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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Oct 07. 2019

하루 조회 17만:실망,폭망,희망

신이시여, 굽어살펴주시나요?

*주의: 이 글은 초보 브런치 작가, 브런치 신입작가, 1년 미만의 작가, 조회수가 오르지 않아 맘 상한 작가님 다수에게 바치는 글입니다. 타깃이 명확하죠?


 어제오늘 무심코 쓴 글 한 편이 17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오늘도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https://brunch.co.kr/@zzolmarkb6sm/508


초보 브런치 작가인 나는 잔치를 벌여도 모자란 경사에 크게 실망했다. 별스러운 경험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껏 최대 3만 회 조회에 비해 월등한 숫자임에도 흥분보다 부정적 감정이 더 컸다. 그래서 묘한 부정적 감정을 조금 더 구분해 적어보기로 했다.

(언제 조회수가 수직 하강할지 모르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급하게 씁니다. 논리 정연함이나 맛깔남이라는 소스를 뿌리지 못했다는 사실,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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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감정은 허탈감이다. 9개월 죽기 살기로 매일 글 쓰며 얻은 누적 조회수는 12만이었다. 그런데 이틀사이 조회수가 17만 이상이 추가되었으니 허탈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밤을 새워서 공부하고도 겨우 평균점수를 턱걸이하는데 밤새 아파 공부를 못했다는 짝꿍이 답을 찍어서 1등 할 때 느끼는 감정이랄까? 조회수가 높아지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 누구라도 메인에 뜨면 조회수가 폭발하기는 한다. 그런데 너무 숫적 차이가 비포 9개월과 애프터 2일이 대조적이어서 허탈감의 사이즈가 크다.


두 번째는 박탈감이다. 그동안 나의 노력이 무가치해 보였다. 애쓰며 달려온 시간을 누군가에게 도둑맞은 기분이다. 이 글을 어제 오늘 느리게 쓰고 있는데, 심지어 지금은 누적조회가 30만을 넘었다. 정말 어이가 없다. 그렇게 그렇게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고 브런치에 맞는 프레임을 흉내도 내보던 애씀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연과 요행이 노력을 능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박탈감이 컸다. 이런 생각이 나에게 뿌리를 내린다면 요행을 바라며 본질인 글쓰기는 등한시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큰 상실감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글을 쓰는 게 무슨 소용이람'이라는 속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실망, 폭망인가?

숫자 때문에 실망했고 폭망한 기분이지만 조회수는 나에게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9개월간 다양한 시도를 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에게 읽히는 글을 구분하지 못해 방황하고 때론 반성했다. 그간 노력이 결코 허사가 아니라는 것을 아래에서 밝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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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때문에 나의 글이 변했다.


백 단위, 천 단위, 만 단위의 조회수는 의미가 컸다. 글 하나 쓰고 흔적도 없이 밀릴 때,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며 보따리를 쌌다. 그러다가 가끔 조회수가 오르면 그 결심을 유보했다. 일단 브런치에 머물게 한 것이 바로 숫자이다. 그래서 사진도 넣고 그림을 그리고 켈리도 썼다. 육아주제도 쓰고 나의 본업에 대한 글도 남겼다. 어렵다는 시댁 이야기도 썼다. 추천 카테고리를 주시하기도 했고 오늘의 관심분야 검색어도 들여다봤다. 디자인 잼병이라도 보이기 좋게 글자 배열과 색을 만지기도 했다. 오십 보 백보였다. 트래픽도 모르고 빅데이터도 모르던 40대 중반의 주부 치고 스스로도 노력이 가상했다. 친구나 지인들은 전혀 관심 없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야근 아닌 야근이 잦았다.

 

불혹을 넘어 작가라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늦은 만큼 배나 뛰어야 하는데 내게 시간과 체력이 바닥이었다. 가정과 본업을 줄일 수 없으니 잠을 줄였고 체력을 소진했다. 조회수가 떨어지면 실망하다 상승하면 희망했다. '어어, 그래도 읽는 사람이 있네'라며 기뻐했다. 내가 하고싶은 말만 쓰려던 초보가 독자들의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 숫자 때문에 독자라는 존재를 깨닫게 되었다. (고마운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꾸벅)


독자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읽기 수월한 글로 진일보 했다. 공감하는 독자가 생기고 좋아요와 댓글을 남기는 독자가 생겼다. 무관심하던 지인들이 하나 둘 나의 글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뒤가 궁금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조회수는 나를 0.2미리 전진하게 했다.


*조회수 때문에 소통할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9개월 동안 천 단위에서 만 단위에서 10만 단위로 조회가 된다는 것은 점점 대중의 반응이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메인에 여러 번 떴지만 예전과 이번은 달랐다. 좋아요가 늘었다. 그 귀하디 귀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댓글 부자님들 이해가 안 되죠?) 구독자가 조금 더 늘었다. 이것은 읽히고 공감을 일으키며 소통하고 싶은 글, 작가로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나는, 나는) 생각한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쓰기를 좋아하고 사유를 일삼으며 작가다운 성향을 어디에 말할 곳도 없어 외로운 이웃들을 하나둘 만나게 되었다.


*조회수 때문에 더 큰 희망을 바라본다.


이제 나의 목표는 100만을 상회하는 조회수라고 말해본다. 하지만 높은 조회수덕에 '좋아요, 구독자, 댓글'이 활발한 작가가 목표라는 말과 같다. 더 나아가 읽히는 글, 사람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글, 타깃이 분명한 글, 유머와 일상 감동이 적절히 조율되어 하모니를 방출하는 글이 목표다. 앞서간 작가들의 조언의 글을 읽으며 배울 것이 많지만, 포기할 수 없다.


폭등한 조회수는 유지되지 못한다. 지금도 급속한 하강 그래프를 그리지만 이제 그래프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실망, 폭망 한 감정에도 그간 나의 변화를 나열해보니 감사할 것이 더 많다. 이제 하루 1만 이상의 조회는 시시해졌다. 숫자의 증감이 눈에 안 들어온다. 어떻게 사람들이 시원하고 편하게 읽힐까를 고민하고 있다. 7회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 대회 공지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에 멋모르고 도전했다. 닥치는 대로 쓴 글을 메거진에 묶었다. 낙방하는 게 당연했다. 올해는 수천 명에 달하는 후보자 명단에라도 오를 수 있다면 브런치에서 보따리 싸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까지 해본다.

희망, 포기하지 않으면

부디 필자처럼 조회수로 브런치 보따리를 쌌다 폈다 반복하는 작가님들!

이 글이 큰 위로가 되길, 그리고 어쩌다 메인노출! 의 영예를 얻으셔서 계속 함께 걸어가시시자고 응원해 봅니다. 읏쌰읏쌰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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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제가 나라를 구하러 가겠습니다.


    *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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