굳은 결의가 느슨해지지 않는 중이다.
어린 그녀는 벌써부터 복받은겨!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온 나를 만난 것, 글쓰기를 밀어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글을 쓰고 싶은 너의 열망.
나도 계속 복 받고 있는 겨! 때 묻지 않는 꼬마작가를 만난 것, 헤매던 경험을 전해줄 수 있는 것, 그녀의 첫 번째 독자가 될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