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클럽 본자 안본자
핑클 멤버 4명이 모여 캠핑하는 프로를 우연히 보았다. 추억 돋는 영상이라 멈출 수 없었다. 중요한 장면들을 들춰보면서 이상한 옛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핑클의 추억에 나의 앳된 시절의 감정도 생각났다. 그녀들의 각자 흩어져있던 마음. 그리고 오해와 화해. 사람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방송용 조미료가 뿌려졌지만 이들의 대화가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영상을 더 찾아보던 중 하나의 장면에 멈춰 여러 번 다시 돌려보았다. 캡처를 했다. 자존감에 대한 책 몇 권을 휘리릭 넘기는 것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그녀처럼만 할 수 있다면.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시청률을 위해 조작되거나 더 강조되어 보인다. 사실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이 아기니도 하고, 노련한 편집으로 가상의 스토리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게 방송이다. 기획된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핑클의 추억 소환 캠핑은 나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네 명의 요정이 과거를 재해석하고, 과거의 아픔을 꺼내며 솔직하게 나누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세월의 흐름을 통한 생각의 변화,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함을 읽을 수 있었다. 오해의 발산과 이해, 그리고 화해의 눈물은 방송에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잠시 지나가는 장면에서 드러난 이효리의 건강한 자기 직면과 수용의 태도에 속이 시원했다. 4인조 그룹 핑클이 활동할 당시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속 시끄러운 소문이 많았었다. 리더에 대한 소문이 넘쳤고 네 명의 외모에 대한 발언과 이들의 실력과 인성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소문이 자자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온몸에 받으며 그만큼 무거웠을 것이다. 그 무거운 현실에 네 명은 그리 순탄하지 않게 얽혀 있었었다.
각자의 길을 가고 불혹이 다되어 만난(방송으로 만난 한계는 있겠지만) 이들 사이에 깊은 골은 조금 누그러졌다. 마치 나의 인간관계의 높은 산이 누그러진 듯했다. 리더를 이해 못했던 동생들, 자신을 많이 포장하지 않아 나쁜 소문에 둘러싸였던 이효리는 어떻게 그 강을 건넜을까?
"너희들, 그거 알아? 내가 나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는 순간이 많을수록 자존감이 높아져"
자기에 대한 불만족은 자기를 기특하게 여기지 못하는 마음이다. 환경뿐 아니라 어찌할 수 없어 허덕이는 자신에게 공감보다 회초리를 드는 꼴이다. 자기 불만족에서 자존감은 세워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자신의 사소한 일에 기특하게 여길 때 자긍심. 자기 효능감. 자존감은 견고해질 것이다.
---------------------
학생이 글씨를 쓰려고 의자를 고쳐 앉아 손가락에 힘을 준다. '너는 늘 왜 이렇게 연필을 잡을까'라고 탓하는 마음을 잠시 뒤로 하고 자세히 본다. 아이가 연필을 다시 잡는다. 일러준 대로 잡아보려고 애쓰다가 제 습관대로 잡고 쓴다. 그때 그 아이의 작은 노력에 칭찬 폭탄을 던져준다.
"선생님이 지난번에 말한 거 기억하고 있네. 엄지와 검지와 중지에 힘을 주라는 말을 기억하고 해 보려고 노력했네. 오늘은 한번, 다음엔 두 번 노력하면 안 하는 것보다 나아. 제대로 연필을 잡으면 일기 쓰기가 훨씬 편해질 거야."
아이가 성공했을 때만 칭찬하지 않는다. 노력하기만 해도 칭찬해줄 때 아이는 어깨를 으쓱해하며 더 해보려고 한다. 아이의 자존감 벽돌이 하나 더 쌓였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 이런 질문에 할 말이 많이 생겼다. 나를 스치는 사람들이 나의 기특하다는 칭찬에 힘을 얻는다. 그런 칭찬으로 타인을 세워주는 '나'라는 사실. 나와 너에게 자질구레한 일부터 기특하게 여겨줄 때 우리의 자존감은 세워진다. 나비효과가 저 멀리 태평양에서부터가 아니라 나에게서부터임을 기억하기 위해 책상 앞에 적어둔다.
"사소한 것들을 기특하게 여기기.
너와 나를!
자존감은 스스로 세우는 것이니까"
--------------------
지방에서 글씁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을 만납니다.
시를 읽고 씁니다.
에세이를 즐기지요
쓰기위해 공방을 열고 꼬마 작가들도 만났네요.
헤매는과정이 감사한 쓰기. 그것들을 사랑합니다.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작가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