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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Oct 04. 2019

초딩이 싸준 도시락에 울컥!

작은 도전과 대견함


지금 일 글을 클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이 글이 며칠동안 15 조회가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제가 많이 놀랐네요. 더 공감되는 이야기로 다가갈께요~구독필슈!


공방은 보통 6시 30분에 마친다. 어스름이 몰려오고 아이들은 하나 둘 귀가하느라 발이 분주하다. 8시에 급한 약속으로 지인이 방문하기로 했다. 공방 근처에는 끼니를 때울 식당이 없다. 편의점이 하나 있지만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컵라면을 사 와서 먹으려니 지나쳐야 할 상점마다 아는 사장님들 얼굴 보기가 민망하다.


아이가 밥을 챙겨 먹었는지 물었다. 벌써 다 먹었다고 했다.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혹시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도시락을 싸오길 부탁했다. 가스레인지는 위험해서 만지지 말라던 내가 최근 두 아이 안전을 위해 1구 인덕션을 샀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아이는 흔쾌히 싸 보겠다고 했다. 반찬으로 무얼 싸면 좋을지 말해주지 않았다. 설마 쌀 수 있을까 해서였다.


비엔나소시지를 사둔걸 용케 알고 어떻게 조리할지 물어왔다. 일단 칼집을 내고 뜨거운 물에 데쳐야 한다고 했다. 아이는 할 수 있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괜한 것을 시켰나 걱정이 앞섰다. 뜨거운 물을 만지다가 화상이라도 입으면 어쩌나 고민했다. 걸어서 5분이면 당도할 집에 내가 가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한 방법일 텐데 이동시간과 식사까지 족히 40분은 허비할 것 같아 그냥 믿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글을 쓰는데 골몰하다 공방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이는 자기가 손수 싼 도시락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말도 안 돼, 마알도 안돼" 아이가 쌌다는 것과 나름 데코레이션을 했다는 데 두 번 감동했다. 초록 노랑 갖은 색으로 화려한 도시락은 아니었다. 소시지만 가득했지만 내가 느낀 대견함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엄마가 먹기에 나쁜 화학성분을 빼느라 오래 끓여 기름기가 쫙 빠진 힘 빠진 소시지에 세 번째 감동했다.

진심 네가 싼 거니, 우주 최강 데코레이션 (초4가 싼 도시락)

다른 찬이 공방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소시지로만 먹을 수 없었다. 느끼함이 올라오는데 아이가 계속 쳐다보고 있어 더욱 열심히 맛나게 먹었다. "냠냠 쩝쩝. 고맙다."


온라인 영어수업 하나를 놓쳤지만 그것보다 자생력을 키우는 훈련에 한 발짝 더 나아갔다는 사실이 기특했다. 아이는 세상에 못할 일이 없겠다는 성취감으로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도시락을 다 먹고 아이가 가져온 가방에 넣으며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아이가 자율적 존재로 더 성장하길 바랐다. 비록 실수와 부족이 있어도 괜찮다. 도시락이 분홍빛깔 소시지로 가득한 건 문제가 아니다. 엄마를 벗어나는 과정에 만나는 수많은 시행착오에도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만 있다면. 소시지는 백번도 먹어줄게.

뚝딱 그려서 차려주는 아이표 밥상 그림

*알고 보니 아이는 물을 끓여서가 아니라 전자레인지에 5분 돌렸네요. 문제 해결의 요령도 배우고 있네요. 절대로 이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했으니, 진심 못 본 척해주십시오.


https://brunch.co.kr/@zzolmarkb6sm/713



도시 구석탱이 마을에서 아이들 글쓰기를 가르쳐요

입시를 지향하지 않아 즐거운 독서, 즐거운 글쓰기를 주장하니 뭐, 인기는 없겠죠?

완전 저렴한 수강료에 무시를 당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즐거운 이야기를 쓰면 좋겠어요.


{꿈꾸는 글공방}대표

등단시인-필명 신애

2018공저시집 출간

2019겨울에세이 출간준비중



강연요청-프로필제안,이메일,인스타@35_writer 댓글,DM문의해세요.

-부모독서지도,글쓰기지도,저학년일기달인,독서록달인만들기 비법을 전수합니다. 

 

뻔한 글쓰기는 가르치다 소름돋아요.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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